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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높은구름 Jul 23. 2023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에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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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릭 미사 중 최고 절정의 순간은 작고 둥근 순백의 밀떡을 신부님에게 받는 영성체(領聖體) 순간일 것이다.

그리스도의 몸, 그 자체로  최고 경지의 믿음을 보여주는 미사의 핵심.

그리고 그 믿음의 핵심 순간 직전의 고백과도 같은 기도문이 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더 이상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는 절대적 신앙고백이다.


영혼마저도 나을 수 있다는 믿음..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가톨릭의 핵심이라 감히 말하고 싶어 진다.

물론 그 한 말씀이 너무 어렵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한 말씀을 벌써 들었을지도 모른다.

어리석은 이의 귀로는 애써 외면했기에 계속 힘든 것일 수도 있을 거고..



어쩜 진리는 통한다는 단순 명제가 아무런 기대 없이 비 오는 작은 언덕을 오르는 길에서 이루어지고 말았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대한민국 국보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瑞山 龍賢里 磨崖如來三尊像, 대한민국 국보).


여전히 아무런 말도, 어떤 해석도 다 무용(無用)하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모든 것이 다 나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저 웃기만 하신다.


그런데 나도 웃을 수밖에 없다.


영성체 직전 그 기도문의 내겐 너무도 어렵던 그 '한 말씀'의 뜻을 여기 마애여래삼존상의 그 장난기 가득한 웃음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저 바라보기만 했는데....

그렇게 옆에 있기만 했는데...


그 웃음을 필력 미천한 글로 다 헤아리지 못 함이 슬프지만, 진리 통하듯, 진리는 그렇게 복잡하고 어렵지 않음을 서산의 작은 언덕 위 바위에 새겨진 불상들에서 알게 되어 다행스럽다.


비가 오는 그곳에서, 비가 오기 때문인지 세 분의 넘칠 듯 환한 웃음을 홀로 뵐 수 있는 순간을 고맙게 가졌다.


되돌아 내려오는 길, 왜 그렇게 자꾸만 되돌아 올려보게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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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영혼 곧 나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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