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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因緣)이란 말이 참 어려운 말이란 걸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흔하게 쓰고 있고, 또 너무 잘 아는 말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사람과 사람과의 연결[人連]이겠거니 하고 말이다.
단순하지 않을까 그냥 사람과 사람의 연결.
그런데 놀랍게도 인연은 그런 게 아니었다.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아니라, 어떤 원인과 결과, 그리고 간접적인 것과 직접적인 것들의 여러 가지 복합적인 관계인 것이라고 어렵게만 설명되어 있었다.
하여, 또 늘 그렇듯이 머리가 아니고 그저 가슴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역시 어리석은 이의 머리로는 다 이해할 수 없으니 그저 슬플 따름이지만, 스스로 느낄 수는 있기에 또 고맙기도 하다.
허나 그 느낌이 맞는지가 두려워 조심스러워진다.
누군가를 보고 싶어 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이유를 지금까지 알지 못했었다.
그저 그냥 그리울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인연이라고 이제는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오래된 친구가 있는 여기 경기도 파주는 내가 사는 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다.
그래서 한번 오려면 큰 마음을 먹고 와야 되는 아주 먼 곳이다.
원래 목적지가 있었는데, 다 와보니 아주 먼 이곳까지 쉬지도 않고 와 있었다.
그러면 이건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가슴으로 느낀 그 인연, 그래 인연이 닿았기 때문일 거라 생각된다.
오랜만에 오래된 친구와 일상의 일들을 이야기하고, 좋은 음식을 먹은 후, 따뜻하게 헤어진 후, 문득 너무 멀어 늘 마음속에 그리고만 있던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이 떠 올랐고 보고 싶어 졌다.
여기는 바위에 새겨진 멋진 미소가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坡州 龍尾里 磨崖二佛立像)이 계신 경기도 파주 장지산 용암사(長芝山 龍岩寺)다
경기도 파주 장지산 용암사(長芝山 龍岩寺)그 어떤 인연이 내가 알지 못하는 과거에 있었는지는 아직도 나는 알지 못한다.
낯설지 않은 포근한 인상의 두 부처님이 그 큰 덩치에도 과하지 않는 미소로 맞아주신다.
오늘 처음 뵙지만, 그동안 잘 계셨는지가 더 궁금 한걸 보니, 분명 인연이 닿아 있는 게 맞는가 보다.
용미리 마애이불입상(龍尾里 磨崖二佛立像,대한민국 보물)이 느낌은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두 분이라 힘들지 않고, 또 외롭지 않을 것 같다.
두 분 부처님 앞 작은 의자에 또 한참을 앉아 좋은 인연은 어떤 인연인지 느끼고 있다.
어떤 이가 바라는 게 꼭 이루어지기를 내가 바라고 있다면 그것이 좋은 인연이 아닐까?
그 어떤 이도 내가 바라는 게 꼭 이루어지기를 바래준다면 더 좋은 인연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바라는 것 없이, 그저 보고 싶어 진다면, 그건 참 좋은 인연이 닿아 있는 게 맞아 보인다.
살아가다 문득 누군가가 나를 보고 싶어 한다면 그것 참 행복할 것 같다.
그런 게 좋은 인연이 닿아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인연, 참 예쁜 말이다.
좋은 인연이라는 말에는 손수레 바퀴 자국이 양갈래로 나있는 좁은 풀숲길에서 나는 오래된 풀향기가 난다.
저 큰 바위에 새겨진 두 분 부처님의 억겁(億劫)의 인연(因緣)이 참 부럽다.
한참을 앉아 있다 뒤돌아오는 발걸음이 아쉬움보다 다시 또 뵐 수 있으리라는 설렘이 더 크니, 좋은 인연이 닿은 게 틀림이 없어 고마웠다.
문득 보고 싶은 이가 있다는 건, 좋은 인연이 그와 닿아 있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