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가톨릭 냉담자의 사찰기행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에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by
높은구름
Jul 23. 2023
아래로
.
.
.
.
.
가톨릭 미사 중 최고 절정의 순간은 작고 둥근 순백의 밀떡을 신부님에게 받는
영성체(領聖體) 순간일
것이다.
그리스도의 몸, 그 자체로 최고 경지의 믿음을 보여주는 미사의 핵심.
그리고 그 믿음의 핵심 순간 직전의 고백과도 같은 기도문이 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더 이상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는
절대적
신앙고백이다.
영혼마저도
나을 수 있다는 믿음..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가톨릭의 핵심이라 감히 말하고 싶어 진다.
물론 그 한 말씀이 너무 어렵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한 말씀을 벌써 들었을지도 모른다.
어리석은 이의 귀로는 애써 외면했기에 계속 힘든 것일 수도 있을 거고..
어쩜 진리는 통한다는 단순 명제가 아무런
기대 없이 비 오는 작은 언덕을 오르는 길에서 이루어지고 말았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대한민국 국보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瑞山 龍賢里 磨崖如來三尊像
, 대한민국 국보)
.
여전히 아무런 말도, 어떤 해석도 다 무용
(
無用
)하다
.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모든 것이 다
나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저 웃기만 하신다.
그런데 나도
웃을 수밖에 없다.
영성체 직전 그 기도문의 내겐 너무도 어렵던 그 '한 말씀'의 뜻을 여기 마애여래삼존상의 그 장난기 가득한 웃음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저 바라보기만 했는데....
그렇게 옆에 있기만 했는데...
그 웃음을 필력 미천한 글로 다 헤아리지 못 함이 슬프지만, 진리
가 통하듯, 진리는 그렇게 복잡하고 어렵지 않음을 서산의 작은 언덕 위 바위에 새겨진 불상들에서 알게 되어 다행스럽다.
비가 오는 그곳에서, 비가 오기 때문인지 세
분의
넘칠 듯 환한 웃음을 홀로 뵐 수 있는 순간을 고맙게 가졌다.
되돌아
내려
오는
길, 왜 그렇게 자꾸만 되돌아 올려보게 되는지...
.
.
.
'제 영혼
이
곧 나으리이다.'
마애여래삼존상
충남 서산시 운산면 마애삼존불길 65-13
keyword
불교
서산
여행
73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높은구름
직업
의사
보고 싶은 것들을 보고, 또 보고 싶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상의학과 의사입니다.
구독자
313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논산 관촉사에서
파주 용암사에서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