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템플 스테이는 큰 마당을 가운데 두고, 템플스테이 하는 손님들 방사와 스님 방 그리고 사무실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한옥이라 방문을 닫으면 안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들어가보지 않아도 많은걸 알 수 있다. 스님이 평소 신고 다니시는 털신 한켤레만 있으면 스님 혼자 계시는거다. 혹시 다른 운동화가 보이면 멀리 외출을 하실 계획인가 보다. 혹은 숲길포행을 가실 계획이다. 다른 신발이 보일때는 '아~~ 손님이 오셨구나' 신발이 아에 안보일때는 스님이 외출 나가셨구나.
그렇게 적용하다 보니, 손님들 방사 앞에도 신발이 있으면 '손님이 방에 계시는구나' 없으면 ' 산책 나가셨나보구나' 등등 추측을 해본다. 신발이 있는데 인기척이 없으면 '어디가셨지?' 무슨일 있나 하다가도 '아하~~고무신 신고 가셨나보네' 한다.
내가 어릴적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시골의 한옥에서 지내셨다. 그야말로 아주 옛날식 한옥이었다. 화장실과 부엌이 밖에 따로 분리되 있고, 사랑채엔 다른 가족이 살고 있었다. 명절때나 되야 친척이 모이니, 내 기억의 시골은 항상 사람으로 북적였다. 신발이 하도 많아, 툇마루에 앉아서 내 신발을 찾아 이동해서 신어야 했다. 아주 가끔 그때의 북적거림이 그립다.
그당시엔 아주 불편했지만, 이렇게 나이가 한살 한살 들다 보니 한옥과 마당이 주는 따뜻함이 있었다. 도시에서도 거실이나 방에 햇볕이 드어오지만 보통은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툇마루가 있는 한옥은 햇볕을 직접 받을 수 있는 따뜻한 곳이다. 그 따뜻함이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듯다.
구정에 스님께 새배를 하러 주변 암자를 갔을때였다.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한 암자에 들어갈때는 그냥 들어갔는데, 새배를 마치고 나올때 보니 신발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작지만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는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매번은 어렵더라도 가끔은 신발을 신는 방향으로 가지런히 놓아보기로 한다. 나로 인해 잠깐이나마 기분 좋아질 손님들을 생각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