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 처음 집에 온 날
아기 루는 자그마한 박스에 담겨 나에게 건네졌다. 추울까 염려되어 박스 겉면에 핫팩을 붙였다. 아이가 있는 박스를 보조석에 조심히 내려놓고 마음이 콩당콩당 두근거렸다. 입술이 씰룩씰룩 알 수 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사실, 루는 수빈이에게 주는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이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수빈이는 여전히 산타의 존재를 믿고 있었다. 아름다운 환상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온 가족이 합심해서 부던히 애를 쓴 결과였다. 이제는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과 할 수 있는 한 동화같은 환상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던 해였다.
성빈이를 통해 전해들은 수빈이의 소망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고양이 키우고 싶대.”
“고양이? 고양이 인형?”
“아니. 살아있는 고양이.”
이를 어쩌나. 고양이는 키워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나는 고양이를 무서워했다. 고양이 인형으로 대신할까, 산타 할아버지는 엄마가 반대하는 것을 선물할 수가 없어 인형으로 대신했다고 할까 오만가지 생각에 골치가 아팠다.
그때, 앵무새가 생각났다. 언제였던가. 오래 전 잠시 키웠던 왕관앵무새 유키. 순하고 조용했던 아이. 그래, 앵무새로 대신하자! 그리고는 곧바로 앵무새 카페를 검색하고 이웃 동네에 새로 오픈한 앵무새 카페를 찾아냈던 것이다.
수빈이를 일찍 재우고 루를 거실로 데려왔다.
“아가야 여기가 네 집이야. 나는 엄마야, 엄마. 아가야 우리 아가 예쁘네.”
손바닥에서 루를 내려놓고 가만히 루를 바라보았다. 루는 낯선 곳이 두려웠는지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작고 둥근 머리는 내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조금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나고 긴장이 풀려서였을까, 루가 몇 걸음 걷더니 내 손목에 얼굴을 댔다. 여리고 따스하고 보드라운 느낌이 느껴졌다.
“아가야?”
그러고는 루는 눈을 감았다. 내 손목에 자신의 얼굴을 대고 루는 한참동안 잠을 잤다.
계속 내 손목에 기대어 재울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자그마한 루를 새장에 재우고 싶지도 않았다. 새장 속에서 혼자 무서우면 어쩌나 추우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아가야 잠깐 일어나보자.”
조심히 루를 손바닥에 올렸다. 루는 잠시 놀란 듯 눈을 뜨더니 이내 다시 눈을 감았다. 보일러의 온도를 높이고 거실 한쪽에 이불을 깔았다.
“아가야 따뜻하게 이불 속에서 자.”
루를 이불 속으로 넣고 그 옆에 누웠다. 조심히 이불을 올려 루가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하곤 했다.
집에 온 첫날, 아가 루는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