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하체가 다소 뻐근함을 느꼈다. 별로 그런 일이 없었는데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본다. 어제 자전거를 탄 거리가 그리 많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호반의 자전거 길은 그다지 높은 업힐이 없을 정로로 무난했는데 왜 그럴까 딱 부러지는 원인이 안 나온다. 여러 생각을 하다 보니 자전거가 떠 오른다. 최근까지 로드형 자전거를 탔는데 무게는 기껏 8kg 정도이니 속도도 잘 나가고 달리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주중에 서울 근교나 또는 조금 먼 거리의 교통수단에 자전거는 반입이 안 되는 것이 문제였다. 기어이 바라던 접이형 자전거를 하나 더 추가로 구입했다. 그리고 한강변을 여러 차례 다녀왔는데 별로 큰 어려움이 없었다.
굳이 한 가지를 추가한다면 무게가 12kg 대 여서 로드형과 비교했을 때 평균속도가 약 시속 2km 정도 부족한 듯 보였다. 자전거의 성능은 무엇보다 자체 무게와 직접 비례하는 공식이다. 모든 자전거 메이커는 초기 항공기 제작사처럼 무게를 줄이는 것이 최대 현안이 되었다. 자전거 무게는 바로 자전거 속도를 향상하는 일차 관문이 된다. 나는 자전거 속도계를 켜고 십 년 이상을 달리다 보니 이제 속도 개념이 제법 정확하게 들어온다.
이번에 일행과 라이딩을 할 때 주로 뒤에서 따라가는데 로드를 탈 때보다 속도가 다소 처지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로드형 자전거를 탈 때는 나는 주로 선두에서 탔는데 이리 접이형 자전거를 타니 위상의 변화가 생겼다. 접이형 자전거는 자전거를 접는다는 편익이 있는 대신 주행 속도에서는 약간 불리했다.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조금 상이한 것이다. 그래서 생긴 허벅지가 제법 뻐근 거린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어제 하루 동호회 친구들과 춘천 호반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어제 코스는 대략 이러했다. 아침 6시경 보라매역에서 7호선 전철을 타고 상봉역으로 갔다. 주말과 공휴일에 자전거는 전철과 기차에 반입이 허용된다. 전철에 자전거를 그대로 지입 하는 것은 언제나 신경이 걸리는 현안이다. 만일 그 시간대에 수많은 자전거 부대가 동원된다면 다음 차로 가야 할 경우도 있었다.
다행히 어제는 그 시간대에 7호선 전철은 자전거를 가지고 탄 라이더들이 보이지 않았다. 다음 구간인 경춘선도 우리가 먼저 기차의 맨 뒷간에 미리 가서 줄을 서 있었는데 우리 외에 다른 사람이 한 명 더 있을 정도였다. 물론 도중에서 합류하는 라이더가 있지만 그리 혼잡한 상태는 아니었다.
함께한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서 6명이다. 갑자기 새벽 날씨가 썰렁해서 자전거 복장 위에 얇은 겉옷을 입어야만 했다. 서울 아침 기온이 9도였고 이 온도는 아침에 춘천역에 도착해서도 약간의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이번 여름에 그렇게 징그럽게 피하고 싶었던 햇살이 이제는 약간 그리운 놈으로 변했다. 춘천역에 내려서 보니 광장 전면 구획에 무슨 공사를 한 모양이다. 넓은 공간이 담장을 크게 질러 놓았다. 아침 식사는 한참 뒤지다가 편의점으로 갔다.
같이 갔던 친구 중 한 명이 김으로 만든 주먹밥을 가지고 왔다. 맛도 있고 나는 이것을 먹으면 우선 점심까지는 식사를 안 해 도 될 정도였다. 항상 일찍 라이딩을 할 때마다 직접 만든 주먹밥을 준비해 주는 고마운 친구다. 편의점에서 라면등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본격적으로 라이딩을 시작했다. 모두에게 춘천호반 라이딩은 처음이지만 자전거 길을 안내하는 내비를 켜고 시작했다.
춘천호라는 것의 정식 명칭은 의암호라는 것을 이때 알게 되었다. 의암호는 1967년에 만든 인공호수라는 것도 처음으로 알게 된다. 호수의 상류 수원은 소양강과 북한강이 되었다. 이것이 의암호에서 합쳐지고 이 물은 다시 의암댐으로 내려간다. 댐이 만들어져서 춘천은 이때부터 호반도시라는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멋진 도시가 되었나 보다. 춘천에 살던 선인들은 호반도시가 되기 전에 산악도시로서의 추억이 있을 텐데 후세대는 이제 도시 정체가 호반도시로 탈바꿈한 것이다. 인공도 오래되면 자연이 되는 환경이 바로 여기에도 적응되었다.
