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사수가 보여준 이력서가 머릿속에 하루종일 맴돌았다.
아파트 현장에 다른 사람이 대신해서 내 사수에게 사람을 뽑아달라 부탁한 것,
보기 드문 여자분이셨다. 꽤 오래 일을 하시고 야무진 자기소개에는 모든 업무 소화가능하다는 듯이 서류들을 쫙 나열하였다.
난 지금 당장 그만두고 싶다가 참고 있는데,
그분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여러 현장을 다녔다.
여자로서 어떤 것들을 감당했을지 연락해서 친구가 되고 싶었다.
또 기술사에 대해 관심이 생겨 알아보니 여성기술사분들이 더러 있었다.
이건 내가 나약해지지 않고 더욱 힘을 내게 해주는 소식들이다.
그들의 처음은 누구였을까
누군가 닦아놓은 길
난 어쩌면 그들이 닦아놓은 길을 가는 게 아닐까
참 감사하다.
여자가 노가다에 있기 쉽지 않다.
토목현장은 더 힘들다
시공사는 가는거 아니다
등등
많은 이야기를 듣고 두려워하며 공기업을 준비하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했는데,
시간 지나고 보니 내가 시공사 토목현장에 들어온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같은 여학우인 내 동기가 시공사에 들어가면서부터 나의 토목의 길이 시작되었다.
길어져만 가는 나의 취준생활이 돈이 없어 위태로울 때였다.
열심히 살아가는 어른 같은 내 친구 가영이
동기들을 만나도 이해 못 하겠는 전문용어.
한없이 작아져만 갔다
시간이 그렇게 흐를 거였으면
나도 업무를 배워야겠다.
그냥 책 속에서 사진으로만 보는 거 말고 직접 눈으로 보고 노력해야겠다.
그러고 어느 정도 돈을 벌고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처음이었다
지금 2년 차인 나는 이곳에서 더 한 발전을 위해 공부한다.
단순히 공기업 대기업을 위해 공부하기보다는 나 자신이 이곳에서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길은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내가 정한다. 가끔 난 나를 잘 모르는 것 같다. 20살에 절대 가지 않을 것 같은 길을 내가 가고 있다. 난 또 30대의 길을 예측할 수 없겠지.
두렵기도 하지만 또 기대도 된다. 난 나의 선택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