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 - Day 4

몬주악 성 &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by 미르

부모님께서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마라톤 경기로 바르셀로나란 곳을 알게 되신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몬주익 언덕 위의 몬주익 성에 가는 계획을 세웠을 때, “서울에 온 관광객들이 남산에 올라가서 서울의 풍경을 한눈에 보는 것처럼 우리도 몬주익 언덕에 올라가서 바르셀로나 전경을 보자'라고 하시면서, 티비에서 봤던 몬주익 언덕이 얼마나 힘든 곳인지 한번 경험해 보자고 하셨다.





이 날은 이전과 달리 오전 9시에 숙소에서 조금 일찍 출발해서 몬주익 성을 향해 버스를 탔다. 바르셀로나 시내와 지중해 풍경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아뿔싸... 엉뚱한 네이버 블로그 후기를 참고한 탓에 근처의 국립 카탈루나 미술관 근처에 내려버렸다


다행히도 그곳에서 사그리다 파밀리아 대성당과 바르셀로나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 풍경을 배경으로 어머니의 멋진 사진을 찍어드릴 수 있었다. 엉뚱한 곳에서 내린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약 20분 간 언덕길을 따라 몬주익 성을 향해 걸어갔다. 생각보다 경사가 꽤 가파르고 서서히 더워지면서 마치 서울 남산을 오르는 듯했다.


그렇게 올라간 몬주익 성의 첫인상은 기대만큼 화려하지 않았지만 책에서 본 '성형요새(星形要塞, Star Fort)'을 제대로 보여준 성이었다. 위에 올라가니 지중해를 향하고 있는 옛 대포들과 성벽 안에 감싸진 내부 광장이 인상적이었다. 이 풍경을 통해 이곳이 권력자들이 머물던 성이 아닌 바르셀로나를 방어하던 군사요새란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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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정말 초가을의 정석 같은 날씨였다. 선선한 바람이 계속 불어오고 푸른 하늘에 은은하고 긴 구름이 그림처럼 펼쳐져 이었다. 이번 여행 내내 이런 날씨가 계속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좋았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몬주익 성에 스페인 국기가 아닌 카탈루냐 깃발이 걸려있던 점이었다. 카탈루냐 지방이 독립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알고 있긴 했지만, 공식적인 관광지에 카탈루냐 깃발만 있고 스페인 국기가 없던 점은 하나의 관광 포인트처럼 보였다. 단순한 깃발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국기와 깃발이 가진 상징성을 생각해 보면 가벼운 부분은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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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몬주익 성을 가는 길에 어떤 사람으로부터 'Ni Hao'란 말을 들어서 그랬는지, 관광을 마치고 시내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 다소 실망스러운 문구가 눈에 띄었다. 관광업에 종사하지 않는 현지인들 입장에서 평화스럽고 잘 살고 있던 동네에 관광객들이 몰려와서 불편하다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관광객 입장에선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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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관광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시 쉬고서 오후에는 이번 스페인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방문했다. 가우디의 마지막 작품이자 아직도 완공되지 않은 건축물이란 사실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장소이기도 했다. 지하철역 출구부터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가자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대성당을 마주한 순간 자연스럽게 '와... 정말 큰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으로도 수없이 봤던 곳이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본 대성당의 크기는 생각보다 더 거대했다. 그리고 수많은 관광객들과 방문객 유형 별로 구분한 여러 입장구역에서 이곳에 세계적인 관광 명소란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입구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불과 20분 만에 따르게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성당의 외관은 압도적이었지만 내부는 마치 숲 속에 온 것처럼 독특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독특한 천장 구조물과 높게 뻗은 기둥 그리고 양쪽 벽면의 스테인글라스를 통해서 들어온 빛은 다소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오후에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방문해서 성당 내부는 전체적으로 붉은 톤의 분위기를 보여주면서 관광객들의 감탄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예전에 방문했던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나 로마의 판테온만큼의 감동을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에서 받지 못했다. '가우디의 미완의 대박'이란 독창적인 스토리텔링과 구조적 디테일을 관찰할 수 있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압도적인 감동은 전혀 없었다. 부모님도 비슷한 반응이셨다. 성당이 크고 웅장하긴 했지만, 주변에서 듣던 이야기만큼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평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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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만 남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뒤로하고서 저녁은 시우타데야 공원(Parc de la Ciutadella) 근처의 '뿌에르떼시요 보른(Puertecillo Born)'에서 해산물 요리를 먹기로 했다. 하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투어가 생각보다 너무 일찍 끝나는 바람에 식당의 저녁 영업시간 까지는 약 1시간 넘게 남아있었다.

