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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hira May 27. 2024

<퓨리오사 사가-Ⅰ> 과일과 트로이전쟁의 오딧세이

북유럽 신화 + 오딧세이 + 잭과 콩나무 / 스포

이 리뷰는 제가 기대했던 낙원이 그쪽 방향이 아니었다는 일종의 현타와 함께 난무하는 북유럽과 그리스로마신화의 이미지 가운데 "의 이름은 왜 하필 일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퓨리오사>는 개인적으론 전작의 아우라가 강하게 남아있어서 일단 1회차는 살짝 실망하긴 했었으나, 왠지 2회차때 만족도가 크게 상향될 것 같은 작품인 듯 합니다.

(보름쯤 뒤에 실망감?/모래폭풍이 걷어지면 그 때 전편을 다시 챙겨본 뒤에 또볼까 싶은...ㅋ)


아마 뚜껑을 열어보니 전작처럼 미친(MAD) 질주의 극한(MAX)!!! 액션장르를 기대했던 제 선입견과 이 영화의 방향성이 크게 어긋나있던 탓이겠죠.
이 작품은 엄연히 제목과 오프닝부터 퓨리오사의 어린시절 일대기를 다룬 사가(Saga)/오딧세이(Odyssey), 즉 서사시를 표방하고 있었으니까요.


<퓨리오사 사가><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두편 모두의 스포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 주인공들 이름이 대단히 맘에 들었습니다. 전작에서 엄청난 포스를 풍기며 등장했던 퓨리오사는 분노를 뜻하는 스페인어인 퓨리오소(Furioso)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번편을 보니까 분노퓨리(Fury)에 생명의 숨결을 의미하는 오사(Osa)를 붙였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나저나 아역배우가 안야 테일러 조이랑 너무 똑닮아서 디에이징 먹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얼굴에 A.I.를 합성했다는군요. 오호... 여튼 이 작품은 두(세) 생명과 두 작품의 싱크로율/호흡을 이어가는 성장물이라 할 수 있을듯 합니다.

(참고로 오사는 수면 무호흡증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입다물고 죽은 척!)


죽은 아이의 곰돌이인형을 들고다니며 과거의 아픔을 비롯한 모든 걸 잊고 분노에 몸을 맡긴 빌런 디멘투스(Dementus)에게는 치매(Dementia)를 연상케하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즉 전직 북유럽신화의 토르에게 망각과 관련된 이름을 붙여놓곤, 인류의 문명/수명이 퇴행하여 '기억할게!'를 외치며 발할라만 바라보고 사는 워보이들과 싸우게 하다닛! 어쩌면 이는 과거 어머니들이 살던 녹색의 땅분노에 잠식당한 역사로 퇴행하지말고, 그 분노/에너지를 자양분으로 삼아 앞으로 새로운 녹색의 땅을 만들어가자는 의미가 아닐까 싶네요.


이 작품은 부발리니란 부족 이름 자체가 '씨앗을 지키는 자'란 뜻인만큼 개인적으로 여성에서 를 받아 열매/과일을 만들어내는 식물에 비유하고 있단 생각을 했는데요. 참고로 고대 그리스로마나 북유럽신화에서 많은 여신들이 여성의 생태학적 속성 때문에 열매, 대지, 풍요로움과 연결되곤 합니다.



01. 과일(+씨앗)과 납치/이동


퓨리오사는 마치 그리스신화에서 과일(석류)의 를 먹다가 납치당해서 죽음의 신 하데스와 결혼하게 된 페르세포네(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로 저승에 사는 씨앗의 여신)나, 혹은 북유럽신화에서 과일(사과)의 수호자였지만 로키한테 낚여 에서 실종/납치당했다가 로키 덕분에 풀려난 적이 있던 청춘/생식능력의 여신 이둔(Idunn)을 연상하게 합니다. 생명력이 가득한 건강한 퓨리오사와 그녀들의 땅을 탐하는 디멘투스의 무리에 의해 납치를 당한 어린 그녀는 꼭 에덴동산 같았던 고향땅을 떠나게 되는데요. 본래 뿌리박혀 이동할 수 없는 나무의 씨앗이 퍼뜨려지는 방법 가운데 물, 바람, 중력 외에 동물에게 먹히는 방식도 있긴 합니다.


납치되는 과정에서 퓨리오사는 십자가에 매달려 옆구리에 창이 찔린 듯한 엄마 메리(혹 성모 마리아?)를 잃게 됩니다. 생식기에 고문을 받으며 사흘만에 사망에 이르렀던 메리 자바사(혈통이란 뜻). 딸이 자신의 을 이어가도록 엄마가 대신 죽는 이 장면은 묘하게 기독교 신화를 비튼 것 같기도 합니다. 참고로 그리스신화 속 씨앗의 여신 페르세포네는 북유럽신화에서 지옥을 의미하는 헬/헬라와 연결되는 여신인데요. 엄마의 죽음을 목도한 퓨리오사는 어쩌면 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生지옥에 빠져 살게된 것은 아닐런지... (북유럽 신화에서 헬라는 자기 몸의 반쪽을 크게 다칩니다. 그리스신화의 페르세포네는 계절을 반반 나눠 봄, 여름엔 엄마 데메테르와 지상에 있고, 가을, 겨울남편 하데스와 지하세계에서 살게되구요.)


