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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테시아 Apr 02. 2023

불편한 진실 - 미드야트

필링 인 터키

사랑하면 눈이 먼다고 하더니,

터키와 사랑에 빠진 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사랑하면 자꾸 말하게 된다고 하더니,

나의 입도 예외는 아니었다.


터키에 관한 책을 쓰고 여러 지면과 매체를 통해 터키에 대해 말하고

누굴 만나도 터키 이야기가 빠지는 법이 없으니

눈멀고 팔불출이 된 것도 사실이다.      

눈 감아도 떠오르는 터키의 수많은 잔상이 그토록 생생한 것은

분명 사랑에 빠진 것이 틀림없었다.


작은 골목길 바람의 흔적이나 햇살의 그림자조차도

또렷이 추억 되는 것은 분명, 사랑이다.

그러나 사랑하기 때문에 말해야 할 것도 있다. 

분명히.     


세계에서 가장 큰 땅을 차지했던 호전적인 대범함이 좋았고,

은연중 타인에게 보이던 그들의 당당함도 부러웠다.

     

앗살람 알라이쿰, 알라이쿰 앗살람(무슬림 인사).     


이 인사는 사랑하는 이에 비친 아픈 현실을 대변하는 한마디였다.

민족은 있으나 한 번도 자신의 국가를 가지지 못했던 쿠르드족은

분명 터키인에 있어 불편한 게 사실이다.  

   

시리아의 총독부가 있었으며, 유럽과 중동을 오가는 대상들의 숙소가

즐비하게 있었던 중세의 잘 나가던 도시, 미드야트.

민족 갈등, 종교 갈등, 지역 갈등, 정치적 갈등까지 혼돈되어 있는 시리아의 옛 땅. 

    

이젠 흔적조차 아스라이 사라져 가고,

공원마다 잡담을 나누는 사람들의 담배 연기에서 긴 한숨을 보았다.

백 년은 훌쩍 지났을 집들 사이에 늘어선 빨랫줄에는

그들의 고단함이 축 처진 빨래처럼 걸려 있었다.     


이방인에게 낯설지 않게 웃어주면서도

뒤돌아서 어디론가 가는 쿠르드족의 처진 어깨너머에

터키의 불편한 진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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