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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루피맘 Dec 14. 2022

엄마의 자리

홀로서기

며칠 전 딸아이와 집 근처 도서관에 갔다.
어린이집 하원 전에 내가 빌렸던 책을 미처 반납하지 못해 아이와 구경도 할 겸 함께 들렀다.

내 책을 먼저 반납하고 유아도서 코너에 갔다.
하지만 딸아이는 책 읽기보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만져보는 걸 더 즐겼다.

아이 손을 잡고 한쪽으로 가서 얼른 책 네 권을 고르고 나왔다.
오늘의 잠 자리 독서 책은 해결된 것이다.

도서관 나들이를 마치고 저녁 일과를 보냈다.
그리고 오늘 빌렸던 책을 들고 딸아이와 침대에 누웠다.
후다닥 고른 책이었지만 책 내용과 그림체가 꽤 만족스러웠다.

세 권을 읽고 이제 마지막 한 권이 남았다.
노란색 표지의 책.
'인스타 피드에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와, 무려 44쇄나 했다니 인기가 많은 책인가 보구나.'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하며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책 후반쯤 이런 내용이 있었다.

'언젠가
네가 더 멀리 떠나고
엄마는 혼자 집에 남아 있을 날이 오겠지?
그래서 아주 아주 오랫동안 떨어져 있을 날도 오겠지?
그래도 괜찮아.

너는 엄마가 보고 싶어도
꾹 참고 재미나게 세상을 누빌 테고,

엄마는 네가 보고 싶어도
꾹 참고 재미나게 하루하루 지낼 테니까.

아주 오랫동안 서로 보지 못한다 해도
언젠가 우리는......

꼭 다시 만날 테니까.

사랑하는 아이야,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렴.
날다가 힘들어 쉬고 싶을 때
언제든 돌아오렴.

엄마가 꼭 안아 줄게.'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글 윤여림, 그림 안녕달

아이와 즐겁게 책을 읽다가 그만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아이도 영문을 모른 채 나를 바라보며 우리가 헤어지는 거냐고 울먹였다.


 "아니야 아니야, 우리가 헤어지는 게 아니야.

  나중에 네가 더 커서 엄마 없이도 많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때 그때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나는 왜 눈물이 쏟아졌던 것일까?
언젠가 아이가 내 품을 떠날 것을 생각하니 허전해서 그랬을까?
나는 어떤 엄마로 아이 곁에 존재하게 될까?

딸아이는 올해 4살이다.
아직 엄마밖에 모르는, 엄마 품이 자기의 전부인 시기이다.
시간이 지나 또래를 알게 되고, 이런저런 학업을 병행하게 되면 엄마 품을 떠나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겠지.
요즘 아이들은 발달과정이 빠르다고 하니 나의 어릴 적과는 또 다르지 않을까 싶다.

나는 아이가 스스로의 인생을 가꾸며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아이의 마음 한편에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진 엄마를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걱정은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데 있어 생각보다 크게 발목을 붙잡는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의 문구처럼 아이가 힘들고 지칠 때 나에게 기대어 사랑과 위로를 듬뿍 받고 다시 힘을 내길 바란다. 아니,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꾸준하게 스스로를 발전시킬 취미나 일거리를 찾고 있다. 아이가 나에게서 조금씩 독립하는 만큼 나도 아이에게서 조금씩 홀로서기를 준비하려고 한다.

각자 생각하는 엄마의 자리가 있겠지만,

나는 딸아이가 자유롭게 바르게 즐겁게 자신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나 역시 즐겁게 내 인생을 잘 살아갈 것이다.

오늘도 나는 조금씩 홀로서기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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