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둘째 고민
어제 샤워하다가 문득 생각을 해봤다.
나는 둘째를 가지고 싶다는 말을 친구들에겐 자주 했다. 남편에겐 거의 하지 않았고. (행여 실제로 옮기게 될까 봐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친구들에 비해서 일찍 아이를 낳고 기른 편이라, 동갑내기 친구들은 이제 막 아이를 낳거나, 신생아를 키우거나, 아이를 가지려고 마음을 먹는 단계다. 반면 나는 지금 내년에 학부모가 된다. 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친구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을 보면서, 또 첫째를 어느 정도 키운 친구들이 둘째를 가지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아이를 낳아 기르던 20대 후반의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며 지독히도 힘들어했던 3~4년 전 (어쩌면 지금도)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든다. 어차피 이렇게 일찍 육아를 시작하게 되었을 바에 그냥 둘째까지 빨리 가져서 키웠다면 좋지 않았을까. 그 당시에는 힘들었겠지만 지금은 모두의 부러움을 사면서, 둘째에 대한 고민도 없이, 그냥 홀가분한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외동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중에는 단호하게 외동을 키우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둘째 고민을 끊임없이 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어제 아이가 학습지를 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나는 내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둘째는 어쩌면 내가 내 인생에서 늘 욕심내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나는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 없다. 말로는 '퇴사'를 외치지만 그것은 일을 하고 일정 정도의 수입이 지속적으로 있을 때를 가정하고, 회사에서 스트레스받아 벗어나고 싶을 때 외치는 것일 뿐, 실제로 가정주부가 될 마음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일정 수입을 벌게 될 수 있을 경우라고 하더라도 내가 집안일에 흥미와 재미를 붙일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
이럴 바에 둘째 고민은 깔끔하게 끝내고 이제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아이는 여전히 나와 남편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하겠지만 이제 말 못 하던 신생아 시절, 24시간 밀착케어해야 했던 그 시절은 지났으니 이제는 나의 자기 계발을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도 쓰고, 자격증을 위한 공부도 하고, 어쩌면 이제는 이직에 도전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회사원이라는 정체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이나 창업에 도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해외여행에서도 이제는 조금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노후 대비를 위한 여러 가지 계획들도 구체적으로 세워볼 수 있을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그래보자고, 다시 한번 나에게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