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담긴 인간/몸의 미학과 신성-6 (스포)
의 후속편입니다. 순서는 상관없습니다. :)
+ 내가 살아갈 집(Home)/영역(Territory)은 어디일까?
영화의 처음과 끝은 마치 알파(Α)와 오메가(Ω)처럼 조카딸이 나오는 수미쌍관의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Α)에는 그녀가 홀로 책상에 앉아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데요. 왠지 러시아어를 못알아듣는 눈치더군요. 그러나 마지막(Ω)에 그녀는 홀로 연단에 서서 일방적으로 말을 합니다. 2차대전이 끝난 뒤 냉전기에 독일에서 미국으로 물건너 갔을 땐 내내 영어를 못하는 척 했으나, 팔레스타인/이스라엘에서 이탈리아 베니스로 물건너 와서는 꽤 소름돋는 발언을 영어로 마구 쏟아내더라는...
개인적으로 초반(Α)에 "진짜 너네 집으로 보내주려는 거다"란 러시아군의 강압적인 말투에 혼란스러워 하던 조카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러시아군이 쳐들어와 구속에서 해방시켜준 바로 그 독일/유럽 땅이 그녀가 계속 살아왔던 집이었을텐데, 참 아이러니한 질문 같았거든요. 그러나 마지막(Ω)에 그녀는 누군가가 이미 오래 살아온 땅/집에 (쳐)들어갔던 시온의 딸로서 현재/미래에 살고있는/살게될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을 연상시키는 단호한 말투로 연설을 마칩니다.
한편, 처음(Α)에는 그녀의 뒤로 밝은 자연 풍광/햇빛이 비치는 창문의 십자가 창살이 역광을 받아 그림자처럼 어둡게 보였는데요. 마지막(Ω)에는 어두운 커뮤니티 센터 속 대리석조각 옆면에 역으로 뚫린 천장의 창문을 통과한 십자가 빛이 밝게 비춰지더군요. 어쩌면 이 영화는 빛을 쫓으며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물 위를 유랑하듯 떠도는 유목민들의 어두운 이면, 즉 빛과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 것일지도요.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無)계획이야." (feat. <기생충>) 물이 흘러넘친 길을 따라 반지하의 집에 돌아와 상징적인 돌을 찾아낸 뒤, 난민 수용소에서 하늘의 빛을 손으로 가리며 기택(寄宅?)이 한 말. 묘하게 비슷한 인상을 받은 봉감독님의 영화 <기생충> 스포를 하자면, 두 작품 모두 마지막에 아버지가 집 안 어딘가로 사라집니다. 이거 참 상징적이구만~!
조카가 취조당한 첫 시퀀스(Α) 이후에는 아내 에르제벳의 아직 닿지 않은 편지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나레이션으로 깔리는데요. 이들의 소식을 모르는 라즐로는 배(증기선)를 타고 파도에 요동치며 미국땅으로 물 건너왔습니다. 에필로그(Ω)에서는 또다시 요동치는 배(카누)를 타고 베니스로 물 건너오더라는... 해리슨이 사라진지 20년이 흐른 뒤인 1980년에는 아내 또한 이미 사라져 땅속/집으로 되돌아간 것 같더군요. 라즐로가 늙고 병들어 아내처럼 휠체어를 타고 조카의 도움을 받는 게 꽤나 인상적입니다. 그는 아직 집(origin)으로 돌아갈 운명(destiny)/목적지(destination)에 다다르지 못했나보네요.
▶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1
+ 고향(자궁)에서 벗어난 넓은 세상 : Free/Ship (자유로운 땅을 찾아온 아메리칸 드림)
전 라즐로가 어딘지 모르는 곳(배 안)에서 꿀렁꿀렁 요동치며 이동해 밖으로 나가는 연출에서 꼭 똥 싸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양분을 다 빼앗긴 음식물의 찌꺼기인 똥이 더럽고 구불구불한 대장 속을 지나가는 것처럼 유럽에서 가진 것을 다 빼앗기고 배출된, 더러운 똥 취급받던 유대인을 은유한 것이 아닐까?란 상상을 해보던 중...
갑판으로 팡~! 하고 배출되어 나왔을때 뒤집어진 여신상을 보며 '와우~! 이 느낌은 배설이 아니라 꼭 출산의 인상 같은데~?' 하고 감탄하며 이 작품에 홀라당~ 반해버렸습니다. 솔직히 저는 애를 안낳아봤고, 태어나는 순간의 기억도 당연히 없지만, 왠지 아기가 막~ 세상에 나왔을 때 엄마를 본다면 이런 신기한 기분이겠구나~ 싶더라구요. (실제로는 갓태어난 신생아의 눈에 딱히 뵈는 게 없음! ㅋ)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 본 순간은 마치 '이주'의 과정을 엄마(고향/water)의 자궁(배/ship) 안에서 방탈출해, 자유로운 (줄로만 알았던) 더 넓은 방(미국이라는 넓은 울타리)인 새로운 세상으로 배출된 걸 은유한 것 같았습니다. 이 때 미처 도달하지 않은 아내 에르제벳의 편지글이 말(음성)이 되어 흐르는데... 나레이션에 나오는 괴테의 명언이 참으로 의미심장 합니다.
"자신이 자유롭다고 오해하는 사람보다 더 절망적으로 노예 상태에 있는 사람은 없다."
+ 유럽에서 받아온 출산 선물 : Steel+Mother (철골 뼈대 + 어머니의 외형을 본 뜬 여신상)
예전에 첫번째 리뷰를 할 때, 브루탈리즘의 본류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모더니즘 건축에 이르게되고, 이 작품에는 모더니즘 건축의 어머니 같은 존재인 프랑스 건축가 르 꼬르뷔제의 흔적이 엿보인다 이야기했습니다.
