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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hira Oct 28. 2023

<오펜하이머> 핵분열과 핵융합으로 나눈 이유-미분/적분

물리학적 개념으로 매트릭스 짠 추상시-7

드디어 독사과스러운 리뷰 마지막탄입니다!!

세계 정세에 힘과 에너지란 역학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어낸 오피란 인물을 살펴보는 건, 비단 20세기 중반에 일어난 남의 나라 일을 구경하는거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마치 프랙탈처럼 얼핏 단순한 구조라도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복잡하고 기묘한 전체 구조를 만들어내는 게 역사(history)니까요. 그리고 아주 작은 세포, 잎맥이나 눈 결정에서부터 나무, 숲, 해안선과 같은 지형, 거대한 은하에 이르기까지 자연현상은 ‘자기 유사성(self-similarity)’과 ‘순환성(recursiveness)’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참고로 이러한 기하/대수학적인 형상을 프랙탈(fractal) 구조라고 한답니다. (건축공학과 출신으로서 미적분학 속에 담긴 아름다움의 꽃은 프랙탈 구조라 생각하는...) 

얼핏보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오펜하이머란 한 인물의 소소한 전기(biopics/his-story)를 담아낸 것처럼 보이지만, 전 왠지 이 영화가 굉장히 거대한 대서사시(epic/history) 같다고 느꼈습니다. <인터스텔라> 못지않은 우주영화 같단 인상을 받았으며, <테넷> 처럼 시간과 자유의지와 관련된 결정론적 세계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았단 생각도 들었구요.

<자연계/우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프랙탈 구조>


[독사과와 키티편]

(1) 물리학적 개념으로 매트릭스 짠 추상시

(2) 행렬과 복소수(실수+허수)를 닮은 청문회

(인터미션) 자격지심과 인간관계에 대한 뻘글

(3) 플롯의 악장 키티에 대한 찬가, 알고리즘

(4) 알고리즘의 안내자, 키티의 난입!

(5) ost 음악의 무게감과 이산성vs연속성

(6) 악보가 걷힌 뒤, 키티가 비웃는 청문회

(7) 핵분열과 핵융합으로 나눈 이유 - 세부목차

-16. 오피의 미분/핵분열 : 시간(t) 상에서 파동처럼 요동치다.
-17. 스트로스의 적분/핵융합 : 그래서 오피의 삶의 궤적(경로)은?


[플롯편]

아래 플롯 관련 리뷰를 읽고 보셔도 좋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던진 돌의 연쇄반응-1

프로메테우스가 던진 돌의 연쇄반응-2

플롯의 끝말잇기와 말꼬투리 잡기-1

플롯의 끝말잇기와 말꼬투리 잡기-2

<피보나치 수열과 황금비 /출처 : RAGANA Design>



핵분열과 핵융합으로 나눈 이유

영화의 도입부에서 오피의 청문회에는 핵분열이라는 자막이 뜨고, 흑백화면인 스트로스의 청문회에는 핵융합이란 자막이 뜨는데요. 핵분열/핵융합은 양자역학의 기반이 되는 수학과도 매우 밀접한 용어입니다. 양자역학의 두가지 방법론 가운데 행렬역학(이산성)에서는 핵분열/핵융합이 곧 내적/외적공간이라 할 수 있으며, 파동역학(연속성)에서는 미분/적분이라 할 수 있거든요.

 

<핵분열>

- 쪼개면서 실체의 변화경계값을 파악하는 것 = 미분

- 정리해서 각 실체의 확률고유값/벡터를 파악하는 것 = 행렬의 성분, 내적공간


<핵융합>

- 쌓여갔던 결정된 경로초기값을 파악하는 것 = 적분

- 연산해서 결정된 평면스펙트럼을 파악하는 것 = 행렬식의 곱, 외적공간


상영시간이 딱 3시간인 이 영화의 플롯은 트리니티 실험이 끝난 이후에도 무려 1시간이나 더 진행되더군요. 참고로 닐스 보어는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을 합쳐서 상호보완의 원리, 즉 입자와 파동의 상보성을 주장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앞에 2시간동안 영화의 플롯은 대수학/행렬역학(복소행렬)으로 진행하다가 악보/이불(sheets)이 걷힌 후부터는 미적분학/파동역학(파동함수)으로 갈아탔다고 느꼈습니다. 앞에서는 오피라는 인물을 마치 입자처럼 바라보고 중요한 테마(범주)별로 툭툭 끊어서(이산성) 그의 속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후반부는 마치 파동처럼 시간(t)에 따라 움직이게 된 그의 생각들을 보여줍니다. 즉, 내면의 혼란스러움과 끊임없이 고뇌하면서 변화하고 요동치는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지요.


