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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May 21. 2023

n번째 이별-2

6년 간의 연애를 몇 번인지 모를 헤어짐과 재결합을 거쳐 드디어 끝냈다고 글을 썼었다.

이별이라는 시대불문 부동의 인기 키워드 때문인지 조회수가 조금씩 꾸준히 올랐는데, 아마 그 글을 읽은 사람들 중 몇몇은 글에서 나타난 구질구질한 미련을 눈치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지난 연애에서 주로 차였고, 먼저 붙잡는 쪽이었다. 차였을 때도 내가 먼저 연락했고 내가 차고도 먼저 연락했다. 상처가 쌓이고 쌓여 결국 울며불며 모진 말과 함께 이별을 통보해 놓고 “정말 내가 없어도 괜찮겠냐”며 또 울며불며 매달리던 지난날의 내 모습은 도무지 실드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다툼 없이 평화롭고 순탄한 연애를 하는 커플은 당연히 드물겠지만, 한 명이 애정결핍에 집착형, 한 명이 회피형인 연인의 연애는 특히나 정말 말도 안 되게 지치고 힘이 든다.

얼마나 애틋하든, 얼마나 좋아하든,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든, 그런 건 다 소용이 없다. 좋은 순간보다 화나고 속상하고 지치는 순간이 훨씬 많다. 하루 걸러 하루 싸우고, 몇 시간 걸러 한 번씩 싸운다.


사랑하는 사람과 그런 과정을 겪는다는 건 정말 마음 아프다. 결국 상처로 남아 계속 나를 힘들게 한다.

흔히들 시간이 해결해 준다, 지나면 희미해진다, 결국엔 잊어진다는 위로를 해주지만 만난 시간이 길수록 그게 잘 안되니까.


이별한 지 1년이 다되어가는 지금까지 나는 아직 새로운 연애를 못하고 있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힘들고 지치는 관계도 몇 년이나 끌 수 있게 만들 만큼

나한테는 너무 매력적이었던 그 사람 잘못이다.


헤어지고 한참이 지난 뒤, 일과 인간관계에 너무 힘들고 지쳤던 어느 날이었다. 연락을 했다. 도무지 힘이 안 나 지친 티를 숨기지 못하는 목소리로 위로 한 마디를 부탁했다. 이 정도쯤은 해줄줄 알았는데 단칼에 거절당했다. 단호한 모습에 너무 마음이 상해 결국 참던 울음이 터졌고, 훌쩍거리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밤늦게 카톡이 왔다.

자기가 위로를 잘 못하는 성격인 걸 알지 않냐는 변명 한 마디,

그것 때문에 내가 서운했을 걸 자기도 알고 있다는 공감 한 마디,

그리고 미안하다는 한 마디.


우리가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에 마음이 아팠지만

그가 하루 동안 날 생각하다가 그 연락을 보냈을 거라 생각하니 조금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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