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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Jun 04. 2024

이 세상 모든 것은 고쳐 써야

(고장 안나는 물건은 없다)


인간도 기기도 때로는 병원 수리가 필요하다

 

어제 하루는 2군데 다른 병원에 다녀왔다. 오전에는 세운상가 쪽에 는 병원에 갔다. 세운상가 쪽에 무슨 병원이 있나 궁금해할 것 같다. 사람을 고치는 병원이 아니고 기기를 고치는 수리센터를 병원이라 부르고 있다. 대상만 다르지 다들 병을 고치는 병원인 셈이다. 사람을 고치는 것만 병원으로 부르다 보니 다른 대상을 간과해 버린 것이다. 청계천에 있는 세운상가는 전문화된 집단 병원으로서의 중임을 오랫동안 수행해 왔다. 주로 전자기기의 병을 고치는 병원 역할을 잘해왔다. 사람을 최고로 잘 고치는 사람을 명의라고 한다.


세운상가에는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마이스터(Meister)가 있다. 내가 때때로 방문하는 마이스터는 전자 통신기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명의이다. 어제도 통신기기 잡음이 생긴 것을 고치러 갔다. 이곳을 찾는 내방객은 주로 어떤 사람들일까. 몇 차례 이곳을 가본 결과 주 고객은 한물간 음향기기나 통신기기를 가져와서 치료를 하고 때로는 증상이 심할 때는 며칠씩 입원을 시키기도 한다. 내원객을 차별할 생각은 없지만 주로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주 고객이다. 또한 그들이 치료를 원하는 기기의 종류도 어쩌면 한물간 것들이 대부분이다. 오래된 골동품 같은 기기를 휴대하고 이것들을 고치려고 온다.


나 또한 이곳에 갔을 때는 주로 기기를 하루정도는 입원시키고 다음날 퇴원수속을 하는 일이 많다. 어제 경우도 마찬 가지다. 주차할 공간을 찾으려면 조금 일찍 방문해야 주차공간이 나오므로 일찍 내원을 했다. 역시 내 생각이 잘 적중하여 조금 빈 공간이 있었다. 대부분 사람을 치료하는 병원들은 내원 환자에게서 따로 주차비용을 받지는 않지만 세운상가 치료소는 주차비를 징수한다. 그것도 아주 일급 지라 하여 아주 비싸게 징수한다. 오전에 거의 1시간 반 정도를 주차하였더니 비용이 1만 원 정도가 나왔다.




세운상가는 과거 1세대 전자기기를 제조 수리 판매하던 전자상권을 대표했었다. 초기 컴퓨터를 만들고 그리고 반도체 칩을 생산하고 거래하던 주 발상지였다. 온갖 종류의 비디오테이프도 그곳에 가면 다 구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실제적으로 야한 테이프도 그곳에서 모두 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용산으로 전자제품 거래시장이 이전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거의 명맥만 유지하는 정도로 보인다. 도심 재개발 붐으로 사양길로 보였던 세운상가는 아직도 잔존하던 기술자들이 계속 자리를 유지하여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메카가 되었다.


거기에 계신 기술자들의 자부심도 대단하여 그들이 못 고치는 것은 세상 어디서도 수리가 불가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잘 아는 한 친구도 그곳에서 컴퓨터 사업을 일으켜 큰 성공을 하였다. 그리고 미국으로 가서 더 큰 시장을 두들기던 기억이 난다. 당시 그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더니 당시로서는 귀한 대만산 노트북을 나에게 선물했었다. 그때 받은 노트북 컴퓨터는 1,000 페이지가 넘는 레미저러블 두께처럼 엄청 두꺼웠다.


내가 세운상가에서 과거 무엇을 만들 때의 일이 추억에 묻어난다. 거의 30년도 지난 일이지만 뚜렷이 기억이 난다. 취미로 무선원격 촬영장치를 개발하여 송수신 장치를 의뢰하러 갔다. 전문가를 수소문하여 용하다는 한 분을 만났다. 그분은 하루 종일 내가 의뢰한 기기를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제작하여 주었다. 시간이 급박했던 점을 그분이 잘 받아주었다. 나는 다음날에 그리 제작된 기기를 가지고 야외 촬영일정이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날 제조를 완결해야 되었기 때문이다. 기억나는 것이 세운상가 내에 하루 종일 주차를 하였더니 엄청 큰 주차비용을 내서 잘 기억을 하는 것이다.





그 이후로 가끔 특이한 제품의 개조나 수리가 필요하면 그곳을 방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을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사례가 없었다. 즉 내원한 환자 진료가 완결되어 성한 상태로 퇴원을 했던 것이다. 그러니 명의로서의 아니 마이스터로서의 기술력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세운상가의 작은 구석구석에 다양한 전문진료를 하는 의사들이 아마도 수백 명 이상이 될 듯하다. 내가 이번에 방문한 마이스터는 2017년 박원순 시장이 만들어 준 기술장인 마이스터 증빙서를 사무실 내부에 자랑스럽게 걸어 았다. 나는 전자기기 하드웨어 쪽에 관심이 있어 시간이 나면 가끔 그곳을 구경을 한다.


당장 무엇을 구입한다는 목적이 아니고 향후에 무엇이 필요할 때 구입처를 쉽게 확인하려는 의도에서 구경을 하는 것이다. 일전에는 항공기에서 사용하는 비상용 플래시 라이트를 그곳에서 수리를 의뢰한 일도 있었다. 단 하나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제대로 된 전문 마이스터를 잘 찾는 능력은 각자의 재량이다. 가급적이면 화타와 같은 최고의 명의를 찾으면 가장 빠른 시간에 기기의 생명을 살리지만 전문가를 잘못 구하면 시간이 허송되기도 한다. 여기서 분명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입증되는 곳이다.



오후에 다른 병원을 갔다. 이번에는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를 만났다. 치과 방문이었다. 일주일 전 발치를 한 후 실밥을 제거하는 후속조치로 내원을 했다. 이 분은 젊은 의사이다. 신 기술로 무장하고 첨단 장비를 갖춘 신세대 의사이다. 이분을 만나기 전에 나는 수십 년 동안 나이 드신 어떤 치과 선생님이 나의 유일한 거래처였다. 그런데 이 분은 나름대로 큰 성공을 했는데 신 기술의 채택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분은 인공치아(임플란트) 수술을 안 하시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의사를 찾게 되었다.


그러나 나의 치아를 수십 년 동안 잘 돌봐 주셔서 지금껏 나의 치아를 건강하게 잘 유지하는데 일조해 주셨다. 언제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큰 수리가 아닌 작은 수리는 계속 이분에게 치료를 부탁드릴 것 같다.

사람이나 기계나 잘 관리하고 필요하면 수리하여, 그 작동이 원활하게 되면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不亦說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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