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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이 Aug 08. 2023

화려한 피드 뒤, 더 우울해진 사회

자랑과 비교, SNS가 낳은 우울의 씨앗

식당이나 카페에서 주문한 메뉴가 나올 때, 경치 좋은 자연 풍광을 볼 때, 유명한 사진 스팟에 도착할 때,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우리는 왜 사진을 찍게 되었을까? 기존의 사진은 추억을 저장하고 기념하는 것에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저장과 기념을 위해서가 아니라 SNS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찍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스타에 왜 사진을 올릴까? 좋은 순간을 저장하고 기념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나는 인스타의 사진을 게시하는 것의 본질적인 목적은 '자랑'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순간을 저장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인스타를 사용한다면 사진을 찍고 사진첩에 저장하거나, 다이어리에 기록을 하는 방법으로도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런 행동들은 인간의 많은 욕구 중 '자기만족'을 얻을 수 있다. 인스타는 이 '자기만족'에 더해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만 받을 수 있는 '인정 욕구'와 '과시욕'까지도 충족시킬 수 있다. 


SNS의 사전적 뜻은 Social network service, 사회 관계망 서비스로 소통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의미한다. 그러나 나는 근래의 SNS를 사전적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해석하고 싶다.



S(사람들에게) N(나를 자랑하는) S(수단)



인스타는 내가 이전글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미지에 중점을 둔 서비스이다. 때문에 인스타는 사진을 통해 남들에게 자신의 일상과 소중한 기억을 공유하는 성격이 강하다.


편집은 필수적으로 진실의 왜곡을 발생시키고 진실의 단면만을 보여준다.

SNS에 올리는 피드가 그 사람의 삶과 인생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절대 한 사람의 피드가 그 사람의 삶을 온전히 보여줄 수는 없다. 사진을 찍고 피드에 내용을 적어 올리는 과정에서 슬픈 기억은 편집되거나 사라지고, 기쁜 기억은 부각된다.


우리는 피드를 올리는 과정은 보지 않고 올라온 피드만 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피드를 보는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이 글을 읽은 후에 사진 명소나 식당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유심히 살펴보라. 피드를 꾸미기 위한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해 몇 번이고 사진을 찍는, 화려한 피드 뒤에 가려진 사람들의 본모습을 보며 쓴웃음이 나올지도 모른다. 


SNS에는 자신의 좋은 모습, 기쁜 순간을 위주로 올리게 된다. 우울했던 순간을 자신의 SNS에 올리고 싶은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해 인스타 유저들이 보는 것은 대부분 피드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기쁜 순간들뿐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모습과 다른 사람들의 인스타를 비교하게 되고 자신의 삶과의 괴리감으로 인해 박탈감과 우울을 느끼게 된다. 인스타그램이 그 사람 인생 전체를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극이다.


일반 유저들만 이런 괴리감과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지난 글에서도 말했지만, 수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들도 자기보다 팔로워가 더 많은 사람들의 피드를 보며 그들과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고, 그들에게 부러움을 느낀다. 결국 모두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SNS 사용 시간이 높을수록 우울증 발병률이 높다는 통계도 존재한다. 


SNS에 보이는 사람들과 자기 자신과의 비교는 우리를 우울의 늪으로 이끈다. 사진출처 : 매일경제

이러한 우울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앞서 내가 겪은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2022년 여름 무렵에 열린 대학 축제에서 싸이의 공연을 본 적이 있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거의 처음으로 관객들 앞에서 이루어진 대학 축제 공연이었다. 싸이가 무대에 등장하자 모두가 앞다투어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그가 처음으로 뱉은 말은 관객들의 경종을 울렸다. 


"여러분 휴대폰 집어넣으세요."

"2년 동안 휴대폰으로만 세상을 보았는데, 오늘도 핸드폰으로 절 보실 겁니까?"

"휴대폰은 잠시 넣으시고, 온전히 이 시간을 즐기세요."


그의 짧지만 강렬한 몇 마디가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 모인 수천 명의 관중들이 환호하였고, 수천 대의 스마트폰이 순식간에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단연 축제 전문 가수다운 쇼맨쉽이었다.


SNS 속의 유명인들과 팔로워가 많은 주변 지인들의 화려한 피드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면, 사람들이 많은 광장이나 출근 시간의 지하철역에서 잠시 핸드폰을 덮고 사람들을 한번 관찰해 보라. 통학하는 학생들, 졸음과 싸우며 출근하는 직장인들,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당직 근무자들.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위대한 개인을 마주하라. 그들 중에서는 당신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화려한 피드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도 있을 수 있다. 인스타 피드에서만 볼 수 있는 그들의 삶의 단면만을 보지 말고, 화려한 피드 뒤에 숨겨진 위대한 개인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들여다보라. 그리고 다시 삶으로 돌아오라. 그런 뒤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보려 하지 말고 온전히 나의 눈과 피부로 삶의 순간순간을 경험하고 이를 기억하라. 


그렇다면 깨달을 것이다. 그들의 삶과 우리의 삶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단순한 피드 한 장과 나의 인생을 비교하는 것이 정말로 가치없는 일이며, 나 자신과,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위대한 개인들에게 굉장히 무례한 행위라는 것을. 스마트폰으로만 세상을 보고 기록하는 것이 아닌 눈과 피부로 세상을 보고 경험하는 것의 진정한 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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