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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높은구름 Aug 15. 2023

파주 용암사에서

인연(因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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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因緣)이란 말이 참 어려운 말이란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흔하게 쓰고 있고, 또 너무 잘 아는 말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사람과 사람과의 연결[連]이겠거니 하고 말이다.

단순하지 않을까 그냥 사람과 사람의 연결.


그런데 놀랍게도 인연은 그런 게 아니었다.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아니라, 어떤 원인과 결과, 그리고 간접적인 것과 직접적인 것들의 여러 가지 복합적인 관계인 것이라고 어렵게만 설명되어 있었다.


하여, 또 늘 그렇듯이 머리가 아니고 그저 가슴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역시 어리석은 이의 머리로는 다 이해할 수 없으니 그저 슬플 따름이지만, 스스로 느낄 수는 있기에 또 고맙기도 하다.

허나 그 느낌이 맞는지가 두려워 조심스러워진다.


누군가를 보고 싶어 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이유를 지금까지 알지 못했었다.

그저 그냥 그리울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인연이라고 이제는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오래된 친구가 있는 여기 경기도 파주는 내가 사는 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이다.

그래서 한번 오려면 큰 마음을 먹고 와야 되는 아주 먼 곳이다.

원래 목적지가 있었는데, 다 와보니 아주 먼 이곳까지 쉬지도 않고 와 있었다.

그러면 이건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가슴으로 느낀  그 인연, 그래 인연이 닿았기 때문일 거라 생각된다.


오랜만에 오래된 친구와 일상의 일들을 이야기하고, 좋은 음식을 먹은 후, 따뜻하게 헤어진 후, 문득 너무 멀어 늘 마음속에 그리고만 있던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이 떠 올랐고 보고 싶어 졌다.


여기는 바위에 새겨진 멋진 미소가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坡州 龍尾里 磨崖二佛立像)이 계신 경기도 파주 장지산 용암사(長芝山 龍岩寺)

경기도 파주 장지산 용암사(長芝山 龍岩寺)

그 어떤 인연이 내가 알못하는 과거에 있었는지는 아직도 나는 알지 못한다.


낯설지 않은 포근한 인상의 두 부처님이 그 큰 덩치에도 과하지 않는 미소로 맞아주신다.

오늘 처음 뵙지만, 그동안 잘 계셨는지가 더 궁금 한걸 보니, 분명 인연이 닿아 있는 게 맞는가 보다.

용미리 마애이불입상(龍尾里 磨崖二佛立像,대한민국 보물)

이 느낌은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두 분이라 힘들지 않고, 또 외롭지 않을 것 같다.

두 분 부처님 앞 작은 의자에 또 한참을 앉아 좋은 인연은 어떤 인연인지 느끼고 있다.


어떤 이가 바라는 게 꼭 이루어지기를 내가 바라고 있다면 그것이 좋은 인연이 아닐까?

그 어떤 이도 내가 바라는 게 꼭 이루어지기를 바준다면 더 좋은 인연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바라는 것 없이, 그저 보고 싶어 진다면, 그건 참 좋은 인연이 닿아 있는 게 맞아 보인다.


살아가다 문득 누군가가 나를 보고 싶어 한다면 그것 참 행복할 것 같다.

그런 게 좋은 인연이 닿아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인연, 참 예쁜 말이다.


좋은 인연이라는 말에는 손수레 바퀴 자국이 양갈래로 나있는 좁은 숲길에서 나는 오래된 풀향기가 난다.


저 큰 바위에 새겨진 두 분 부처님의 억겁(億劫)의 인연(因緣)이 참 부럽다.


한참을 앉아 있다 뒤돌아오는 발걸음이 아쉬움보다 다시 또 뵐 수 있으리라는 설렘이 더 크니, 좋은 인연이 닿은 게 틀림이 없어 고마웠다.


문득 보고 싶은 이가 있다는 건, 좋은 인연이 그와 닿아 있는 게 맞다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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