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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hira Jun 16. 2024

<퓨리오사와 나무-Ⅱ> 좌우 운전석, 세계수 설화와 性

물푸레나무 바디의 쪼개짐과 쓰임새, 그리고 눈물 / 스포

▶ 영화와 관련된 세계수 설화 리뷰시리즈(3부작)이며, 이 글을 먼저 보셔도 상관없습니다. :)


<퓨리오사와 나무> 사랑과 전쟁, 세계수 설화와 性

01. 복숭아와 재생, 여성의 속과 씨앗

02. 물푸레나무 바디의 쪼개짐과 눈물

03. 콩나무, 땅의 양분과 하늘의 희망

<정보통신> 힐라스와 마주보는 추억의 과수원길

<핸들을 둘 중에 누가 잡을까나...>


※ <퓨리오사 사가>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모두의 스포가 있으며, 다른 리뷰시리즈도 있습니다. :)

<퓨리오사 사가> 그의 이름은 왜 잭일까?

<사가-Ⅰ> 과일과 트로이전쟁의 오딧세이

<사가-Ⅱ> 잭과 마법콩, 위그드라실 나무


<퓨리오사와 역사> 두 전쟁과 치유의 천사

<역사-Ⅰ> 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역사-Ⅱ> 치유의 천사 나이팅게일과 라파엘

<운전석이 자꾸만 바뀌고, 수시로 후진하며 되돌아가던 퓨리오사>



02. 물푸레나무와 재/파멸 : 의 쪼개짐과 눈물 기억


운전석과 보조석, 왼쪽과 오른쪽

전 전쟁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실은 2차대전 밀덕이셨던 어머니로 인해 초1때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가 디즈니 애니도 아니고 논픽션의 B-17 폭격기 영화일 정도로 (아마 누군가는 아동학대라 볼 수도...?) 어린시절부터 많이 접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로맨스물과 무협/서사시를 좋아하시는 아버지는 폐소공포증으로 극장을 다니셨어서 아무래도 취향이 편향될 수 밖에 없었을 듯 합니다. 그러나 전쟁영화를 자주 접하다보면 대부분 그 안에 반전 메세지 또한 함께 들어있기에, 끔찍함을 간접 경험하면서 오히려 평화주의자를 꿈꾸게 만드는 나름 긍정적인 반작용?이 있는것 같더라구요.

(그러고보니 신부/Father가 되어 외가의 대를 끊어버린 외삼촌 또한 초딩용 전쟁이야기 책을 쓴걸 보면, 전쟁에 꽂히는게 모계쪽 전통인건가 싶기도...ㅋ)

<왼쪽 라디에이터가 터졌잖아?!!>

인적으로 전 이 작품에 현대 기독교의 해방/생태신학이나 공생/공존을 중요시하는 에코 페미니즘 사상이 녹아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어릴때 과제하며 글로만 접해서 기억이 흐릿한...) 

영화속 운전석을 주의깊게 보시면 꽤 흥미로운 지점이 있는데요. 워리그에 잠입해 이곳을 혼자서 몰래 탈출하려했던 퓨리오사는 의 조수인 블랙썸의 유지를 이어받아 워리그의 끊어진 엔진의 호스(차량의 탯줄)을 정비해주다가 전투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리곤 워리그(Kenworth W900)의 왼쪽 라디에이터(냉각/방열) 투구가 터지자, 자신의 모자로 불을 끈다음 다시 제대로 끼워주는 퓨리오사. 그녀는 결국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잭의 왼편 조수석에 앉게 됩니다. 

