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퓨리오사의 성장기를 다루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 그녀가 잭/디멘투스와 함께 엮이는 걸 보며 <잭과 콩나무>란동화에 꽂혀서 세계수 설화와 정보통신에 대한 시리즈 리뷰들을 풀어냈습니다. 도중에 <인사이드 아웃2> 영화까지 개봉하니 문득 제 사춘기 시절(~현재 :D)이 떠오르더군요. 질풍노도의 시기, 제 부모님 뿐 아니라 학교 시스템에 불만이 가득해지며 삭발을 한 뒤 가발을 쓰고 나타날 정도로 1년간 극심하게 반항한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당시 신도시 신생여고의 우스꽝스러운 명물?이 되었고 가발을 벗을 최소 머리길이의 교칙이 생겼던;;;)
이전에 퓨리오사 덕질 시리즈의 마지막 부분을 <과수원길>이란 동요의 가사로 끝맺었는데요. 전 교내 어린이합창단이던 초딩시절 이 <과수원길>과 <새야 새야 파랑새야> 두 곡으로 시합창대회(전쟁?)를 치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창단 첫해에 전국대회 진출권이란 열매를 따냈음에도 아이들은 그저 치열하게 공부시켜서 성적(전쟁?)을 따내는 게 중요하다는 수많은학부모들의 반발로, 열매를 따서 먹어보기도 전에 강제로드롭(진출 포기) 당하며 좌절했던 슬픈 기억이 있었지요. (당시 과학엑스포와 연구단지 인근 1기 신도시/녹색의 땅?에 거주한 젊고 꿈많은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대단히 높았던...)
<냐하하~ 풍요의 땅이 어디에 있다구~? :D >
개인적으로 <과수원길>이란 곡은 질풍노도의 시기, 어른들에 대한 제 반항심의 첫 신호탄을 빨갛게 쏘아올린 추억의 곡이기도 합니다. 합창곡을 편곡해보라는 미션을 받고 피아노를 가르쳐준 사촌에게도 작곡을 시켜보자는 조언을 받자, 어머니가피아노 레슨을 끊어버리고 반주부였던 교회마저 못다니게 했던 게 꽤 충격이었거든요. 중2 때는 한창 핫.했던아이돌에 빠져 전사의 후예들마냥 나도 아티스트가 될거라며 이번에는 만화가의 꿈★을 꿨는데요. 고딩때 차를 정문 안까지 밀고들어와 자녀를 내려주는 학부모들과폰을 수거한 교사의 뺨을 날렸단 어느 학부모의 소문을 듣고, 별걸 다 트집잡아 재시험을 치르게만든 학부모들을 보며, 이제는 교사들이가여운 시대가 왔단 생각이 들더군요. 때문에 사춘기 시절, 학교 안이 곪아있단생각과 함께 대체 공부를 왜 해야하지?라며 세상만사현타를 느꼈습니다. 고2 땐 급기야 대학을 안가겠다며 집을나갔다 돈이 떨어지고 자립할 능력이 아직 안된단 걸 깨닫자, 삭발하고 가발을 쓴 다음에 되돌아온 적이 있었지요. (feat. <도그맨>, <아가일>을 보며 한 때 범생이란 가면을 집어던졌던/다시썼던? 옛 추억이 떠오른;;)
결국 부모님과 나름 원만하게? 딜~?!한 끝에 성인이 되기 전, 18세가 되자마자집을 뛰쳐나가서 곧바로 녹색 신호탄~!을 쏘아올리며 저만의 여정을 시작했으나, 생각보다 세상에서 내 뜻대로운전해나가는 길이란 꽤나 험난하더군요. 또르르... ㅜㅜ
Little-D!,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꿈★이 연속으로 꺾이자 미친듯이 반항한 뒤 삭발+항복 직전에 했던 낙서, 곰돌이인형 안고 수면중. (feat.드림웍스)>
