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오사는 이곳에서 탈출을 꿈꾸던 중, 호주(감독님+햄식이네 나라) 속어(slang)로 '경찰'을 의미하는 이름의 잭(Jack)을 만나게 됩니다. 참고로 전작의 주인공 맥스 또한 전직 경찰이었지요. 그의 앞에서 다시금 풍성하게 새로 자라난 머리카락을 드러내는 퓨리오사. 잭은 그녀를 붙잡아 새로운 낙원/과거의 고향을 향해 벗어나겠다는 그녀의 앞길을 차근차근 준비해주며, 물가에서 예수를 씻어주는 세례 요한 마냥 그녀의 상처들까지 보듬어줍니다. 과연 녹색의 땅이 있을지 잘은 모르겠으나 그래도 그녀의 꿈★을 지지해주는 잭.
하지만 디멘투스와 임모탄 간에 권력과 경제력, 부동산을 둘러싼 다툼이 일어나고, 시타델(물과 식량, 그리고 젊은 인적자원)-가스타운(에너지자원)-무기농장(공격/방어기술)의 3장소를 차지하려는 힘겨루기가 발생하는 가운데 이 둘은 여기에 휘말리게 됩니다. 결국 잭은 기독교 성경에서 세례요한이 메시아가 될 예수가 걸어갈 길을 닦아놓고는 일찍 사라진 것처럼 본격적인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순교(?)를 당하는군요. 분노에 휩싸이게 된 퓨리오사는 각성하여 40일간의 광야 생활(전투), 죄악 그 자체가 되어버린 디멘투스의 심판(암살), 그리고 다음편에서는 자신의 구원을 비롯하여 임모탄의 아내들과 맥스의 자유를 위한 공생애 미션을 이루게 됩니다. 그 결과 그녀의 계획을 벗어나 워보이들과 시타델 땅 밑에 살던 모든 이들까지 해방을 시키게 된다는...
실은 전 둘 사이에 뭔가 케미가 있을 듯 하면서도 없었던게 괜히 아쉽길래 잭을 기리는 맘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얼핏 페드로 파스칼인 줄 착각했던 이 톰 버크란 배우 꽤 매력있던데, 잭...재..ㄱ...재액.....ㅜㅜ(feat. 타이타닉)
(아아... 이제는 어디가서 로맨스물 안좋아한다고 말하면 안될 듯한...)
04. 잭과 콩나무, 비료와 꿀이 되는 과거의 기억
흠... 그런데 대체 그는 이름이 왜 잭일까요...? 은근 맘에 들었던 잭은 의외로 북유럽신화의 사가(Saga)나 그리스신화의 트로이전쟁-오딧세이(Odyssey)의 서사답지 않은 너무나 현대적이고 평범한 이름이라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엔딩장면을 보면서 걍 제멋대로 혹시 '잭과 콩나무'의 동화에서 따온게 아닐까란 추론을 해봤습니다. 콩과 식물들은 척박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비료식물이라 인간에겐 벼과 다음으로 풍요로움을 안겨주는 중요한 식물이거든요. 특히 질소(N₂)를 고정시키는 뿌리혹 박테리아가 있기에 전쟁으로 황폐화된 곳에는 이 콩과 식물부터 심게 된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도 6.25 전쟁 이후 민둥산에 콩과인 아까시(aka.아카시아) 나무를 미친듯이 심으며 녹화사업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일제시대에 들여온 북미 원산 외래종이라 천이경쟁하면 소나무가 밀리기 때문에 다시 퇴출하려했으나, 50년쯤 지나고 봤더니 알아서 참나무에 밀려나 생태계의 원리에 따라 잘 퇴장 중인 것으로 밝혀졌지요. (feat. <파묘>) 아까시나무가 생태계교란종이란 편견이 사라지자, 최근 5년쯤 전부터 산림청이 산불방지 차원에서 다시금 사랑하게 되었는데요. 이 콩과 식물은 대게 불길이 치솟는 척박한 땅마다 떠돌아다니는 나무계의 잡초, 유목민이라 불리웁니다. 아마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과거 아카시아 꽃의 추억을 노래한 <과수원길>이란 동요를 기억하고 계실듯한... :)
