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날
8월의 마지막날.
12달 중에 여덟 달이 갔으니 66%, 거의 70%가 지나갔다. 어떤 일에서 70%가 되면 거의 다 됐다고 하는데 올해도 거의 다 지나간 것이다.
이젠 그야말로 하반기일 뿐만 아니라 9월에 중국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추운 계절이다. 옛날 로마에서는 겨울은 달력에도 포함시키지 않았을 정도로 일하지 않는 시기이니 어찌 보면 올해도 거의 다 갔다.
그렇지만 이곳 강화도에서는 다시 새로 시작되는 것도 있다. 6월 초에 심은 오이 수확을 끝내고 철거한 이후 이 달 초에 다시 새로운 오이모종을 심었다. 이른바 가을 오이이다.
여름 한 철 정말 오이 때문에 마트도 안 갔었는데 오이가 안 나오니 먹거리가 줄었다. 가을에 따먹는 오이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부랴부랴 모종상회에서 모종을 사다가 심었더니 3주 만에 오이꽃도 피었고 줄기도 30센티미터 이상 올라와서 어제 유인줄을 달고 집게로 고정시켜 주었다. 대박의 조짐이다.
또 새로이 심은 것은 양배추이다. 일찍 심은 양배추 모종은 착근(着根)을 하여서 이파리가 제법 커졌고 그보다 한 주 뒤에 심은 것은 모종이 부실하여 일부는 죽고 일부가 살아남았는데 제대로 성체로 자랄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다. 그래도 먼저 심은 6개의 모종만 잘 자라도 가을은 풍성해질 수 있다.
오이와 양배추만 있으면 우선 아침 샐러드 재료로는 충분하다. 여기에 사과나 토마토 하나만 곁들이면 주식인 샐러드는 해결되는 것이다. 자급자족에는 한참 멀었지만 내가 생산해서 내가 먹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뿌듯하다. 집사람은 마트에서 돈 주고 안 산다는 것에 더 만족하는 듯하지만 내가 직접 키운 채소가 자라서 나의 식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것이냐? 수렵채취인이 농업혁명을 통해 정주생활을 시작하면서 인류의 불행이 시작됐다는 견해도 있지만 텃밭 농사는 나의 주요한 일과이고 큰 기쁨이다.
오이와 양배추 수확을 마치고 나면 그 자리에는 다시 봄을 기다리는 튤립을 심을 것이다. 6월 초에 구근을 캐서 창고에 보관했던 튤립 구근상태를 보니 일부는 썩어버린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잘 건조되어서 비교적 상태가 양호하다. 이 구근들도 재작년에 심은 것을 작년에 꽃이 진 후에 캐고 그것을 작년 겨울에 심었다가 올해 꽃을 보고 다시 캔 것이니 나에게로 와서 벌써 3대의 싹을 틔울 구근이다. 구근의 양도 1년 6개월 전에 구입한 양보다 3배나 불어났다. 내년 봄에는 나의 정원이 튤립으로 가득 찰 것이다.
이렇게 새로이 시작하는 희망과 기대가 8월의 마지막날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