퓨리오사는 엄청난 분노를 으로 삼키며, 과거 로키의 형이었던 전직 토르 출신인 걸 까먹은 햄식이 즉 디멘투스의 손에서 입 닥치고 죽은 듯이 자라나게 됩니다. 이 곳에서 그녀는 역사학자에게 천문 지식을 배웠는지 집으로 향하는 지도기억하고자 팔에 새겨놓는군요. 어쩌면 별자리가 나왔다는 것은 곧 시간/계절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영화란 뜻일지도... The Stars be with you. (feat. <파묘>, <키메라>, <혹성탈출>)


그나저나 로마시저마냥 시타델(난공불락 도시의 성채란 뜻)에 쳐들어가 일장 연설로 여기를 먹으려고 했던 디멘투스. 그는 이곳이 로마 공화국이 아니라 임모탄(불멸이란 뜻)이 다스리는 요새, 즉 로마의 바티칸시국(Citta del Vaticano)처럼 강력한 종교적인 황제가 다스리는 도시국가였다는 전편/후속 이야기를 잊은 모양입니다.


현생을 살지 못하고 그저 죽어서 발할라가는 게 인 가엾은 젊은 워보이들과의 대결에서 된통 당한 전직 토르... 전열을 가다듬은 디멘투스는 마치 역사 오디세우스 설화에 나오는 그리스연합군(+스파르타 포함)의 트로이 목마 전술처럼 성 안에 잠입하는 방식으로 요새 3곳 중 가스타운이란 곳을 차지합니다.



02. 여성/땅을 둘러싼 트로이 전쟁


녹색의 땅을 기억하고 있다는 DNA 정보원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었다가, 자라나서 건강한 출산 도구로서의 가치를 갖게된 퓨리오사는  따먹기를 둘러싼 정치적인 가치 교환 딜에 따라 편이 바뀌게 됩니다. 드디어 그녀는 전편처럼 하늘 위에 바빌론처럼 공중정원을 만들어둔 임모탄이 다스리는, 이 많은 시타델에 입성하게 되는군요.


참고로 오디세우스의 모험담인 <오딧세이아>의 프리퀄이라 할 수 있는 <일리아스>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가 도시국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빼앗긴 자기 와이프 헬레네를 되찾기 위해 시작한 전쟁이었는데요. 헬레네는 억지로 메넬라오스 왕 정략결혼 했던 것이라 찐 사랑은 나중에 전쟁으로 나라가 망하게 될 트로이의 파리스 왕자란 설이 있긴 합니다.(과연?) 이 신화를 생각해볼 때 반-자의로 임모탄을 따라간 퓨리오사는 어쩌면 파리스를 따라간 헬레네를, 디멘투스는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혹은 트로이목마 작전을 세운 오디세우스)를, 임모탄파리스 왕자와 닮은 듯 하군요.


한편, 그리스신화에서 파리스 왕자가 이 사단을 일으킨 것은 본래 황금사과 때문이었습니다. 불화의 여신인 에리스가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 여신 사이에 황금사과를 던져놓곤 이건 가장 아름다운 여신의 것이라 하자, 세 여신은 이 사과가 누구의 것인지 파리스한테 결정해달라고 선택권을 넘기거든요. 그는 권력을 주겠다는 헤라와, 전쟁의 승리를 주겠다는 아테나를 제끼고, 최고 미인을 주겠다는 아프로디테를 택하면서, 이미 다른 왕(스파르타)의 왕비였던 헬레네를 전리품마냥 쟁취하게 된 것이구요. 결국 이쁜 여자들/을 밝히다가 트로이 전쟁을 일으키게 되어 나라를 말아먹고 전쟁 막바지에 죽게되는 파리스는 마치 건강한 여자를 밝히며  뿌리는 것에 환장하다가 전편에서 죽었던 임모탄을 빗댄 듯 합니다.