한편, 성경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땅이라 부르는 것처럼 대게 신화들에서는 비옥한 낙원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표현하곤 합니다. 시타델에 젖이 정말 문자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은 아실테고 아직 꿀/벌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본래 북유럽신화에서는 발할라에서 신들이 꿀술을 마신답니다. 그리고 콩과 식물(아까시, 토끼풀, 싸리 등)은 아카시아꿀처럼 대표적인 벌들의 밀원식물 중 하나이구요. 자고로 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종한다고 알려져 있지요. (feat.아인슈타인)
즉, 이 작품은 황폐한 땅에 다시금 찾아올 풍요로움/봄을 예비하려고 비료식물이자 벌의 밀원식물인 콩나무와 관련있는 잭을 디멘투스와 임모탄(+jr.)에 이은 그녀의 세번째 남자로 등장시킨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자식(씨)을 잃고 미쳐날뛰는 디멘투스와 자식(씨)을 뿌리는 데 혈안이 된 임모탄의 소유물 신세에서 벗어나 씨앗/희망을 품은 퓨리오사. 솔직히 전 잭이랑 뭔가 썸띵♥이 이루어지길 기대했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못한채? 그녀는 엄마에 이어 사랑하는 남자인 잭마저 디멘투스에게 잃게 됩니다. 게다가 이 치매환자에게 또다시 한쪽팔이 붙잡힌 퓨리오사는 고향/집으로 돌아가는 기억 속의 길★지도를 그려놨던 팔을 스스로 끊어낸 뒤, 시타델/집으로 돌아가 복수를 다짐하듯 씨앗을 머금고 다시금 머리카락을 밀어버리지요. 제 몸의 반쪽을 크게 상실한 뒤 의수를 끼우고 마치죽음의 여신 헬라가 된 듯한 퓨리오사. 현재의 삶보다는 내세의 빛만 바라보고 사는 하얀 워보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종말의 어두움만을 쫓고있는 다크한 그녀입니다. 흙흑...
05. 위그드라실 나무의 SAGA
부제에 사가(SAGA), 설명으론 오딧세이(Odyssey)라고 붙인 만큼 아무래도 기독교 성경보다는 그리스로마나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이해하는 게 좋을 거 같긴 합니다만, 실은 제가 이쪽에 좀 취약합니다. (혹 틀린 게 있음 알려주세요. ㅠㅠ) 이 작품은 퓨리오사 사가라기 보단 이그드라실 나무의 사가라 불러야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나무와 씨앗, 열매의 이미지가 강렬하더군요. 전 다음 生의 씨앗을 품을 수 있는 열매/과일에 북유럽 신화 속 여성/대지의 메타포가 함께 녹아들어 있다고 바라보았는데요. 이 작품에서 그녀가 머리카락을 밀고 씨앗을 묻는 행위는 곧 가을의 추수를 끝내고 봄을 기다리는, 즉 맘♥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 상태에 빠진 것 같단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단 디멘투스의 피를 봐야만 그녀는 짙은 암흑/지옥 속에서 빠져나오게 될 듯한...
그나저나 전 가스타운에 그려진 여성들의 벽화가 자꾸 눈에 밟혔는데요. 실은 나중에 <힐라스와 님프들>이란 걸 알게 되었지만, 그전까지는트로이전쟁과 위그드라실나무와 관련된 세 여신들의 썰을 혼자 뻘하게 풀고 있었습니다. (오류였던 아래 해석을 그냥 남겨놓고, 제대로 된 그림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다뤄볼게요~ :D)
그림 속 세 여인은그리스신화 vs 북유럽신화 두가지 버전으로 해석해볼 수 있을 것 같더군요. 먼저 이 작품을 트로이목마와 관련된 오딧세이라 생각해보면 황금사과가 누구의 것인지 그 선택권을 파리스에게 넘겨서 트로이전쟁을 야기했던 문제의 여신들이라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즉 세 여인들은 헤라(결혼과 가정, 최고 권력의 여신) / 아테나(전쟁과 지혜) / 아프로디테(미와 풍요, 다산)를 의미할 듯 합니다. 또한 그리스신화 ▶ 북유럽 신화 간의 여신들을 서로 치환해보면 제우스의 와이프인 헤라 ▶ 오딘의 와이프인 프리그 / 전쟁과 지혜의 신 아테나 ▶ 발키리 / 사과를 차지했던 미와 풍요의 신 아프로디테 ▶ 프레이야가 동일시되곤 합니다.