오피가 하이젠베르크와는 길이 엇갈렸다고(paths crossed) 했던 것처럼 그가 주로 사용한 건 하이젠베르크의 행렬방식이 아닌 슈뢰딩거의 파동함수 ψ 입니다. 어찌보면 일본 원폭이 이루어진 이후가 진짜 이 영화의 본편일 지도 모르겠네요. 원폭 기념 연설장면과 청문회가 끝날 때 오피의 모습은 마치 상자 속에 들어있는 삶/죽음이 중첩된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기묘하게 연출한 것 같더라구요. 특히 후반부 오피의 청문회에서는 그의 지인들을 직접 불러들여와 그에 대한 증언을 쭉~ 한번 들어봅니다. 스트로스의 청문회에서는 오피를 스쳐지나갔던? 간접적인 주변인물들을 모아 스트로스가 뒤에서 안보이게 공작한 과정을 쭉~ 한번 설명해주구요. 이러한 모습은 오피가 얼마나 변화무쌍한지, 그가 세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등과 같은 그의 전파 양상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양자역학과 관련된 굉장히 유명한 다이어그램인데요. 4개의 그림들에는 각각 두개의 그래프선(파동)과 동글동글한 구슬(입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놀란 감독이 이 다이어그램을 참고한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림에서 꿀렁이는 그래프선을 두 청문회의 질문장면이라 상상해보시고, 구슬을 청문회에 대한 답변, 즉 메인 장면이라 한번 상상해보시길... 이를테면 위쪽에서만 꿀렁이는게 오피의 청문회(컬러/실수), 아래로도 내려갔다 올라오는 게 스트로스의 청문회(흑백/허수) 이런 식으로요. 참고로 아래 그림에서 재밌는 포인트는 두 그래프선(청문회)이 서로 엇갈리거나 겹쳐진다는 것(간섭)과, 선의 간격(λ)에 따라 구슬이 부르르~ 떨린다는 것입니다. :)

<파동함수(좌)와 그의 붕괴와 관련된 위상(우)>


음... 제가 수학을 배운지 16년, 17년, 18년,... 20년쯤 지나 제대로 기억하기보다는 추상적인 인상으로 남아있는데요. 어차피 전 이 영화가 놀란감독이 물리학적 개념을 활용해서 엮어낸 한편의 추상시 같은 작품이라 느꼈었기에, 대충 나이~브하게 퉁쳐서 제멋대로 한번 해석해볼게요. (다 까먹어서 그러는 거 맞음! :D 용어나 개념이 틀리면 댓글 주세요!)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왼쪽 그림들의 ψ(프싸이/싸이)를 오피의 내면이 요동치는 파동(wave)이라고 상상해보시고, 오른쪽의 φ(파이)는 미국/세계정세(공간)에 투사된 오피라는 인물이 갖는 위상(phase)이라 상상해보시길... 참고로 x위치, p운동량입니다. 다만,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파악할 수가 없는데요. 이를 불확정성의 원리(feat.하이젠베르크)라고 합니다.

(*아마 정확하게는 왼쪽 그림들의 ψ적분과 관련된 파동의 상태함수고, 오른쪽 그림들의 φ행렬/위상으로 바꾸는 푸리에 변환과 관련된 놈일 겁니다. 절대값의 제곱이 확률밀도함수였던 듯... 가물가물...)