호수에는 5개의 섬이 있다. 물론 들어가 보지는 못했고 지나가는 경치로 보았을 따름이다. 때 마침 수상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한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접안형 부두가 여럿 보였다. 의암호는 약 31km의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졌다. 낮 시간이 되니 걸치고 있던 추가적 상의를 벗고 가벼운 자전거 복장이 되었다. 제법 많은 라이더들이 마주치기도 했고 같은 방향으로도 지나갔다. 춘천의 반대편 호반 지역에는 수상 도로를 만들고 나무로 깔판을 덧 씌운 부목형태가 있었다.
낙동강 지역에도 강의 한쪽켠에 수상 자전거 도로를 만든 것처럼 이제 이와 유사한 도로가 여기저기에 만들어졌다. 교량 설치 비용은 제법 들겠지만 그만큼 자전거 이용객과 산책객들의 편리한 왕래가 잦아진 효과가 있다. 도중 몇 군데에서 약간의 휴식을 했고 도중에 사진도 찍었다. 이리하여 돌아본 자전거 길은 매우 환상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새벽녂에도 산책하듯 호반 둘레를 라이딩하거나 또는 늦은 황혼 녘에 둘러보아도 천혜의 수변 광경과 잘 어울릴 듯 보였다. 도중에 쉬기도 했지만 2시간 반 정도로 무난한 자전거 길이 되었다.
이제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춘천의 대명사가 된 것 중 하나인 닭갈비를 먹으러 갈 시간이다. 2년 전 동호회 회원들과 춘천 오기 전에 유명한 문화탐방 타운인 김유정역으로 인문학탐방이란 명목으로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 있는 책과 인쇄박물관을 구경간 것이다. 거기서 책과 인쇄에 대한 박물관측의 친절한 설명을 들은 후 점심으로 닭갈비를 먹었다. 그 이후에 다시 먹는 춘천 맛집을 찾아보았다. 물어 물어 간 곳이 춘천의 명물골목인 춘천닭갈비명동이라는 구역이다. 춘천중앙시장의 일부 구역을 그리 부르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누구에겐가 전해 들은 그곳을 여러 차례 행인에게 물어보면 다들 그 가는 길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한 군데 TV 방송에 나왔다는 홍보간판을 한 식당에 들어갔다. 닭갈비는 요리하는 방식이 조금 원시적 방법처럼 보인다. 요리하는 팬이 통주물로 튼튼히 만든 통쇠로 한번 익힌 고온이 오래 유지되도록 만들어졌다. 맛의 본질은 고추장에 들어간 여러 가지 재료라고 요리하시는 분의 설명이 있었다. 6인분을 시켰는데 아주 푸짐해 보였다. 저걸 어찌 다 먹나 하는 의심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밥까지 볶음으로 해주는 것을 다 먹고 말았다.
식후에는 이제 다음 코스를 골라야 한다. 원래 예상으로는 소양강 상류지역을 가 보는 것인데. 나중에 돌아올 경춘선에 예상되는 자전거 적치 고민 때문에 그냥 먼저 가서 중랑천변 라이딩을 하잔다. 원래 계획은 변경하면 된다. 그때 바로 가면 전철의 혼잡함이 해결되니 돌아가는 편이 쉽게 해결된다. 역시 기차에는 우리뿐이었다. 마치 전세를 낸듯하였다. 역을 지날 때마다 계속 자전거 설치칸이 혼잡해진다. 일반 자전거 팀만 있는 줄 알았는데 중학생 자전거 묘기를 하는 작은 소형 자전거 팀도 3명 탑승했다.
작은 묘기용 자전거라 이상하게 생겼다. 브레이크도 발로 잡는다 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서있는 여러 자전거를 보며 그들끼리 저 자전거는 천만 원 짜리라며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사실 그런 자전거 정보는 잘 몰랐는데 그 아이들이 훨씬 더 자전거 종류와 가격을 꿰고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자전거를 보니 어쩐지 멋져 보였다. 우리 것과 상대가 되지 않는 고가의 자전거인 것이다.
상봉역에 내려서 중랑천변을 돌아왔다. 중량천변을 의정부방향으로 갈 때 우완 코스였다. 잘 조성된 자전거 도로이다. 나는 좌완 코스는 두 번 다녔는데 우완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다양한 코스를 다녀보면 조금씩 환경이 다른 느낌이 온다. 출발지인 보라매역에 도착하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자주 가는 족발집에 가서 안전한 라이딩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시원한 막걸리도 한잔씩 하였다. 물론 집에 갈 때는 자전거를 안전하게 끌고 가기로 했다. 몸을 움직이는 즐거운 하루가 되어 멋진 가을이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