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아이폰 이론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는 모순 덩어리의 인간들

by sun
아이폰 디자인을 욕하던 자들이 결국 같은
디자인을 찬양하게 되는 기이한 순환의 심리학



어느 사회든 똑같다.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사람들은 일단 욕부터 한다.

아이폰이 매년 발표될 때마다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다.

“카메라가 왜 이렇게 크냐.”

“모서리는 또 뭐야.”

“이건 도저히 디자인이라 할 수 없다.”

발표가 끝나면 온라인의 수많은 공간은 비난으로 대동단결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다른 곳에 있다.

몇 달 뒤, 그 욕을 가장 크게 했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새 아이폰을 손에 쥐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말은 이렇게 바뀐다.

“보다 보니 예뻐.”

“실제로 보니까 괜찮더라.”

“확실히 실물이 더 나아.”


당신이 가질 수 있는 상황이 되었기에

비난의 잔류를 거두는 것인가?

그들은 비판이 아닌 비난과도 가깝다.

예시로 카메라 디자인이 크면 그에 맞게 카메라가 "왜?" 크게.구조 설계가 되었는지 확실히 알아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순간이야말로 현대인의 사고가 얼마나 손쉽게 ‘길들여짐’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은 ‘새로움’에 열광하는 것 같지만 사실 새로움은 그들을 불안하게 한다.

새로운 디자인은 낯설고, 낯섦은 위협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처음엔 방어적으로 비난한다.

자신의 감각이 틀렸다는 불편함을 피하기 위한 심리적 장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상황은 바뀐다.

낯선 것은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정상’이 되고, 정상은 곧 ‘선호’가 된다.

이 현상은 심리학에서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라고 불린다.


문제는 이 효과가 개인의 취향을 만들어주는 척하면서 사실은 빼앗아간다는 점이다.

취향을 갖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사실 취향이 아니라 순응을 경험하고 있을 뿐이다.

‘보다보니 예뻐’라는 말은 취향의 탄생이 아니라, 상업적 흐름에 길들여진 감각의 패배선언에 가깝다.


아이폰의 디자인 변화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그 시각적 외관이 좋고 나쁘다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주체적 판단 없이도 충분히 소비할 수 있는

현대인의 무기력한 인식 태도다.


왜 사람들은 매번 같은 패턴을 반복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사람들은 ‘혼자 틀릴까 봐’ 두려워한다.

새로운 디자인을 처음엔 욕하는 이유도, 모두가 욕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태도를 바꾸는 이유 역시 모두가 적응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개인의 판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건 오직 집단의 분위기다.


집단은 항상 옳아 보인다.

잘못해도 함께 잘못하면 덜 부끄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은 자기 모순에 당당하고, 자기기만에 능숙하다.


“예뻐져서가 아니라 익숙해진 것이다.”

이 단순한 사실 하나에 눈을 뜨는 순간,

우리는 대중의 미학이 얼마나 표면적이고 기계적인지 이해하게 된다.


아이폰 비판의 본질은 디자인이 아니라

인간의 적응 욕구와 인정 욕구가 충돌할 때 나타나는 심리적 진동이다.

욕하지만 결국 산다.

별로라 해놓고 결국 소유한다.

무섭다, 못생겼다 해놓고 결국 예쁘다고 말한다.

그리고 휴대폰 정도로 무겁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웃길 뿐이다.

이들은 도대체 일상생활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잘만 들고 다니면서 말이다.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예뻐졌습니까,

아니면 보기만 했을 뿐입니까?


사람들은 보이는 것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지는 방식’을 닮아간다.

유행은 본질적으로 미학의 승리가 아니라

반복의 승리이며,

반복은 결국 거부할 힘이 없는 사람들의 패배다.


아이폰의 디자인은 매년 바뀌는 것 같지만,

사실 바뀌지 않는 것은 대중의 반응이다.

감각은 쉽게 길들여지고,

취향은 쉽게 포기되고,

정신은 쉽게 끌려간다.

대중은 자기 취향을 갖는 대신

회사와 사회가 정해준 취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존재가 된다.


“보다보니 예뻐.”

이 말은 단지 감상평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 감각의 사망신고와 같다.

개인은 사라지고,

대중의 반복된 이미지가 그의 취향을 대신한다.

이 글은 아이폰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당신의 주체성에 대한 질문이다.


당신은 정말로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가,

혹은 판단하는 척하며 이미 길들여진 감각을

당신의 취향이라 믿고 있는가?


우리는 제품을 평가하는 줄 알지만,

사실은 그 제품이 우리의 감각을 평가하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쉽게 적응하고,

얼마나 빠르게 잊고,

얼마나 당당하게 모순을 합리화하는지를.


결국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당신은 무엇에 적응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적응은 정말 당신의 선택인가?

저항 없이 순응하는 감각은

언젠가 한 가지 결말에 다다른다.

자신이 왜 예쁘다고 느끼는지조차 설명할 수 없는 상태.

그저 “보다보니”라고 중얼거리며

세상이 준 감각의 잔여물을 자기 취향이라 우기는 상태.


그게 바로 현대인의 미학적 몰락이며,

대중에게 가장 흔한 윤리적 타락이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