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서 느끼는 과학의 영역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물건을 죄다 과학이라 하는 세상이다. 대표적인 게 침대 광고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근데 그런 식으로 대입하면 이 세상 모든 만물이 과학 아닌 게 있을까. 없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다들 경제학적이고 철학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음식의 예를 들면 수요 공급의 법칙, 가격의 수요 탄력성, 기회비용, 대체재 등 한없이 적용된다. 그러면 음식은 경제학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 또 같은 물성에 철학적 이론을 갖다 붙이면 빵의 사유, 맛을 쾌락을 연결한 에피쿠로스 철학, 철학자가 느끼는 음식의 철학영역도 무궁무진하다. 음식도 철학이다 라는 명제가 된다.
나는 자전거를 오래 타면서 갖가지 생각을 한다. 페달을 돌리는 작업은 단순 운동이기도 하지만 또한 철학이고 과학도 연관된다고 본다. 고대 독일 철학자들이 산길을 횡보하며 사유의 시간을 보낸 것과 일맥 상통한다고 본다. 또한 자전거를 고안한 분들의 창의성과 발전사를 보는 역사도 포함된다. 그중에서도 이번에는 자전거와 과학이 연결된 영역에 시각을 돌려보려 한다. 자전거 자체에서 진화된 과학적 메커니즘도 있고 자전거가 달리는 주변 영역도 과학에 포함된다.
먼저 운동의 법칙을 생각해 보자. 여러 법칙이 다 작용되지만 자전거는 관성의 법칙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회전축을 굴려 전진되는 메커니즘 기관을 가졌다. 관성의 효과를 알기 쉽게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운동 법칙이다. 운동하는 물체는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그 운동상태를 유지하려 한다는 이론이다. 반대로, 정지된 물성은 외부의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그대로 않아서 쉬고 싶은 상태에 계속 머문다는 것이다.
관성의 법칙을 이야기하다 보니 대기권에 떠 있는 수많은 인공위성이 떠 올랐다. 이들이 지구 발사대를 벗어날 때 그들이 가진 발사 에너지의 대부분이 소진된다. 그러나 대기권에 진입하고 주어진 유영 궤도를 따라 운동을 할 때 얼마나 에너지가 필요할까. 일부는 태양열로 충전되는 에너지를 얻어서 궤도를 순환한다. 그러나 이것은 발사 시 에너지에 비하면 아주 미약한 에너지이다. 고공으로 올라갈수록 공기의 마찰이 없어져서 비전문가 판단으로 말하자면 부채로 부치면 날아갈 정도의 미약한 에너지만 있어도 궤도 비행은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도 바로 관성의 법칙이 들어맞는다.
개인적으로 느낀 몸의 상태도 관성의 법칙이 그대로 작용했었다. 8월 초에 일주일 이상 여행을 다녀왔다. 가기 며칠 전부터 준비하고 마음을 쓰느라 홈 트레이닝을 못했다. 홈트(home workouts)는 내가 오랫동안 해온 운동이다. 약 3주를 운동을 안 했고 다녀와서도 무더위 때문인지 바로 운동상태의 원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시 엔진을 가동하는데 거의 한 달이 걸렸다. 아직도 완전(full-scale) 복원이 안되고 있다.
몸이 느끼는 관성의 법칙이다. 한번 멈춘 엔진이 그래서 다시 가동하는데 엄청난 초기 에너지가 필요로 한다. 궤도를 멈추고 운동을 쉬는 것, 우리 몸은 그게 편하다고 느낀다. 힘들이지 않고 우리 몸은 계속 쉬고 싶다. 멈춰 선 자전거 바퀴와 마찬가지이다. 다시 작동시키는 것은 제법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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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름철 한강변을 라이딩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쉬는 공간을 발견한다. 주로 교량 아래 부분이다. 사실 거기에 들어가면 벌써 체감하는 온도와 바람의 조건이 다름을 알게 된다. 고대서부터 지금까지 과학의 원리를 알 필요도 없이 그곳을 찾게 되었다. 여기는 흔히 말하는 베르누이 원리가 작동되는 공간이다. 비행기 날개에 양력이 작용하는 원리를 설명할 때 많이 이용되는 원리이다.
