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 시내 구경
바르셀로나 시내와 다르게 말라가의 구시가지(Centro Historico)는 좁은 골목들이 촘촘하게 이어지면서 모든 인도가 매끈한 대리석을 깔린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햇빛을 받아서 반짝이고 매끈한 대리석 길을 걷다 보니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한국에서 중·고등학생들이 경주나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것처럼 말라가에 수학여행을 온 것으로 보이는 스페인 학생들이 단체로 다니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말라가가 단순한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관광지가 아니라 스페인들의 일상과 교육이 녹아있는 지역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구시가지를 따라 걷다 보면 알카사바 바로 아래의 로마시대 원형극장이 등장한다. 알카사바처럼 무어인들이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하던 시기의 유적만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도시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더 깊게 뿌리내려 있었다. 로마시대의 흔적 뒤로 이슬람 문화가 층층이 쌓인 말라가의 오랜 역사적 흔적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말라가 구시가지에서 말라가 항구로 걷다 보면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거대한 가로수들이 인도 전체에 넓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자연 그대로의 차양막 아래에 노천카페들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편안하고 여유로운 말라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날씨는 분명 더운 편이었지만 가로수들이 제공하는 시원한 그늘 덕분에 걷는 내내 크게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리석과 석조 건물로 이루어진 도시와 달리 말라가 공원은 흙바닭으로 조성되어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덕분에 도시를 떠나 잠시나마 울창한 숲 속을 걷는 것 같았다.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역시 도시 속에는 공원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원의 벤치들은 모두 대리석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는데, 단순히 내구성만을 고려하기보다는 말라가의 '옛 부(富)와 품격'을 은근히 드러내는 것 같았다. 바르셀로나보다 말라가가 더 여유롭고 품위 있다는 인상을 받는 순간이었다.
일반적으로 스페인 여행을 오게 되면 '세비야-론도'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도시들과 비슷할 것 같은 세비야를 과감히 포기하고 바닷가를 즐기고자 말라가를 선택했다. 그렇게 세비야와 론도 절벽 마을을 포기하고 선택한 말라게타 해변(Playa la Malagueta)은 우리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 줬다.
수영복을 준비하지 않아서 지중해 바닷물에 몸을 담그지는 못하고 발만 적셨지만, 차가운 바닷물과 뜨거운 모래사장을 즐기면서 여행의 묘미는 바닷가라는 사실을 다시 확신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표지판에 파라솔이나 선베드 이용 요금이 명확히 표기되어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경포대나 해운대처럼 바가지요금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어서 확실히 관광객들에게 친천한 해변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해변을 걷다 보면 이민자로 보이는 몇몇 상인들이 중동식 카펫으로 보이는 면으로 된 돗자리를 들고 다니며 영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런 모습이 말라가가 유럽인들의 여름 휴양지란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부모님과 유럽 여행을 다니다 보면 식당에서 식사하기보다는 주로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서 어머니께서 직접 요리하시는 편이다. 그래서 어떤 도시를 방문하든 시장이나 마트는 꼭 둘러본다. 말라가 중앙시장(Mercado Central de Atarazanas)은 다른 유럽 도시의 시장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전통시장과 다르게 깔끔하고 정직했다. 모든 상품에는 가격표가 잘 있었고 저울 치기나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상인도 전혀 없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한국의 전통시장 상인들이나 국회의원들이 유럽에 온다면 이러한 모습을 보고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의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한국에서 맛있게 먹어서 자연스럽게 스페인의 소고기에 대한 기대감이 꽤 있었다. 마침 정육점에서 송아지 고기를 꽤 저렴하게 팔고 있어서 거의 3kg 가까이 구입했다. 하지만 숙소에서 구워 먹어보니... 한우에 비해 지방이 적어서 육질이 매우 질겼다. 결국 어머니께서 챙겨 오신 간장을 넣으며 거의 장조림을 만드시는 솜씨를 발휘하셨고 여행 내내 겨우 다 먹을 수 있었다.
말라게타 해변(Playa la Malagueta)
주소 : P.º Marítimo Pablo Ruiz Picasso, Málaga-Este, 29016 Málaga, Spain
평점 : ★★★
후기 : 지중해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기기 좋아보인다.
말라가 중앙시장(Mercado Central de Atarazanas)
주소 : C. Atarazanas, 10, Distrito Centro, 29005 Málaga, Spain
평점 : ★★★★
후기 : 한국의 전통시장은 좀 이렇게 개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