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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하는우주인 Oct 13. 2024

4. 함께 일하는 사람들

근묵자흑이란 말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코리안 마피아와 함께한 LA 레이오버



4. 함께 일하는 사람들

근묵자흑이란 말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경제관념이나 경제사정에 따라 지인을 판단하거나 기준으로 삼지 않는 편이었다. 우리 회사에는 다양한 국적의 크루들이 있기 때문에, 정말 가지각색의 경제 사정을 접한다. 1인 가정으로서 가장인 나에게 그들은 참으로 대견스럽기까지 한다. 그들은 보통 거의 모든 가족을 먹여 살린다. 사실 그것이 부모님, 동생 정도에 한정된다면 난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급기야 친척들까지 지원하는 크루들을 본다. 나는 이 부분을 크게 존경한다. 나는 해낼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의 가족들은 내가 나로서 잘 살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행운아이다. 이런 사정은 회사에서 크루를 대하는 처우를 달리하는 길로 이끈다. 이러한 크루들은 절대로 회사를 나가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려 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No라고 말하지 않는 서비스라곤 하지만, 너무 No를 하지 않아 같이 일하다 보면 승객들의 개인 비서로 자신을 착각하는게 아닌가 한다. 컴플레인은 그들에게 기피 대상이다.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위치가 곤란해진다면 나는 조금 분노하게 된다.


그들의 사정을 이해한다. 한 가정을 책임지는 건 정말 어깨가 무거운 일이다. 다만 나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줄 모른다는 태도로 있는 그들의 처지가 조금은 슬프다. 권리는 당연하다. 그러나 사실 중동 항공사의 크루들이 자신의 권리를, 타 항공사에 비해 관철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기가 힘들다. 각자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는 그로 인해 우리의 처우가 부득이함에도 담담하게 일하는 처지가 슬플 때가 있다. 그러므로 사실 회사와 나의 기로에서 길이 다르다면 내가 물러나는 것이 맞다. 


돈이 중요하기에, 사실 모든 대화는 금전적인 이야기로 끝난다. 나도 돈을 좋아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어서 대개 이런 대화에는 끼지 않는다. 그들도 한국인들의 사정이 자신과 다르다는 걸 알고 있다. 그들은 사실 이곳에서 일하면 땅을 몇 채씩 사고 집을 짓는다. 집을 사기도 한다. 경제 사정은 점점 괜찮아지고 그들의 입은 귀에 걸린다. 그래서 더 오래 다니기도 하고 충성심도 대단하다. 물론 나도 회사의 규칙을 준수하지만 그들의 충성심은 그 이상이다. 그래서 회사와 자신을, 크루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는 이들을 많이 목격한다. 


나는 아르바이트에서부터 인턴, 정규직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이곳에 왔다. 그래서 비교 대상이 많다. 그런 고로 나는 성장했고 나의 권리를 주장하고 누릴 줄 아는 사회인으로 자라났다. 그러나 첫 직장인데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해 들어오는 그들에겐 이것이 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그 와중에도 조금 다른 생각으로, 냉소적인 태도로 회사를 보는 나와 같은 이들도 있다. 


사회인으로 나는 내가 노예가 아님을 알고 있다. 그러나 회사는 때로 노예 아닌 노예가 되길 요구한다. 노예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 줄을 섰다. 회사의 콧대가 높은 이유를 알 만하다. 그러나 나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으리. 나는 사회인이며 경제인이고 1인 가정의 가장이다. 어디를 가든 기준점을 세워야 하는데 특히 중동 항공사에선 이 점이 더 부각되는 듯하다. 


나의 목표는 뚜렷했고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닌 상태에서 여기에 조인한 것이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목표를 향해 뛰었고 때론 넘어졌지만 당당히 일어나 걸어갔다. 나이가 그리 어리지 않아서 이미 사회를 깊이 체험했고 이는 회사에서 일할 때 내가 아주 유리하게 작용했다. 아닌 건 아니고 맞는 건 맞다는 걸 구분하는 눈이 내겐 있었던 것이다. 물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회사에 들어와 이미 내 나이에 수퍼바이저가 된 이들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는 나의 일부이며, 이 회사를 떠나도 나는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내게 큰 이득이다. 때로 회사에 지나치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다 보면 진취적인 사고가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회사와 나의 관계가 기간이 정해 있는 계약임을 알았다. 그러나 기간을 정하지 않고 온다면 삶이 고달파질 수 있다. 물론 이곳에 잘 적응하는 이들도 있기에, 내 의견은 일부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하지만 이곳에서 가족을 꾸리고 평생 살 것이 아니라면 응당 기간을 정해야 한다. 그것이 당신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하리라. 


물론 열정있고 배울 점이 많은 크루들도 본다. 다양한 언어를 구사해 놀라게 하기도 하고, 국적이나 성별,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능동적 삶을 꾸려 나가 또 한번 내게 새로운 시야를 선사하는 이들도 있다. 그럴 때에 나는 정말 즐겁다. 그때서야 다양한 국적의 크루를 가진 우리 회사의 장점을 몸소 체험한다. 또 한번, 나는 성장했다. 어떤 경험이든 나를 성장하게 해준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 고로 우물 안에만 내가 머물지 않도록 내 세계를 흔드는 경험은 참으로 짜릿하다. 어떤 항공사든 장점과 단점을 뚜렷하다. 내가 찾은 방법은 장점을 누리며 즐기는 것이었다. 모두에게 각자의 방안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LA 레이오버에서, 무한한 응원을 보내며 글을 마친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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