그래서 시우타데아 공원을 산책하다가 벤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산책을 즐기는 가족 단위 사람들과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 운동에 집중하는 사람 등 현지인들의 일상을 보면서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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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특유의 느긋한 문화(?) 때문인지 구글 지도에 나와있는 저녁 영업시작 시간이 지났는데도 식당 문이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앞에 있던 '엘 보른 문화센터(El Born Centre de Cultura i Memòria)'에 들어가서 잠시 구경했다. 이곳은 옛 바르셀로나 시장의 흔적과 발굴된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로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전시물과 유물들이 있었다. '문화센터'라는 번역이 올바른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녁을 먹기 전에 둘어보기에는 딱 알맞은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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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다는 후기가 많아서 여러 해산물 식당 중에서 '뿌에르떼시요 보른(Puertecillo Born)'를 선택했다. 그리고 블로그 후기들의 사진에 가격표가 정확히 표기되어 있어서 스페인어를 잘 못하더라도 바가지를 씌울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로 작성된 구글 리뷰가 많아서 영어로 주문이 가능할 것 같았지만, 막상 가보니 직원들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조금 힘든 편이었다. 게다가 식당 안에서는 로밍 신호가 약해서 파파고 어플을 사용할 수가 없어서 손짓으로 해산물을 고르고 어색한 스페인어로 수량을 말하면서 겨우겨우 주문했다.



음식이 준비될 때마다 진동벨을 울려서 직접 찾아가도록 되어 있어서 스페인어를 못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음식을 받을 때마다 영수증에 직원이 줄을 그어 남은 메뉴가 무엇인지 서로 확인할 수 있어서 한결 편했다.

주문한 오징어 튀김과 뽈보, 토마토 홍합 스튜, 생선구이, 새우구이는 예상보다 훨씬 더 깔끔한 맛이었다.

비린내 하나 없이 해산물의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고 부모님의 입맛에도 잘 맞아서 음식은 정말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 먹고 나니 '좀 더 더 먹을까?'라는 고민이 스쳤다. 다른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음식들도 맛있게 보여서 더 주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마침 단체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여기서 더 먹으면 과식이야'라고 만류하셔서 깔끔하게 저녁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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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 밖으로 카탈루냐 광장의 분수대가 보였다.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분수와 도로에 가득 찬 차들을 보면서 바르셀로나가 스페인의 대표 대도시란 사실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면서 바르셀로나의 관광객에 대한 현지인들의 불만과 치안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느낀 바르셀로나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수많은 도시 중 하나일 뿐이었다. 위험하거나 불안하다는 느낌을 주기보다는 일상의 활기가 느껴지는 그저 '사람들이 사는 일상적인 도시'란 인상이 더 강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Basílica de la Sagrada Família)
주소 : Carrer de Mallorca, 401, L'Eixample, 08013 Barcelona, Spain
평점 : ★★
후기 :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곳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다


시우타데야 공원 (Parc de la Ciutadella)
주소 : Passeig de Picasso, 21, Ciutat Vella, 08003 Barcelona, Spain
평점 : ★★★★
후기 :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일상을 느끼기 좋다.


뿌에르떼시요 보른 (Puertecillo Born)
주소 : Carrer Comercial, 7, Ciutat Vella, 08003 Barcelona, Spain
평점 : ★★★★★
후기 : 스페인식 해산물 요리를 맛있게 즐기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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