*오피의 청문회 : 왼쪽그림들의 빨간선, 오른쪽들의 파란선 

*스트로스의 청문회 : 왼쪽들의 파란선, 오른쪽들의 노란선


먼저 두 그래프선(파동)간격(λ)을 살펴보면, 영화의 초반부는 청문회 장면들의 개입이 다소 빠른 간격으로 짧게짧게 치고들어옵니다. 오피가 유럽에서 유학하던 청년시절에서부터 시작해 정체를 파악하려고 그를 살짝씩 흔들어보지요. 오피가 유학생활을 끝내고 미국교수로 부임하고부터는 청문회 장면들이 나름 규칙적인 간격으로 들어옵니다. 각종 질문을 던지면서 오피의 여러가지 속성(character)들을 툭툭 끊어서 보여주더라구요. 그러나 오피가 맨하탄 프로젝트에 합류한 뒤 부터는 본격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면서 청문회가 들어오는 간격은 엄청나게 굼뜹니다. 시간이 꽤 한~참 지난 다음 등장하지요. 그러다 트리니티 실험이 끝난 후부터는 두 청문회의 간격이 본격적으로 촘촘해지면서 오피를 마구 휘몰아칩니다.

그렇다면 구슬(입자)은 어떨까요? 영화의 도입부는 오피가 유럽(나치 독일이나 공산당과 마주치기 쉬운)에서 생활했을 때 오피란 인물이 누구와 겹쳤는지와 그의 위치를 알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그가 나름 중요한 인물이 되어 버클리에서 활동하는 장면부터는 오피의 여러가지 활동(방향과 크기를 갖는 운동량)을 나름 모순이 잘 드러나지 않도록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여줍니다. 그러나 블랙홀을 돌아 로스 앨러모스에 오고나서부터는 그가 맨하탄 프로젝트에서 열일(work)하는 모습을 길게 쭉~ 담아내면서 청문회의 파장이 길어집니다. 그러자 진과의 불륜이나 자문회의에서 수소폭탄 얘기를 파토냄, 프로젝트에 찐첩자가 낑겨들어옴, 슈발리에를 통해 첩자짓을 할뻔한 사건 등처럼 그의 모호한 모습들이 보여집니다. 슬슬 굳건했던 오피의 위치가 흔들흔들 요동치지요. 그리고 청문회 막판에 이르러서는 마치 사슬(chain)로 옭아매듯 오피를 촘촘하게 마구 몰아붙이면서 대체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의 운동량(방향과 크기)을 특정하려고 기를 쓰자, 결국 속내가 빵~!하고 터트려집니다. 오히려 현재 오피의 위치가 특정되는 순간이지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든 상자의 뚜껑이 열림!!)



16. 오피의 미분/핵분열

: 시간(t) 상에서 파동처럼 요동치다.


미적분학은 점(0)-선(1)-면(2)-입체(3)처럼 차원이 달라지는 것과 굉장히 밀접한데요. 면을 미세하게 층층이 쪼개면 선으로 나타낼 수 있는것처럼 미세한 부분이란 뜻에서 미분이라 부릅니다. 미분하면 대게는 1차원씩 줄어듭니다. 즉, 미분은 쪼개서 차이(different)를 보기 위함이고, 변화를 알고싶을 때 쓰는 것이기에 영어로는 Differential(차이의 비율/기울기 구하기) 혹은 Derivative(도함수/파생체 구하기)라고 부릅니다.


참고로 고전역학의 유명한 공식인 뉴턴의 F=ma(힘은 질량x가속도)는 최초의 미분방정식이랍니다. 공식 안에 속도의 변화인 가 있다는 건, 곧 시간 개념이 들어갔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속도란 시간에 따른 위치의 변화니까 시간(t)으로 2번 미분한 2차 미분방정식이지요. 뉴턴의 공식 덕분에 인간은 움직임의 변화와 관련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매개변수로 시간(time, t)을 다루게 되면서, 물리학은 기존의 정적인 역학에서 동적인 역학으로 엄청나게 발달할 수 있었거든요. 어쩌면...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가 맞는 말일지도? :)