참고로 프레이야는 水요일과木요일을 지나 공휴일~!!인 土요일을 앞두고 있는 金요일(Friday)의 어원이며, 아프로디테 즉 비너스는 水성과 초록별★지구 사이에 있는 金성(Venus)의 어원입니다. 그리고 물이 약 70%인 지구★는 미의 신 아프로디테의 金성과 전쟁의 신 아레스/마르스에서 따온 火성 사이에 자리하고 있지요.
<북유럽 신화 속 미와 풍요 그리고 전쟁의 여신 프레이야(좌), 위그드라실을 관리하는 운명의 세 여신(우)>
한편, 북유럽 신화에는 위그드라실 나무와 우르드 샘물을 지키는 유명한 세 여신 노른이 있습니다. 과거(기억과 지혜) / 현재(힘과 변화) / 미래(기회와 약속)를 상징하는 이 여신들은 각각 우르드(과거-운명) / 베르단디(현재-필연) / 스쿨드(미래-존재)라 불리우는데요. 서사시란 측면에선 이 쪽 여신들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나중에 가스타운을 차지하게 된 디멘투스가 이 벽화에 낙서를 해놨는데요.그림의 정체를 깨닫기 전까지 저는 제우스의 와이프이자 질투의 여신으로 더 유명한 헤라나 과거의 운명을 상징하는 우르드한테 낙서를 한 게 아닐까 싶었던... :)
이 영화는 아무래도 존재 자체가 프리퀄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주인공들의 미래 즉 생사여부(운명)가 결정되어 있습니다. 퓨리오사와 임모탄(일단)은 살고, 디멘투스가 죽는 게 자명하니 긴장감이 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을 수 밖에 없겠더군요. 뭐 나중엔 결국 다 죽겠지만요(mortal).
북유럽 신화에서 위그드라실이라 불리우며 우주를 지탱하는 9개의 세계를 관통하는 이 거대한 나무는 위로는 신들의 세계인 아스가르드를 뒤덮지만, 세줄기의 거대한 뿌리는 니플헤임, 미드가르드(지구), 아스가르드로 뻗어있습니다. 묘하게 일종의 아버지이자 남편같던 세 남자들(디멘투스, 임모탄, 잭)의 씨앗은 <잭과 콩나무>의 마법콩 세 알을 연상시키는데요. 왠지 죽어서 한 알은 아스가르드의 발할라(잭)에 가고, 한 알은 니플헤임의 헬(디멘투스)에 떨어지고, 한 알은 미드가르드의 지구(임모탄)에서 그저 흙이 되어 사라졌을 것만 같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참고로 본래 위그드라실은 인도-유럽신화에서 엄청나게 사랑받는 물푸레나무입니다. 영어로는 재/파멸/멸망을 의미하는 Ash라고 불리우며 일렉기타의 바디로도 많이 쓰이지요.
특히 헬과 가까운 니플헤임 쪽으로 뻗은 나무의 뿌리에는 니드호그(증오에 차서 공격하는 자, 비웃는학살자란 뜻)라는 지옥의 용이 죽은자의 육체와 나무의 뿌리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데요. 엔딩을 보니까 이 영화의 메시아가 된 퓨리오사에게 심판당한 디멘투스는 확실히 전사자의 땅인 발할라에 가지 못하고 죽은자의 땅인 헬에 떨어져 마치 니드호그의 신세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역으로 그의 씨/양분이 나무를 키우기 위해 쪽쪽 빨리고 있는듯 하군요. 어쩌면 그는 지혜를 얻고 싶어서 9일간 위그드라실 나무에 자신의 몸을 바쳤던 프리그의 남편이자 최고의 신 오딘이었을지도요.
