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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Oct 23. 2022

1. 이번 생은 틀린 줄 알았지

You are What you eat


 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 4 차이다. 가끔은 정체 모를 국물이나 양념도 먹기 때문에 한국식으로는 '비덩'이라고 분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비덩이란 비건 + 덩어리의 합성어이다. 멸치 육수가 주된 베이스인 한식과 액젓이 들어간 김치를 많이 먹는 한국 문화상 완벽하게 비건을 실천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그래도 지속적으로 비건을 지향하기 위해 만든 하나의 방법을 일컫는 말이다. 어쨌든 나는 덩어리 고기는 먹지 않고 회는 가끔씩 먹고 우유와 달걀은 거의 소비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다.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것은 계기와 이유 같다. 그래서 이 글도 그 이야기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처음 채식을 시작한  2019 5월이었다. 사실  이전에도 채식에 대한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생각으로 그쳤었다. 이유는 내가 고기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삼겹살, 치킨 같이 보편적인 메뉴는 물론이고 곱창, 닭발, 껍데기 등등 호불호가 갈릴 법한 메뉴까지. 한국부산물협회는 없을까 검색해  만큼 온갖 종류의 동물성 식품을 좋아했었다. 그래서 생각만 하고 살았던  같다. 해야 한다는 어떠한 사명감은 있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그냥 외면하고 살았다. 불편한 마음을 달래려 "채식하는 사람들 대단해, 나는 이번 생은 틀린  같아."라고 말하고 다녔다. 더군다나  무렵 만나던 애인은 내가 채식을 시작해보겠다고 하는 것에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나도 고민이 깊던 차에 쌍수 들고 환영해줘도 망설여질 텐데 반대 아닌 반대까지 하니 그냥 살던 대로 살자 흐지부지해졌다.


 그러던 와중 어떻게 보면  인생의 거대한 변곡점인 2019 4월의 어느 , 나는 친구와 가로수길에 갔다가  타코 집에 가게 됐다. 그곳에서는 타코의 속재료를 선택할  있었는데 비프, 치킨 말고도 베지테리언 옵션이 있었다. 내가 그때 그것을 선택했을까? 아니, 나는 비프 타코를 골랐다. 이유는 맛있으니까. 그런데 주문한 타코가 나오고 그걸 먹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베지테리언 타코를 주문해서 먹었다면 나는 채식을 실천할  있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내가 여태 머리로만 생각했구나 그냥 하면 되는 건데, 어려울  아니었는데 하는 깨달음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남들이 보기엔 그리 대단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 시간이 흘러  순간을 회고하자니 나에게는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깨달음이긴 했다.

그래 한번 해보자라고 생각한 나는 남은 4월을 유예 기간으로 가졌다. 외식으로 뼈해장국을 먹으러 가면 이게  인생의 마지막 뼈해장국일까 싶었다.

그리고 2019 5 1 나는 채식을 시작했다. 단계는 페스코 베지테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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