<왼쪽 보조석/오른쪽 운전석에서 아픈 워보이들 이끌고가는 엄마/아빠? 시간이 흐른 뒤 서로 뒤바뀌곤 하는 운전석>

시간이 흐른뒤 디멘투스의 가스타운에 들어갈 때 보면 이제는 그녀가 오른쪽 운전석에 앉아있습니다. 때문에 디멘투스는 그녀가 대장일거라 착각했었지요. 전우인 이 커플 사이에서 누가 대장인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습니다만, 디멘투스가 그 사이에 끼어들었을 땐 운전석을 그녀에게 맡기고 보조석에 탄  밸런스를 잡아주는 대장 역할을 맡은 듯 합니다. 잭이 그녀의 분노 억제기, 즉 진의 을 식혀주는 라디에이터가 되어주는 것이지요. 그리고 퓨리오사는 녹색의 땅을 찾아서 잭과 함께 새로운 여정을 떠날때는 왼쪽 운전석(Plymouth Valiant)에, 잭이 죽고난 뒤 디멘투스를 찾아서 나홀로 복수의 여정을 떠날땐 다시금 오른쪽 운전석(Cranky Black)에 앉습니다.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장발의 왼쪽 운전석(우)과 과거 죗값을 치르게 하는 삭발의 오른쪽 운전석(좌)>

왠지 왼쪽(left)은 미래의 새로운 곳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진보적인 가치를, 오른쪽(right)은 과거의 올바른 정의를 위해 뒤에서 지켜려는 보수적 가치를 담고 있는게 아닐까 싶더군요. 참고로 디멘투스가 몰고다니는 3위 일체식 전차(BMW R18+Chariot 개조), 3쌍의 바퀴를 단 장갑차스러웠던 식스-풋(Mack DM-800), 마지막에 탔던 여인몸 오토바이(BMW R18+rotec R2800 엔진) 모두 보조석이 딱히 없는 정중앙의 운전석입니다. 어쩌면 그에게 센터의 운전석이란? 타노스마냥 나홀로 중심/밸런스 잡는 것을 추구하는 것일지도... (feat. 마블 사가)

<과거 타노스에게 당했던 걸 까먹은 치매(Dementia) 환자 전직 토르>



물푸레나무의 쓰임새

이 작품은 위그드라실 사가라고 불러도 되겠다 싶을 만큼 퓨리오사 안에 대지나 과일과 관련된 다양한 북유럽 신화의 여신(이둔, 시프, 헬라, 프레이야 등)과 세계수 즉 생명 나무의 이미지가 들어있는 듯 했습니다. 본래 이 위그드라실 나무는 과실수가 아니라 인도-유럽 신화에서 엄청 사랑받는 물푸레 나무입니다. 특히 나무와 나무가 각각 따로 있는데요. 열매를 딱히 먹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목재로서의 가치가 대단히 높아서 의 손잡이몽둥이 같은 무기나 가구를 만드는데 쓰였기에 전쟁과 관련된 신화들에서 자주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일렉트릭 기타의 바디(body)로도 많이 쓰이고 있구요. 

(묘하게 후반부 의수를 착용한 퓨리오사의 이 꼭 일렉기타/악기 같단 생각을... )


영화의 막판에 의 반쪽/잭을 잃고 분노의 씨앗을 삼키며 암흑의 천사가 된 퓨리오사는 전편에서처럼 기억과 언어 기능을 담당한다고 알려진 전두엽이 있는 이마 눈 부위에 까맣게 을 바르더군요.(feat. 파묘의 화림인 줄?) 자신의 을 쪼개고 죽임으로써 다양한 가치들을 생산해내는 물푸레나무를 영어로는 재/파멸/멸망을 의미하는 Ash라고 부릅니다. 한편, 이 나무의 껍질을 맑은 물에 넣으면 물이 파~랗게 변색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물푸레라고 부르고 중국에서는 청피목(靑皮木)이라 불렀습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껍질에서 우러나온 이 파란 물을 에 바르면 눈물이 계속 흐르는 것을 낫게 하고, 을 밝게하는 눈물분비 과다증 약으로 널리 알려져있지요. 