(간혹 토르의 엄마이자 오딘의 와이프인 프리그를 프레야와 동일한 여신으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죽은 디멘투스는 희망을 품은 퓨리오사가 집/낙원으로 돌아가 구원을 받을 때까지 "기억 할게~!!"를 당하며 지옥에서 영원히 퓨리오사의 엄마가 생전에 받았던 하늘에 매달려 생식기에 고문을 당하고, 땅에 몸이 갈려나가며 동물(개)의 먹이가 됐던 잭을 죽인 업보를 지고 있는 게 아닐런지...
(그나저나 북유럽에서는 진짜 봉분 위에 나무를 키우기도 한다고... ㄷㄷㄷ)
위그드라실 나무는 탄생, 성장, 죽음, 재생의 순환을 의미하며 세계수 혹은 생명의 나무라고도 불리웁니다. 즉, 힘과 회복력 뿐 아니라 우주의 순환과 상호 연결성을 상징하고 있지요. 퓨리오사는 자신의 어머니와 사랑하는 남자를 죽인 디멘투스의 성기/공격성♂, 즉 분노와 망각의 씨앗을 자양분으로 삼아 그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는 과일나무를 키워냅니다. 그리고 꿀맛나는 열매를 다른 임신한 아내들에게 먹이며 다음 편에 맥스(MAX)와 함께하는 여정으로 나아갑니다. 뭐... 전편/후속 이야기에서도 고향/집으로 갔다가 다시 시타델/집(?)으로 되돌아오긴 하지만, 돌아왔더라도 다른 상태면 다음 단계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마 더이상 가부장제 사회도 그렇다고 모계 사회도 아닐듯한 풍요로운 시타델이니까요.
워후...참으로 SAGA 다운 마무리였던 엔딩씬이네요. :)
+덧.
개인적으로 액션계의 레전드인 전편만큼 정신없이 휘몰아치면서 미친듯이(MAD) 극한(MAX)의 아드레날린/도파민이 치솟는 수준에 이르지 못해서 좀 아쉽긴 했습니다.
액션/서사는 풍요로운 듯한데 아기자기하니 뭔가 한끝차로 카타르시스가 약한 것 같더라구요.
솔직히 이 작품은 미처 생각이 돌아갈 틈도 없이 액션으로 완전히 휘몰아쳐줘~~! 를 기대하며, 정신못차리고 빠져드는 게 훨씬 더 어울리는 장르영화란 편견이 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전작으로 기준을 정해버렸고 어쩌면 이번편의 방향성은 그게 아니었기에 제 기대치와의 핀트가 어긋나있었단 느낌이랄까요? 무엇보다 퓨리오사에 대한 예우가 가득한 것은 고맙지만, 아무래도 프리퀄이라 과거에 만들어둔 등장인물의 미래가 대충 그려지는, 즉 마치 여신 노른들이 짜놓은 듯한 운명론적 한계는 어쩔 수 없더라구요.
그러나 이 작품은 분노의 도로가 아니라 퓨리오사의 사가였던 만큼 제 기대치를 감독님의 의도에 맞게 재조정해서 나중에 한번 더 볼까 싶습니다. 여러모로 전편인<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보다는 감독님이 이 작품 직전에 만드셨던 <3000년의 기다림>에 더 가까운 듯 하더라는...
실은 이 리뷰에 액션씬 얘기는 하나도 안썼는데요. 왠지 제가 찾던 낙원이 거기가 아니었단 실망감을 좀 걷어내고 다시금 방향 전환해서 돌아와보면, 그때쯤엔 다섯 챕터로 나뉘어있는 액션시퀀스의 아름다움이 찬찬히 눈에 들어올지도...
(달이 다시 차오르는 보름쯤 뒤?) 언젠가 곧 극장에 이 작품을 보러 Welcome Back! 할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