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 Oct 14. 2022

n번째 이별

6년 간의 연애, 마지막 이별

이제 정말 너랑 끝이야.

다시 만날 일 없어.

그와 나 사이에 수없이 오간 말.


내 첫 연애이자 그의 n번째 연애, 우리의 연애는 작은 호기심과 관심만으로 시작되었다. 만나기로 하고 나서부터 마음을 점차 키워갔고, 사랑한다는 말도 사귄 지 한 달 만에야 처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채 3개월도 되지 않았을 무렵, 연락 문제로 ‘깔끔하게’ 헤어졌다. 기간이 짧았던 만큼 군더더기가 없었다.


“우리 안 맞는 것 같아, 그만하는 게 좋겠어.”

“그래, 그러자.”


이후 한 달의 기간 동안 서로에게 한 번씩 연락했으나 타이밍이 맞지 않아 어긋났다. 그리고 헤어진 지 반년이 지나 다시 만났다. 술도 안 마신 멀쩡한 내가 그를 불러냈고, 그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내 연락에 한달음에 날 만나러 와주었고. 다시 만나자는 말도 필요 없었다. 그냥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손을 따듯하게 잡아주고, 그렇게 관계를 이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이후에도 몇 번이나 반복하며 햇수로 6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함께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서로의 부재를 통해 소중함을 느끼기도 했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20대 절반을 서로에게 쏟았다.


그리고 가장 최근, 카톡으로 크게 다툰 후 2주 만에 얼굴을 본 날.

우리는 서로에게 지칠 대로 지쳐있었나 보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고 좋은 마음은 잠시뿐이었다. 데이트하는 내내 서로의 사소한 말투와 행동에 감정이 상했고, 분위기는 차가워져만 갔다. 결국 나는 복받쳐 울어버렸다.

소리도 내지 않고 눈물만 뚝뚝 흘리며 우는 나에게 그는 "질질 짜지 말라"는 차가운 말을 건넸다.

그날을 끝으로 나는 마지막으로 이별했다.


사실 나는 결혼에 별 뜻이 없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부터 그와 함께하는 결혼 생활을 자연스럽게 상상했었다.

당연히 결혼까지 할 거라고 생각했던 내 주변의 오랜 커플들이 하나둘 헤어지고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도, 난 이 사람 외의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나를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이 관계를 놓지 않는다면 설령 우리가 또 헤어지더라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내 감정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


이땐 이래서, 저땐 저래서, 만나는 내내 갖은 이유로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이었다. 나는 내 스트레스와 그의 스트레스를 모두 안아야 했다. 예민한 탓에 잦아지는 말다툼에 힘이 들었고,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줄어가는 연락 빈도에도 지쳐갔다. 예쁘다라던가 사랑해 같은 애정 어린 말들은 점점 듣기 어려워졌다.


매번 여러 상황 때문에 헤어지더라도 끝끝내 다시 이어 붙여 관계를 지속하고 싶어 하던 나도 점점 지쳐갔다.


누가 물어보면 내가 차였다고 말했었지만 사실 그게 맞는지 헷갈린다.

마지막으로 데이트했던 그날,

“우리 앞으로 더 보긴 하는 거야? 이 다음 만남이 있긴 해?”라고 말한 게 나였으니까.


그렇게 내 6년 연애는, 몇 번째인지 모를 마지막 이별로 끝내 마무리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