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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렌 Sep 10. 2020

차가운 물-고양이가 없는 이야기  

  따뜻한 물이 찬물보다 먼저 언다. 사람들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탄자니아의 중학생이 학교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다 사실을 발견했을 때 담당 교사의 반응이 그랬다.      


  물은 이상하다. 차가워지면 가라앉다가 4도 이하에서 다시 떠오른다.     


  ‘꼴통 물’(이장근)이라는 시를 읽었다. 물에도 서열이 있다고 한다. 따뜻한 물은 위에, 차가운 물은 밑에 있다. 모두 따뜻해지려고 노력할 때 차가워지려고 하는 물이 있다. 그걸 시인은 꼴통 물이라고 한다. 저 마다 얼음이 될 거라고 손가락질을 받았는데 가라앉던 물이 얼음이 되자 보란 듯이 물 위로 떠오른다.      


  떠오르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수업 시간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나무늘보 같았다. 움직임이 느려서 풀씨가 날아와 그곳에서 뿌리를 내릴 것 같았다. 가을이면 단풍처럼 갈색의 낙엽으로 질 것 같았다. 귀에 바람을 불어 넣어도 움직이지 않았다. 자다가 나무에서 떨어질 것 같았다. 떨어져도 아파하지 않고 계속 잘 것 같았다. 

  친구들은 모둠별 수업 때 그가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불평을 했다. 차가운 시선을 받을수록 그는 점점 더 ‘차가운 물’이 되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조를 짜서 핫케이크를 만드는 날이었다. 모양이나 맛을 내는데 실패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스스로의 결과물을 쓰레기라고 생각해서 버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근데 유독 아이들이 몰려 있는 곳이 있었다. 나도 그곳으로 가서 봤더니 아이들이 ‘차가운 물’ 같던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는 훌륭한 모양과 맛을 가진 핫케이크를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그날 가장 인기가 좋은 학생이었다. 친구들도 그도 얼굴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었다. 수업 시간에는 ‘서열’상 맨 ‘밑’인 줄 알았던 그가 ‘얼음’이 되어 떠오른 거였다. ‘꼴통 물’은 ‘꼴통 물’이 아니라 ‘보란 듯이’ 떠오를 때를 기다리는 능력자였던 거다.      


  남이 가는 길을 가지 않는 사람을 가리킬 때 ‘꼴통’이라는 말을 쓴다. 나도 요즘엔 내가 꼴통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가라앉고 있는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성인의 몸은 체중의 70%가 물이다. 물에 대해서 학자들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고 한다. 4도를 지난 물이 왜 다시 떠오르는지에 대한 확실한 답이 없다. 분자들 사이의 구멍이  물을 떠오르게 하지만 하필이면 4도에서부터 그런 일이 생기는지에 대해선 잘 모른다.      


  탄자니아의 학생이 대학에 가서 뜨거운 물이 먼저 언다고 말했을 때도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그건 열역학에 기초해서 생각해볼 때 일어날 수 없는 일인 것 같은데.”

  하지만 교수는 학생과 실험을 했고 따뜻한 물이 찬물보다 더 빨리 얼음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을 안다고 하는 사람은 아는 것이 적은 사람이다. 언젠가 나는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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