비행기의 날개 윗 면의 공기 흐름과 아래 면의 공기 흐름 차이가 생긴다. 날개 아래면의 공기 흐름이 느린 대신 압력은 더 강해진다. 이 차이 압력이 양력으로 변환되어 항공기는 윗 방향으로 날아오르게 된다. 시원한 바람을 제공하는 다리 아래 지역에 대해서는 이리 생각을 하면 아주 쉽게 이해가 된다. 넓은 확 트인 공간을 통과하던 바람이 갑자기 좁은 교량 아랫부분에 도달한다. 교량 아랫부분에서 면적이 좁아지면 바람의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
선풍기를 켰을 때 발생하는 센 바람 효과가 거기서 발현되니 우리가 시원하게 느끼는 것이다. 마치 태풍이 불 때 우리 집 문을 조금만 열어 보면 그 풍속의 차이를 직접 느낄 수 있다. 유체는 통과하는 관의 면적에 반비례하여 속도가 커지는 것이다.
공기 이야기가 나왔으니 자전거의 공기저항을 줄이는 노력에 대해 알아보자. 일종의 공기저항을 줄이려는 과학의 영역이다. 특히 세계적인 자전거 경주대회인 뚜르드 프랑스 시합을 보면 잘 모르는 아마추어가 볼 때 이상한 장면이 나온다. 그들은 왜 군집해서 즉 바짝 붙어서 운행을 할까. 실제로 서로 너무 군집하여 주행하다가 한 사람이 넘어지면 주위에 있는 다른 여러 선수가 함께 무너지는 경우를 보았다.
통상 저항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속도이다. 속도의 자승에 비례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세계적 선수들이 달리는 자전거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말은 그만큼 속도에 민감하다는 이야기이다. 선수들이 시합 때에 군집한 밀집대형은 바람의 마찰저항을 상당히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통상 말하는 그룹라이딩을 형성하여 주행을 한다. 그러면서도 보통 평속이 약 50km를 유지한다고 한다.
자전거 저항을 연구한 전문가들이 분석한 실험자료에 의하면 후미에서 주행하는 선수는 약 30% 이상의 공기저항 감소 덕을 본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선두는 계속 손해만 보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다. 선두조차도 약 2-3%의 저항감소 덕을 본다고 한다. 그들은 이처럼 공기저항 감소에 최고의 노력을 경주한다. 주행 시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자전거의 형태진화는 물론 에어로 자세와 옷재질, 헬멧의 곡선형 심지어 물통의 재질까지도 연구를 한다. 속도 시합인 수영선수들 이상이다.
실내에서 시합을 하는 경정선수들 주행장면을 보면 우리 자전거와 조금 다른 장비가 보인다. 바퀴에 살을 꼽아 형태를 갖춘 일반형태와 달리 그들은 평면휠을 장착한 것이다. 전문용어로 디스크휠이라 부른다. 앞뒤 두 바퀴 모두 장착을 한다. 자전거 바퀴 살이 얼마나 공기마찰에 영향이 있을까 하지만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디스크휠에는 또한 약점도 있다. 측풍에 약하다는 것이다. 비행기가 착륙 시 가장 위험한 순간이 돌연 불어대는 측풍이다. 디스크휠은 도로 주행 시에는 돌연한 측풍이 우려된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경우에는 뒷바퀴에만 디스크휠을 장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끝으로 과학의 원리를 이용한 자전거의 용도를 하나 더 알아보면 도르래 원리이다. 페달과 크랭크, 체인으로 연결된 스프라켓 거기에 작은 연결 풀리까지 다 보태면 4가지 이상의 도르래가 힘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즉, 같은 일 양의 곱을 유지하는데 힘과 거리를 상호 변화시켜서 힘이 덜 드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자전거 업힐을 할 때 페달링을 더 많이 하면서 힘을 분산하여 언덕을 올라갈 때 쓰는 방식이다.
일의 공식을 써 보면,
W(일) = F(힘) * 거리변위(S)로 표시된다.
PS. 계절적으로 가장 외부에 나가기 좋은 계절이 온다. 많이 나가면 나갈수록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