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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Mar 08. 2023

[나의 파라다이스] 알 수 없는 장래희망

04. ENFP는 정말 공무원과 상극인 성향일까



많은 사람들이 MBTI로 첫인사를 할 정도로 대중화가 된 지금에서 다시 검사를 해보아도 나의 유형은 ENFP로 한결같다. 각각의 비율만 조금씩 다를 뿐 결코 다른 유형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엔프피’인 사람들은 나의 시선으론 ‘인싸 중에선 아싸, 아싸 중에선 인싸’라는 말이 딱이지 싶다. 사람들과 어울리고는 싶은데 혼자만의 시간도 꼭 필요한데 내 경우에는 혼자 전시회를 가서 예술작품을 음미하거나 새로운 카페를 오롯하게 탐방하는 등 ‘모험가’처럼 이곳저곳을 탐험하는 걸 무척 좋아한다. 엔프피로써 ‘어쩌다 공무원’이 되었을 때 사실 절망했다. 유튜버나 인터넷에 떠도는 ‘공무원 관둔 썰’에 언제나 등장하는 성격 유형에 엔프피가 늘 자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규 공무원이었을 땐 이 성격으로 내가 이 조직에 적응을 못 하는 패배자가 될까 싶어 타부서 사람들이 하는 일까지 찾아보고, 매뉴얼도 낱낱이 살펴볼 정도로 노력했다. 물론 입으론 ‘나 언제 관둘지 몰라’라고 말할 때도 있었지만 사무실에만 들어갔다고 하면 일하고 공부하기 바빴다. 그런데도 한 가지 ‘엔프피 기질’이 튀어나오는 부분이 있었다. 서류 정리에 상당히 약하고 꼼꼼함이 부족해 몇 번이고 확인을 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었다. - 실수가 잦아 지금도 중요한 일을 할 때는 긴장의 연속이다.


엔프피는 정말 공무원과 상극의 성향을 띠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딱히 그렇지도 않다’이다. 내 주변만해도 엔프피 공무원이 수두룩하다. 물론 친해지고 보니 엔프피인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엔프피가 넘쳐흐르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엔프피는 나름 조직의 일부로 잘해나가고 있다. 약한 부분은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 보완을 해주고 강한 부분은 다른 유형의 사람들을 위해 한껏 발휘하며 말이다. 사무실에 앉아 서류만 들여다보는 일도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라면 바깥에 나가 행사를 준비하고 앞에 나가 마이크를 들일도 종종 생긴다. 이럴 땐 망설이지 않고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어쩌면 성격 유형의 장점 중 하나라 생각한다. 다만 엔프피는 인간관계에 강하다고 보긴 어렵다. 예를 들어, 날이 선 타인의 말에 타격을 받지 않는 척을 하긴 해도 분명히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날이면 너덜너덜한 마음을 다잡고자 집에 와서 모로 누워 휴대폰을 하거나 독서를 하곤 했다.


엔프피 공무원은 조직의 톱니바퀴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자주 탈출을 꿈꾼다. 그 방식이 꼭 사표라고 볼 순 없다. 휴가를 내고 여행을 가거나 퇴근 후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점심에 새로 생긴 카페를 가는 등의 새로운 무언가를 끝없이 찾아다닌다. 당연히 너무나도 이 직업이 맞지 않아 사표로 결론이 날 수도 있지만 내 주변 엔프피 공무원들은 나름대로 방식을 찾아 기분 전환을 한 후 다시 업무에 집중하는 편이다.


어쩌면 어떤 조직의 사람이든 성격유형의 문제가 아니라 그때그때 처하는 일과 사람, 그리고 조직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로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극단의 결정을 내리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MBTI가 딱딱 맞아떨어지더라도 절대적으로 한 사람을 완벽히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양한 주변의 자극으로 변화하고 선택하며 결론을 내리길 반복한다. 이런 과정에서 지나치게 성격유형을 맹신하기보단 차라리 내 자신의 지금 마음이 어떤지 들여다보는 편이 훨씬 건강한 결과를 얻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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