이 모더니즘 건축에서 또한번 거슬러 올라가보면 아르누보(Art Nouveau) 건축이 나오는데요. 그 대표적인 건축가/구조공학자 중 한 사람이 구스타브 에펠입니다. 파리의 랜드마크(land-mark)인 에펠탑을 만든 바로 그 에펠이지요. :)
그리고 자유의 여신상은 에펠이 뼈대/골격을 만들고, 겉모습은 조각가인 바르톨디가 자기 어머니의 형상으로 만든 작품인데요. 1876년 미국의 독립(independence)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가 우정의 증표로 선물해준 것입니다.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서 영국/유럽에 귀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국가가 탄생한 것을 축하해주기 위한 출산 선물인 셈이지요. 이 여신상은 유럽에서 물 건너와 미국 땅에 뿌리내린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되어 오늘날까지 자유와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라즐로는 배에서 갑판으로 뛰쳐나와 자유의 여신상을 우러러 보는데, 방향(direction), 척도(scale), 거리감(distance), 구도(composition)를 요리조리 살펴봅니다. 마치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구도, 즉 프레임(frame)을 맞춰 보려는 듯 말이지요.
+ 첫째날 밤에 한 행위 : Oral Sex (성기를 입에 물리고 이마의 아름다움을 평하다.)
도착한 날 야심한 밤, 라즐로는 사창가를 찾아 매춘부 여성에게 유사 성행위 오랄(삽입은 않고 입으로만 하는)을 하는데요. 여성과의 구도가 묘하게 불편하면서도 기이합니다. 만약 출산 시퀀스의 연속이라 생각해볼 때 대게 엄마가 아이 입에 젖을 물리겠지만, 성인인 라즐로는 오히려 매춘부의 입에 자신의 성기를 물리는군요. 포주에게 동성애자냐는 오해를 받아도 그는 끝까지 직접적인 성교를 하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영화 내내 몸 가운데에서 호흡하는 '입'과 '코', 걸어다니는 '다리'가 지속적으로 강조되는 듯한 기분이...
행위 중에 라즐로는 여성의 이마/눈썹 부분이 아름답지 않다고 평하고, 빈정이 상한 듯한 여성은 그의 부러진 코를 품평합니다. 참고로 이마는 머리/뇌에서 기억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있는 부위로, 자신과 자신이 아닌 것을 구분하여 자아를 만들고, 미래를 상상하며 계획 세우는 것을 담당합니다. 건축으로 치면 하늘을 덮어 공간을 구분하고(建蔽) 빛을 받는/막는 천장에 해당하겠군요. 코는 종종 성기를 은유하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유대인 특유의 매부리코(인종)를 꼬집는 것이자, 건축으로 치면 호흡하며 소통하는 부위로서 창문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어쩌면 이 작품은 땅 위에 다리를 박고 자리를 잡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바빌론탑의 유리천장에 땅에 떨어지는 한줄기 빛을 받아들이는 창을 뚫어, 유목민이 이 곳에 함께 녹아들었음을 기억하는 영화일지도...
+ 가까운 친인척을 찾아가는 여정 : Road (앞으로... 앞으로...)
철강 산업으로 빠르게 도시 개발하고 있는 펜실베니아에 대한 찬양의 뉴스가 인상적입니다.
라즐로는 배 안에서 내내 여정을 함께했던, 동전으로 행운을 빌어주고픈 (은혜 갚으러 꼭 다시 찾고픈) 유대인 지인과 헤어진 다음, 펜실베니아 주의 필라델피아로 향하는군요. '빛과 침묵의 건축가'라 불리우던 '모더니즘 최후의 거장' 루이스 칸(러시아계 이민 2세 유대인)이 활동했던 바로 그 도시로요.
이 때 앞날이 기대될 것만 같은 흥미진진한 분위기의 ost 서곡(overture)이 흐르는데...
작품을 만든 이들을 담은 오프닝 크레딧이 길게 가로방향으로 지나가며, 버스는 밤낮없이 도로를 따라 앞으로 달려나갑니다. 아아... 저도 모르게 심장이 막 두근두근해지더군요. 앞날/뒤끝을 알지 못한채 막연히 희망에 차있는 라즐로/관객들의 심정 같달까요? (너는 당분간 내 노동요닷~!!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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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도착의 수수께끼(Enigma≒암호기계)
[01] 4촌은 내편이 아니더라?, 이웃4촌
[02] 트라이시클과 캔틸레버 의자, △□○
[03] 빛, 말과 글, 독서 그리고 NEWS
[04] 다같이 뒹굴며 땅을 캐 올리는 바닥 인생
[05] 빛을 어떻게 막을/비출 것인가
[인터미션] 기억의 박제, 하모니의 순간포착 : still♥steel
▶ 한지붕 한가족을 이루는, 인생 갈림길의 강력한 증거(결혼/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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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아름다움의 견고한 본질(Hard Core≒핵심)
[06] 몸의 구속, 고통/쾌락과 뼈아픈 장애
[07] 기준선을 다시 긋는다고?, 선 넘는 행위
[08] 몸과 건축, 어울려사는 유연성
[09] 고대 로마의 원석, 잠재력을 가진 존재
[10] 엘리트주의와 카르텔의 혐오, 그리고 창녀
[11] 종교와 정치, 그리고 언어/몸의 소통/폭력
[12] 시공간의 이동, 그리고 기적/예술의 순간
[에필로그] the 1st 건축 비엔날레(biennale≒격년마다)
[13] 베니스의 상인 : 빚을 갚을 때, 과연 피를 흘리지 않고 살을 발라낼 수 있는가?
▶ 미래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시 직격탄을 맞게될 지반 침식중인 도시
과연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땅의 운명/종착지(destination)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