또한, 서양에서는 주로 여성의 자궁질환과 관련하여 월경문제와 산후조리(단, 임신중에는 유산을 유발), 뱀독 완화기관지염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감독님은 정형외과 의사 출신으로 최근 <3000년의 기다림>을 만드시면서 동서양의 신화를 한바탕 섭렵하신 듯 하더군요. 때문에 위그드라실 즉 물푸레나무가 (Ash)를 의미하면서 목재(body)로서의 가치 뿐 아니라 의학적으론 안구/자궁질환/호흡기/해독으로 쓰인다는 효능을 왠지 아셨을 듯한...


간호/회복(nurse)의 십자가

물푸레나무는 워낙 오랜세월 동안 크게 잘 자라기 때문에 동서양 모두에서 당산나무처럼 신성하게 여겨졌습니다보호수(nurse tree)라 불리는 이런 큰 나무들은 우리가 보호해줘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크고 빠르게 자라는 이 나무가 느리게 자라는 다른 작고 연약한 동식물들을 생태적으로 돌봐주고 지켜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치 퓨리오사가 병약한 하얀 워보이 (본의 아니게?) 지켜주게되는 강인한 사령관 '암흑의 천사'가 된 것처럼요. 영어로 보호수에는 간호(nurse)하다는 뜻이 담겨져 있거든요.


그녀가 아직 엄마를 구해낼 힘이 없던 어린시절, 다시 돌아와서 결국 디멘투스의 새장 안에 갇혀 보호를 받았을 때 철창의 천장 형태를 보시면 하얀 십자가 모양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만능 캐릭터의 전사로 자라난 그녀에게 이제는 새로운 땅을 향해 나아가라며 녹색 신호탄을 쏘아올린 잭을 그냥 두고 갈 수 없었던 철창 밖의 퓨리오사. 이 때 철창 의 모습은 마치 검은 십자가 모양처럼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전 그녀가 다시 돌아온 뒤 자신의 엄마처럼 저격총을 쏘며 잭을 구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19C 크림전쟁에서 '백의 천사(White Angel)'라 불렸던 간호사이자 야전병원장이었던 +나이팅게일+이 떠올랐습니다.

(하아... 잭...... 자기 엄마 못지않게 그를 살리고 싶어서 되돌아온 것일텐데...)

<화염에 휩싸인 검붉은 적십자스러운 장면>

참고로 nurse란 단어는 본래 ''을 먹인다는 뜻의 라틴어가 발전해 '유모'가 되었고, 그게 나중에 돌봄, 간병과 같이 사람을 강한 상태로 돌이켜주는, 즉 '회복'을 시켜주는 간호사란 단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무를 자라게하는 양묘장을 'nursery'라고도 하는데요. 이 단어는 보육원/유치원을 뜻하기도 합니다.


뿌리혹 박테리아의 재생

한편, 씨앗을 입/헤어 안에 품고 있는 여성스러운 열매 못지않게 전 엔딩 장면에서의 남성의 뿌리 부분 이미지가 너무나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참고로 나무들 중에선 종종 워보이의 에 난 종양같은 뿌리혹 박테리아(세균)를 다룰 줄 아는 종도 있습니다. 마치 디멘투스의 시체 위에서 나무가 크게 잘 자라게 된 것처럼요. (+)이 잘린 퓨리오사는 시타델의 땅굴 속에서 왠 노파(히스토리 우먼?)가 시신/다친 곳에 뿌리혹(세균)마냥 구더기들을 주렁주렁 달아놓은 걸 확인하는데요. 비록 나이팅게일은 파스퇴르의 미생물설을 미처 받아들이지 못했던 시대였으나, 퓨리오사는 그 다음 시대의 간호사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  갑자기 죽은 아이 인형달고 다니 유치하게 굴던 치매환자 디멘투스가 꼭 전편에서 종양(tumor) 달고다니던 워보이 눅스처럼 짠하게 느껴지는...)