질풍노도의 시기, 어머니/아버지 친척들이 다니던 학교/전공으로는 절대 가지않고 완전새로운 길을 개척해보겠다며 이리저리방황했었습니다. 지금 죽고못사는 네 친구들과 언젠가 길이 달라질 거라는 어머니의 조언보다는 대학을 안가는 선택을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는 아빠의 조언에 불안을 느끼면서 졸업 후의 인생은 NO 터치하기로 딜~!을 했습니다. 일단, 예전부터 아버지가 가고 싶어하셨던 공학과 중에 어느 길로 가야할지 몰라서 결국 자유롭게 아무 공학 전공이나 골라봐~!라며 모든 길을 열어준 곳을 택했는데요. 어머니/외할머니가 다니던 곳과정반대편에서 시작하고픈 맘에 유교 전통이 가득한 과거 금녀의 대학으로 나아갔습니다. 살면서 제사를 구경도 못해봐서 호기심이 있는데다, 선머슴 같은 성격상 오히려 남성비율이 가장 높은 이학교가 지내기더 편할것 같다는 대단히안일한 생각을 했거든요. 그러나 성비가 무너져있는 곳에서 공대 아름이의 삶은 마치 원화제도(화랑제도의 전신)처럼 굴러가기 십상이란 걸 신입생 OT 첫날 깨닫게 된;;
때문에학창시절 제 방어벽이 되어주면서도 보호본능을 자극하는기둥?남친을 항상 옆에 세워놓고는 모든 선후배 관계를 호형호제하는 형제관계로 통일시켰습니다. 별명은 주로 O군이나 O형, 남동생이었지요.ㅎㅎㅎ 그나저나 전 군대 다녀와서 철이 든 남자들에겐 마녀 취급을 받았기에 항상 남친 나이대가 입대전으로 고정되는 안타까운 현상이... 게다가 처음으로 동기 간에 실력(업무효율과 사회생활측면) 차를 절감하면서 제가 '복학생 컴플렉스'라고 이름붙이곤 꼭 극복해보고픈 포인트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평소지인들의 군대 후일담 듣는 걸 대단히 좋아했답니다. :)
한편, 처음 전공으로 택했던 정보통신의 길은 수학보단 프로그래밍 언어로 소통을 해야되는 외계어?!의 벽에 부딪혔고, 외가를 닮기 싫다면서 언어 분야를 극혐하던 부메랑으로 어머니가 가고 싶어했던 미대/그림그리는 것과 밀접한 건축공학과로 되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물리학을 사랑하고 C++ 언어를 독학하시던 아빠를 닮다 말았다는 데 좌절하기도 했구요.
<지식의 늪에 빠져버리다 자유와 망각을 원하게 된 제피르 (3000년의 기다림)>
그 이후론 일(돈벌기)과 공부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철들지 않고 하고픈 일이란 낙원/녹색의 땅을 찾아 결혼에 갇히기 보단 나홀로 멋대로 유랑하고 다니는 일종의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지인들이 <엘리멘탈>의 웨이드 성격이 딱 너야! 라며 놀리는데, 제 할머니는 얘한텐 결혼 압박주지말고 맘대로 살게하란 유언을 남겨주신;;) 실은 보살이라 불리던 아버지와 달리 어머닌 친척들에게 소시오패스라 불렸습니다. 다들 둘이 천생연분이라 아무도 못말리는 사랑을 했다고 하며 어머니는 아빠가 외가의 빚/죄?를 함께 헤쳐나간 전우였다고 말했으나, 제 눈에는 둘이 격렬한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외가가 쫄딱 망하자 아빠는 "널 여기서 벗어나도록 구해주겠다"며 청혼했다 들었으나 결국 지옥/늪에 같이 빠져들었습니다. 예전에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보며 어머니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으나 여전히 제겐 가장 풀기어려운 난제라는...
<그저 다 받아주고 지지해주는 잭은 보살인가?>
2년전 부친상을 당했을 때, 저희 가족 못지 않게 펑펑 울던 십여년을 같이 일해준 아빠병원의 세 간호사언니들과 심장초음파 협진 보던 정형외과 소속이라던 간호사 선생님들, 오케스트라 동아리후배라던 의대 학생들, 아빠가 자기 주치의였다던 환자들과 술 친구들이 계속 찾아오는 것을 보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60세가 넘어서 심지어 자기 병원일이 아닌데도 한밤 중에 SOS 치면 언제나 달려와줬다는 다른 병원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히려 아빠에게 진짜 가족이자 전우는 그들이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하게되더군요.
