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엘공원 & 공사 중인 캄프 누
바르셀로나에서 머무는 내내 가우디로 시작해서 가우디로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가득 찼고, 가우디를 향한 마지막 여정은 구엘공원이었다. 바르셀로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부유층을 위한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하려고 했다는 스토리와 '정말 좋았다'는 여러 후기를 듣고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만큼의 큰 기대가 있었다.
카사 바트요 앞에서 24번 버스를 타고서 구엘공원 입구 앞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공원 입구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긴 줄을 서며 대기하고 있었지만, 예약한 시간이 되자 기다림이 무색할 만큼 빠르게 입장했다. 오전 9시 반의 선선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볕은 구엘 공원을 둘러보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공원의 이곳저곳을 거닐다 보니 마치 자연 동굴을 모티브로 한 듯한 기울어진 석주회랑과 독특한 여러 구조물들이 눈에 띄었다. 그 앞에서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구엘 공원의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었고, 나도 부모님의 모습을 최대한 많이 남기고자 했다.
처음 구엘 공원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자연스러운데 인위적이고, 인위적이면서도 자연스럽다'라는 묘한 인상과 함께 신비롭고 독창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계속 다닐수록 처음에 느낀 신비로움보다는 비슷한 풍경을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함이 조금씩 느껴졌다. 아마 가우디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건축과 공간 디자인을 내가 경험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구엘 공원에서 가장 기대했던 공간은 알록달록한 타일 벤치가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중앙광장이었다. 사진으로 보면 정말 매력적이라서 직접 가보면 훨씬 더 멋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눈앞에 마주하니 한국 어딘가 있는 놀이공원 광장에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벤치는 화려하고 앉아보면 생각보다 편안했지만, 이 장면 하나를 위해 아침 일찍 방문해야 했는지 조금 고민이 되었다.
그럼에도 중앙광장에서 내려다본 바르셀론 전경은 정말 훌륭했다. 왜 가우디가 이 언덕 위에 부유층을 위한 전원주택 단지를 계획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와 도시가 한 풍경에 담아낸 위치는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부모님과 '과연 우리 가족들은 이런 곳에 있는 집을 분양받을 생각이 있을까?'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결론은 '아무래도 우리는 도심지가 더 편하고 익숙해서 굳이 이런 곳까지 올 것 같지는 않다.'이었다. 풍경은 훌륭했지만, 생활의 편의를 중시하는 우리 가족의 성향에는 크게 맞지 않았다. 정말 T스러운 대화였다.
다소 아쉬움이 가득했던 구엘공원 관광이 예상보다 빨리 끝나면서, 이대로 바로 숙소에서 쉬기엔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오후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그래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던 'DeLaCrem'란 숙소 근처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젤라또를 즐기며 오후 스케줄을 짜기로 했다.
혈당을 관리해야 하는 아버지의 건강을 생각해서 이곳의 젤라또를 한 번만 먹어본 것이 개인적으로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았다. 만약 이 동네를 누군가 가본다면 이 가게만큼은 꼭 들러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어떤 맛을 고를지 고민된다면 직원들에게 부탁하면 조금씩 맛을 보고서 결정할 수도 있다.
순식간에 젤라또를 해치우고 다음 일정을 고민하는 와중에 어머니께서 바로 옆 빵집에서 피자처럼 생긴 빵과 샌드위치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한 뒤에 숙소에서 쉬자고 하셨다. 겉모습만 보면 얇게 썬 토마토와 치즈가 올라간 전형적인 토마토 피자와 비슷한 맛일 줄 알았는데, 예상과 전혀 다른 새콤한 '토마토 전'같은 맛이 났다.
그리고 같이 산 참치 샌드위치는 더더욱 충격적이었다. 마요네즈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서 퍽퍽한 참치가 상추와 함께 딱딱한 바게트 사이에 있었을 뿐이었다. 씹을 때마다 바게트의 딱딱함과 참치의 퍽퍽함의 조합으로 인해서 '유럽에서 빵을 고를 때는 무조건 기본적인 것만 고르자'라는 교훈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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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쉬고서 오후에는 바르셀로나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장소를 가보기로 했다. 축구에 열정적인 스페인, 그중에서도 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인 '캄프 누'는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라 생각했다. 사실 부모님은 리오넬 메시가 유명한 것은 아시지만 FC바르셀로나에서 뛰었다는 사실은 모르실 정도로 축구에는 큰 관심이 없으셨다. 그래도 세계적인 명문 구단의 홈구장이라면 어떤 웅장함을 줄지 기대되었다.
그렇게 약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도착한 캄프 누의 첫 모습은... 공사장이었다.
나도 손흥민 경기 외에는 유럽 축구에 큰 관심이 없어서 캄프 누가 대대적인 리모델링 중이란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리고 공사 중이어도 '수익 창출을 위해서 경기장 내 공식 기념품 샵은 영업 중이겠지'란 희미한 기대를 품고서 갔지만, 우리를 맞이한 것은 뜨거운 햇볕과 공사장 소음 그리고 높은 펜스뿐이었다. 부모님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경기장 투어를 한 것 같다'라고 하시면서 크게 웃으셨다. 정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이러한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여행의 추억이 되었다. 허탈했지만 오래 기억될 정도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구엘공원 (Parc Güell)
주소 : Gràcia, 08024 Barcelona, Spain
평점 : ★
후기 : 투어가 아니라서 놀이기구 없는 롯데월드 같았다.
델레그림 (DeLaCrem - Enric Granados)
주소 : Carrer d'Enric Granados, 15, L'Eixample, 08007 Barcelona, Spain
평점 : ★★★★
후기 : 하루에 1 젤라또... 강력히 추천한다.
캄프 누 (Spotify Camp Nou)
주소 : Les Corts, 08028 Barcelona, Spain
평점 : ★★
후기 : 공사장에서 추억을 만들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