<미분/핵분열로 알 수 있는 것>

오피는 트리니티 실험/일본 원폭 이후로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이건 시간/경로의 연속선 상에서도 그가 달라졌단 걸 파악할 수 있을 텐데요. 그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기 위해서는 미분을 써야합니다. 오피처럼 인간은 여러가지 속성을 가진, 즉 독립변수가 엄청나게 여러개인 존재인지라 전(total)미분이 가능한지 확인조차 어렵습니다. 즉 오피의 지인들을 한명한명 청문회장으로 불러들인 것처럼 보고싶은 것에 한해 일부만 보는 (partial)미분을 쓸 수 밖에 없지요. 참고로 편미분이란 변수 하나씩 조합해서 계산을 수없이 돌려봐야 하는 개떡같은 미분이라 보시면 됩니다. 게다가 편미분에서 자주 쓰이는 함수의 이름조차 f가 아닌 미지의 함수(unknown function) u인 것처럼 심지어 그 엄청난 계산을 해내더라도 그저 전파 과정 정도만 밝혀낼 수 있습니다. 2차 미분방정식만 풀어도 결과값이 이렇게 꿀렁이게 나오거든요.

제 행렬이 6차원이었는데 만약 독립변수 6개짜리 방정식을 편미분으로 푼다? 어후~! 참고로 행렬을 이용해서 오피를 파악한다는 것은 그의 본질적인 특성 즉 고유값(eigen-value, characteristic)을 알아내는 건데요. 스트로스의 이야기, 즉 허수가 들어있으므로 곱셈과 역원을 활용해 오피가 속한 (field)과 각 특성들의 확률을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후반부처럼 오피를 미분해서 파악하는 것은 그가 어느 정도 범위에서 꿀렁이며 움직이고 있는지 대략적인 경계값(boundary-value)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방식 모두 오히려 오피란 인물을 “Yes/No”처럼 한 속성만을 확정적으로 갖는다거나, 어떤 것과 상관관계(depend on)가 있다고 함부로 재단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결과를 안겨줍니다. 오피가 “똑똑한vs평범한” 인간인지도 아리까리하지만, 맥락(context)을 살펴보며 편미분한 결과 그저 “공산당을 통해서(through)~”가 결론인 것처럼요.


<파장과 정보>

트리니티 실험이 끝난 후반부는 청문회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면서 화면을 왔다갔다 돌리고(spin)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컷편집이 요동을 치며 정신이 사나운게, 마치 청문회의 파장(λ)이 짧아진 것 같다는 인상 또한 받았습니다. 게다가 앞의 2시간 때처럼 양쪽 청문회(안-밖/오피-스트로스)의 질문 뒤에는 오피의 속성에 대한 답변영상을 하나하나 깔끔하게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검사 롭의 질문 폭격에 오피의 생각이 오락가락하면서 답변이 이랬다저랬다 막 바뀌는 것처럼, 후반 1시간 동안의 청문회장에서는 그의 모호한 성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빛은 파장이 짧을수록 진동수가 커지기 때문에 에너지 또한 커진답니다. (E=hν, λ=c/ν : E-에너지 h-플랑크상수, ν-진동수, λ-파장, c-빛의속도) 두 청문회가 이리저리 빠르게 요동치다가 갑자기 오피가 빵~하고 터진 것처럼 빛의 파장이 짧으면 그만큼 투과력이 강해지는데요. 파장이 길수록 오피의 운동량(방향과 크기)을 알 수 있다면, 파장이 짧을수록 오피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영화적으로는 컷편집하느라 해당 장면에 투입된 에너지(돈과 인력) 또한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만큼 몰입감이 높아지는 효과가 생긴 듯 합니다. (전 숨도 못쉬고 본거 같은...)


실제로 파동역학에서는 오피의 벡터량 즉 운동량(momentum)이 막 회전(spin) 합니다. 자꾸만 움직여대는 이 파동의 성질은 시간(t)과 관련된 과거~미래경로와 굉장히 밀접합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스트로스의 청문회가 끝나고 시간을 되감았길래 아아... 경로를 거슬러 올라갔구만~ 반시계방향으로 스핀했네 스핀했어~! 라는 생각이 들기도... :)



17. 스트로스의 적분/핵융합

: 그래서 오피의 삶의 궤적(경로)은?