<가라고(Go away)? 말없이 잭이 쏘아올린 녹색신호탄!에 오히려 되돌아온(Come back)...>
<암흑의 천사란 혹시 적십자 ╋ 나이팅게일의 오마주일까?>
한편, 아버진 NF소나타 차량을 17년 동안 고쳐가며 타고다니는 대신 대학병원급 심초음파를 사서 자식처럼 아꼈으나, 결국 차량의 가치(value)는 고철값 50만원이 되고 이제막 할부를 다갚은 초음파는 중고값 200만원이 된걸 보며 현타가 오기도 했습니다. (역시 애정어린 역사를 모르는 남들에게는 시간이 지나면 똥값이 되는건가...) 그래서 저는 마치 여동생을 대신 시집보내는 심정으로 커뮤니티를 뒤져가며 5살 밖에 안된 이 기계를 아껴줄 갓나온 젊은 의사 커플을 찾아낸 다음, 판매처에게중매를 서게해서 더 좋은 값에 잘 입양? 보내주었습니다. 어쩌면 제 아빠의 옆에서 자식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되어준 녀석의 가치를 증명해 그 쓰임새를 계속 이어가고팠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자신들이 대학병원에서 쓰고있는 것과 똑같다며 관리가 정말 잘 되어있다고 좋아할 때 왠지 뿌듯... 음... 너라도 이쁘게 관리되어있어 다행이군.)
<사라진 자식을 대신한 곰돌이 인형이라... 어쩌면 자식 못지않게 위로를 주었을지도...>
그래서였을까요. 지금의 의료파업 사태를 보면 너무나 안타까운 맘이 듭니다. 저도 모르게 정형외과의사출신 감독님이 연출한 <퓨리오사>의 리뷰에 전쟁과 관련된 간호사/나이팅게일에 대한 글을 쓰고 있더군요. 의사/간호사 뿐 아니라 환자의 입장에까지 모든 편에 제 사랑하는 지인들이 있기에 말을 아끼겠습니다만, 모쪼록(제발 부디!) 다들 이 지옥/아포칼립스에서 과거의 탯줄을 잘 끊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되기를...
<그나저나 퓨리오사는 집(Home)에 되돌아갔던데, 다시 떠나간 맥스는 과연 어디로 운전해나갈 것인지?!>
최근에는 아빠가 은퇴하면 농막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는 삶을 꿈꿨다는 걸 알게되고, 같은 연령대인 제 지도교수님이 그 삶을 실현하고 있다는 걸 알게된 뒤, 나이든 삶과 정원 그리고 후속 씨앗인 제가 아이를 남기지 않더라도 내 몸으로 씨앗을 심을 수 있는 일이란 뭘까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철이 들어 어딘가에 정착하고 뿌리를 내려야할텐데 말이지요. 그나저나 얼마 전에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봤더니 얼핏 아름다워 보이는 정원에 대해 자꾸만 기분이... (자칫 Ash/물푸레나무가 될 수 있으니 말을 아껴야;; 읍!읍!)
<일(work)과 눈 앞에서 누리는 아름다운(beauty) 것들 뒤에, 그 벽 너머의 가여운(poor) 희생/사람/진실을 봐야...>
문득 제가 어린시절에 만났던 잭들에게 자칫 디멘투스가 될 뻔 했는데 인간 만들어줘서 참 고맙다는 생각과 함께, 실은 작년에 아마도 인생 마지막일 듯한? 잭/임모탄의 제안을 흥미가 안 생기고 자립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는데요. (어릴 때 참~한 초식남을 먼저 사냥해서 잡는 성향이 남아있던...) 정작 올초에 늦둥이 동생한텐 친척 중에서 신부가 된 외삼촌말곤 우리 아빠만 손주를 못보셔서 좀 가여운데, 네 누나는 나이가 많아서 이제 그른 것 같으니 넌 나중에 결혼했음 좋겠다고 유교꼰대스러운 이야기를 했습니다. 엄마의 DNA를 세상에 남기는건 좀 싫지만? 아빠의 DNA는 좀 아까운 것 같길래 네가 대신이어가지 않겠냐며 부탁(가스라이팅?)하자,갑자기 섹스하라는 덕담이냐며 되받아치는 귀여운 녀석! :D
아아... 이제보니 내가 임모탄이자, 나치스트(feat.우생학)였구만...그래. 내 삶도 내 뜻대로 잘 안되는데 너도 네 뜻대로 살아보다가 종종 SOS 통신신호 치면 서로 잘 수신해주자~! ♥
<어디로 가야 내 집(Home) 같은 마음이 풍요로운 곳(A place of abundance)를 찾을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