<눅스의 목에 난 종양 '래리'와 '배리', 그리고 뒤에서 미래의 회복 가능성을 지지해준 빨간머리 소녀 케이퍼블>


생명의 호흡

퓨리오사(Furiosa)라는 이름은 어쩌면 분노(Fury)라는 단어에 생명의 호흡(Osa)이 합쳐진 이름이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녀는 이번 편에서 거의 죽은 듯이 입 다물고 지내는 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참고로 오사는 수면 무호흡증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아마 전편 <분노의 도로>를 보셨던 분들은 그녀가 저격총이 달린 잘린 왼팔을 맥스(Max)의 오른쪽 어깨에 기대어 의지 채 을 사냥하면서 "Don't Breathe"(숨쉬지 마!)라 말했던 장면을 떠올리실 수 있을텐데요. 여러모로 페미니즘의 시각을 드러내면서도 함께 호흡하고 같이 참아가면서 살아가자고 말하고픈 감독님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전편에서 퓨리오사는 에 공기가 들이차면서 을 못쉬게 됩니다. 그러자 맥스가 튜브로 기흉을 뚫어준 뒤 자신의 로 수혈해주지요. 전편에선 주머니(맥스)가 튜브로 연결되는 이미지가 계속 등장했다면, 이번편에서는 마치 탯줄처럼 엔진과 연결된 호스를 끊어버리는 이미지가 계속 강조되는 듯 했습니다. 

<"숨쉬지 마(Don't Breathe)~!">

한편 전 이 영화를 보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하마스전쟁과 우크라이나전쟁이 자꾸만 연상되더군요. 전쟁이란? 되갚아주려는 복수심을 못참아서 생기는 끊임없는 惡순환의 사슬고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꽤 오랜기간 을 참아왔던 퓨리오사가 의 화신과도 같은 문어발 낙하산의 옥토보스에게 엄마의 죽음을 복수하려고 "사슬공(Bommy knocker)"을 외친 뒤, 그 여파로 인해 녹색식물이 가득한 식량칸에 있던 난쟁이 워보이가 죽은 게 참으로 안타깝더라는...

<"사슬공(Bommy knocker)~!!!">


 다음에는 성장기/사춘기 (性)과 (word) 관한 동화 <잭과 콩나무> 추억의 동요인 <과수원길> 이야기를 한번 다뤄보겠습니다. 잭 ▶ 콩나무  비료식물(뿌리혹 박테리아)의 연상작용 때문인지 전 자꾸만 아까시나무/아카시아 떠오르더라구요. :)



<퓨리오사 사가> 그의 이름은 왜 잭일까? : 북유럽신화+오딧세이+잭과 콩나무

01. 과일(+씨앗)과 납치/이동

02. 여성/땅을 둘러싼 트로이 전쟁

03. 대지/여신의 길을 예비하는 자, 잭

04. 잭과 콩나무, 비료와 꿀이 되는 과거의 기억

05. 위그드라실 나무의 SAGA

<사가-Ⅰ> 과일과 트로이전쟁의 오딧세이

<사가-Ⅱ> 잭과 마법콩, 위그드라실 나무



<퓨리오사와 역사> 두 전쟁과 치유의 천사 : 반복되는 크림전쟁+라파엘

01.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2023. 10.~)

02.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2. 2.~)

03. 워보이들의 수호 천사(White Angel) 나이팅게일

04. 암흑기(Dark Age)로 되돌아간 <힐라스와 님프들>

<역사-Ⅰ> 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역사-Ⅱ> 치유의 천사 나이팅게일과 라파엘



<퓨리오사와 나무> 사랑과 전쟁, 세계수 설화와 性 : 복숭아+물푸레+콩나무

01. 복숭아와 재생, 여성의 속과 씨앗

02. 물푸레나무 바디의 쪼개짐과 눈물

03. 콩나무, 땅의 양분과 하늘★의 희망


<퓨리오사와 정보통신> 힐라스와 마주보는 과수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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