스트로스의 청문회 막판은 시간을 자유자재로 요리조리 돌려보는게 마치 시뮬레이션하는 것 같더군요. 미분이 무언가를 쪼개서 변화하는 양상을 살펴보는 거라면, 적분은 미분의 반대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미분이 미세한 부분이라면 적분은 여나간 총체이지요. 따라서 적분의 목적은 미분한 것의 원시(primitive)함수, 즉 최초의 근원을 찾아내는 것에 있습니다. 완전한(integral)이란 뜻을 가진 이 함수는 경로를 알아내는 것이기도 하므로, 결정론적 세계관과 굉장히 밀접합니다. 최초의 초기값(initial)을 알면 원시 우주에서 원자들이 수소(H), 헬륨(He),..... 순으로 융합한 것처럼 우주가 어떠한 경로로 탄생해나가는지 죄다 밝혀질 거란 생각을 해볼 수 있겠지요. 그래서 양자역학에선 주로 (line)적분을 합니다.


적분 함수는 일반적으론 이런 모양의 인테그랄을 주로 알고 계시겠지만, 양자역학에서는 ‘ζ 이런 모양의 리만-제타함수나 ξ 이런 모양의 전해석(entire) 크사이함수도 자주 씁니다. 수학자들마다 엄청나게 마개조를 해서 쓰는 황금열쇠같은 함수지요. 만약 제타함수의 비밀이 다 풀리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결과값이 죄다 정해진 시뮬레이션이란 건가?란 <테넷> 스러운 의문을 갖게 될지도... (전 결정론/운명론 안믿는데 안풀렸음 좋겠... What If? 자유의지로 주사위놀이 좀 하면 안되는건가?)


<적분/핵융합으로 알 수 있는 것>

만약 스트로스의 청문회가 허수로 구성된 복소평면이 맞고 선적분 즉 핵융합을 해야한다고 봤을 때, 흑백장면은 오피란 인물의 인생 경로를 파악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세상의 (plane) 위에서 매개변수인 시간(t)에 따라 그가 움직인 경로를 파악하는 것이지요. 이 영화에서는 청문회가 끝나고 갑자기 존 F. 케네디란 인물의 이름이 툭 튀어나옵니다. 이건 마치 오피를 괴롭혔던 이 냉전 이슈가 다음엔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관객들로 하여금 미래의 결과예측할 수 있게 만듭니다. 케네디가 대통령이 된 다음 미국-소련 간 마지막 냉전의 긴장(tension) 상태였던 쿠바 미사일 위기를 풀어낸 건 꽤나 유명한 이야기니까요.



위 그림처럼 복소평면의 적분은 굉장히 이상한 성질을 갖는데요. 시간(t)에 따라 경로가 반시계방향 혹은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 복소평면에 해당하는 스트로스의 청문회가 끝난건, 선적분이 완료되었다는 뜻이므로, 플롯의 경로가 갑자기 반시계방향으로 휙~ 돌아 이전에 아인슈타인을 만났을 때의 경로로 되돌아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대화를 하던 도중에 노년이 된 오피의 모습까지 미리보기로 돌려서 보여주기까지 했구요. (왼손 오른손의 엄지손가락 방향 갖고 익혔던 기억이 어렴풋이...)



게다가 엔딩씬에는 먼훗날 대기점화로 인해 지구가 멸망하는 양자얽힘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여기에는 가능성 ‘near0’ 같은 확률론이 개입해있지만, 어찌됐든 정보는 정보입니다. 먼훗날의 대기점화 가능성 또한 확률이 0이 아닌 상태로 결정된 것이지요. 그나저나 아인슈타인은 시간이란 실재하지 않는다고 여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대성이론으로 시간의 절대성을 깬 인물이기도 하지만, 시간변수를 인간이 상상한 추상적인 관념으로 바라본 것 같더라는... 때문에 전 오피의 말에 아인슈타인의 표정이 썩은 건 양자얽힘을 이야기하니, ‘어휴~ 역시 말이 안통하는 이 양자역학 하는 놈!’ 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한거란 생각을 했답니다. :)


참고로 오피가 대기점화식을 처음 알게된 장면에 나왔던 괴델시간의 본질에 심취했던 수학자기도 하지만, 수학은 자신의 무모순성을 증명할 수 없다는 걸 정리한 인물입니다. 이걸 ‘불완전성의 원리(incompleteness theorems)’ 라 하는데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uncertainty principle)’와 다르면서도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참인데... 아놔 진짜 이게 맞는데... 증명은 못함! 모름! 할튼 그러함!”이런 느낌의 주장이거든요. 불확정성의 원리가 “입자의 위치를 알면 운동량 모름! 아놔 진짜 둘다 정확하게 아는 건 못함! 모름! 할튼 그러함!” 이런 느낌인 것처럼요.