본래 <오딧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인 오디세우스가 전쟁이 끝난 후 집으로 되돌아오는 10여년 동안의 여정/모험담을 다루면서 정절을 지켰던 와이프 페넬로페와 재회한 뒤, 그동안 청혼하며 찝쩍거렸던 다른 남자들을 처단하는 서사시입니다. 이미 전편/후속이야기에서 보았듯이 막판에 임모탄의 아내들이 정조대를 풀고 자기 인생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며 자유를 찾아 을 떠나게 됩니다. 어쩌면 <매드 맥스>는 기존에 여성들을 출산 도구 취급하던 다소 가부장적인 오딧세이 서사시를 비트는 페미니즘이 녹아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전편/후속이야기를 보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그녀가 돌아가고 싶어하던 고향이자 모계사회녹색의 땅도 이미 황폐화된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한편, 임모탄의 하렘에 들어갔던 어린 퓨리오사는 머리를 자르고 남장을 함으로써 임모탄의 아들인 일렉투스의 강간 위협에서 탈출하게 됩니다. 여기서 전 북유럽신화에서 로키의 장난으로 황금머리카락이 잘려나가며 삭발하게 된 토르의 와이프 시프(Sif) 이야기가 떠올랐는데요. (역시 북유럽 신화 속 만악의 근원 로키~! ㅋ) 참고로 삭발은 간통죄로 인한 처벌을 의미하기에 토르가 빡쳐서 로키를 족치자, 나중에 시프는 로키로부터 더 이쁜 황금가발을 선물받게 됩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퓨리오사는 스스로 머리를 삭발하며, 그녀의 가발은 세월이 지나며 나뭇가지와 함께 자라납니다. 본래 시프의 머리카락은 황금빛 곡식(밀)을 의미하며 삭발추수(혹은 다음해를 위한 씨앗의 생산)를 의미하기에 그녀는 지구, 대지, 풍요로움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퓨리오사을 만나기 전까진 다시 자라난 머리카락을 감추고 살아갔다가 그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두건이 벗겨졌다는 건 꽤 의미심장하군요. :)



03-a. 대지/여신의 길을 예비하는 자, 잭


퓨리오사 안에는 씨앗을 품고(이둔) 머리카락을 밀고(시프) 죽음의 위기 속에서 반쪽을 다치며(헬/헬라) 오딘의 곁에서 전투를 하는(프레이야) 등 북유럽신화 속 여러 여신들의 모습이 조금씩 담겨있는 듯 하네요. 이 가운데 특히 프레이야는 생식, 번식 및 전쟁의 여신으로서 본래 바니르신족에서 애시르신족으로 넘어간 인질이었습니다. 그녀는 어느 곳에 가든지 난쟁이부터 서리 거인족에게까지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던 여신인데요. 비, 태양, 논, 밭, 과일을 다스리는 대지의 신이자 전쟁, 삶과 죽음의 순환 등 많은 것을 상징하는 엄청난 만능 캐릭터의 여신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프레이야는 나중에 오딘의 궁 발할라를 지키는 여전사 발키리들의 수장, 즉 사령관이 되지요. (그나저나 전편의 그 녹색 아닌 녹색의 땅에서 그녀를 만갑게 맞아준 발키리는 이번 편에 보니 동생인 듯한...) 관객들은 나중에 그녀가 얼마나 끝내주게 싸우게 되는지를 마치 운명의 여신이 짜놓은 실타래마냥 미리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홀로 길을 걸어가려 하지만 솔직히 이번 편에서는 아직 내공이 많이 쌓여있지 않은 상태인데요. 리오사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이 영화에는 그녀가 다재다능하게 자라나 수많은 가능성으로부터 잘 대처해나갈 수 있도록 을 닦아준 남성이 한명 등장하게 됩니다.

▶ 에 대한 헌정을 담은 이 리뷰는 2부작입니다.

(To be Continued...)



<퓨리오사 사가> 그의 이름은 왜 잭일까? : 북유럽신화+오딧세이+잭과 콩나무

01. 과일(+씨앗)과 납치/이동

02. 여성/땅을 둘러싼 트로이 전쟁

03. 대지/여신의 길을 예비하는 자, 잭

04. 잭과 콩나무, 비료와 꿀이 되는 과거의 기억

05. 위그드라실 나무의 SAGA

<사가-Ⅰ> 과일과 트로이전쟁의 오딧세이

<사가-Ⅱ> 잭과 마법콩, 위그드라실 나무



<퓨리오사와 역사> 두 전쟁과 치유의 천사 : 반복되는 크림전쟁+라파엘

01.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2023. 10.~)

02.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2. 2.~)

03. 워보이들의 수호 천사(White Angel) 나이팅게일

04. 암흑기(Dark Age)로 되돌아간 <힐라스와 님프들>

<역사-Ⅰ> 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역사-Ⅱ> 치유의 천사 나이팅게일과 라파엘



<퓨리오사와 나무> 사랑과 전쟁, 세계수 설화와 性 : 복숭아+물푸레+콩나무

01. 복숭아와 재생, 여성의 속과 씨앗

02. 물푸레나무 바디의 쪼개짐과 눈물

03. 콩나무, 땅의 양분과 하늘★의 희망


<퓨리오사와 정보통신> 힐라스와 마주보는 과수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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