솔직히 나무숲에서 괴델이 힐링하던 씬은 너무 뜬금없던 장면이라 대체 이걸 왜 넣었을지 참 궁금하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맨하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다른 과학자들보다 괴델하이젠베르크가 유난히 튀게 느껴졌습니다. 두 인물이 나온건 어쩌면 이 영화가 얼핏 모순으로 가득해보인 오피의 다양한 속성들이 모순되지 않고 둘다 가질 수 있는 속성 맞는데, 아놔~! 진짜 그게 가능한데 오피가 입자이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한데다, 시간(t) 상에서 오피가 막 돌면서(spin) 변화하니까 그런 걸지도... 증명은 못하겠지만 할튼 그러함!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네요. :)

(하아... 이 영화를 나름 관측해본 결과 플롯이 이거이거 행렬이랑 미적분 맞는데, 진짜 맞는데 증명은 못하겠지만 할튼 그러함! ㅋㅋ)


어쩌면 이 둘은 모두 인간이 이성으로 뭔가를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 마치 오만떨지 말고 겸손하라고 이야기하는 듯한 과학자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놀란감독은 오펜하이머라는 엄청나게 복잡하면서도 모순되어 보이는 인물을 다룸에 있어, 나름 근거를 가진 에피소드를 주의깊게 탐색해보면서 어렴풋이 그의 실체를 관측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게 오펜하이머라는 인물 그 자체임을 그저 받아들이는, 즉 양자역학의 새로운 시각을 가져보자!!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걸지도...(feat. 닐스 보어)


p.s.

아흑... 공대의 기본 중의 기본 미적분을 다 까먹은 게 진짜 속상하네요. 어디가서 공대나왔단 얘기 못하겠... 행렬에서도 교환자가 뭔짓을 벌이는 놈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플롯의 수학적 아름다움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미지의 영역으로 남긴 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에잇! 뭐 어쩌겠어요. 수학 배운지 시간이 16년, 17년, 18년...... 20년이나 흘렀는데... (키티 모드로 아몰랑~! 훌훌~!)


개인적으로 저는 언어를 잘 못하는 편에 속했지만, 시나 소설을 읽으며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처럼 혹시 수학을 잘 못하는 분이 계시더라도, 수학적인 아름다움만큼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에서 이런 극이과적인 느낌의 독사과스런 리뷰를 써보게 되었는데요. 다만, 제 어휘력이 워낙에 부족한데다 아마도 수학적인 표현이 너무 많았을테고, 또 누구에게나 쉽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수학적 폼이 한껏 올라와있는 상태가 아닌지라(뇌가 쪼그라든다는 40대에 막 들어선...) 그게 잘 전달이 됐을지는... 또르르...ㅠㅠ

혹시 용어나 개념에 잘못된 게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감독님아~! 뇌 터질거 같은데 다음번엔 좀 쉬운 영화를...>

*독사과편의 독극물 성분

1. 고전역학,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2. 대수학과 N차원 : “Can you hear the Music?”

3. 대수학과 양자역학

                                                  

4. 양자역학과 행렬(matrix)

5. 복소행렬의 내적/외적 공간

6. 복소행렬의 허수

7. 차원의 직교와 군, 환, 체

8. 플롯에서 행렬의 곱 엮어보기

             <인터미션>             


*플롯의 악장 키티에 대한 찬가

9. 화용(Pragmatic) 분석

10. 나이브(Naïve) 베이즈 알고리즘

11. 브라켓(Bra-ket)종속관계

12. ♬ 악보/이불 걷어~! : “Take in the Sheets!”

                                                  

13. ost 음악의 무게감(pitch)이산성/연속성

14. 함수와 독립/종속변수
15. 변수의 이산성/연속성

16. 오피의 미분/핵분열

17. 스트로스의 적분/핵융합

<복소수의 미적분(함수의 극한과 수렴)으로 만들어내는 프랙탈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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