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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나라, 이름만 남은 진짜

내가 알고 있는 까르보나라는 가짜라고?!

by 미죠떼

까르보나라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 중, 진짜 까르보나라를 먹어본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크림 파스타 - 우유와 생크림으로 만든 부드러운 소스에 베이컨이 들어간 하얀 파스타 - 는 사실 전통 까르보나라와는 전혀 다른 요리다.


진짜 까르보나라는 크림이 아닌 계란 노른자와 치즈, 후추만으로 만든다. 삶은 파스타 면에 노른자와 페코리노 치즈, 그리고 듬뿍 간 후추를 넣고 빠르게 버무려 만드는 이탈리아식 까르보나라는, 관찰레나 판체타에서 나오는 돼지고기 지방이 깊은 풍미를 더한다. 이 지방이 노른자와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농밀한 질감은 그 어떤 크림보다 진하고, 혀를 감싸는 고소함으로 속까지 코팅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름의 유래도 흥미롭다. ‘까르보나라(carbonara)’는 ‘숯’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carbone에서 왔다. 후추를 뿌린 모습이 마치 숯가루를 뿌린 듯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고, 한때 석탄 광부들이 즐겨 먹던 음식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로 전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흔히 접하는 까르보나라는, 미국식 버전에서 파생된 크림 까르보나라다. 미국에서는 전통 레시피에 노른자와 치즈, 후추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보다 부드러운 질감을 위해 생크림을 첨가한다. 한국에서는 그조차도 생략하고 크림만으로 소스를 만들 때가 많다. 사실상 ‘알프레도 파스타’에 더 가까운 이 음식이 까르보나라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 까르보나라에 대한 인식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음식은 단순히 입에 넣는 무언가가 아니다. 이름, 재료, 조리 방식 하나하나가 문화를 담고 있고, 그것을 이해하는 순간 식탁은 훨씬 깊은 이야기로 확장된다.


음식뿐 아니라 문화, 역사, 정보 등 우리 주변 모든 영역에는 ‘진짜’와 ‘가짜’가 혼재해 있다. 우리가 흔히 믿는 사실들, 익숙한 이미지들 역시 깊이 들여다보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그러니 진짜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호기심과 의심, 그리고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때로 번거롭고 혼란스럽지만, 그만큼 새로운 즐거움과 깨달음을 선사한다. 더 나아가 ‘진짜’의 기준이란 절대적이지 않으며, 시대와 맥락에 따라 변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음식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삶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이기도 하다.


까르보나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와 조리법에는 과학적이고 미식적인 원리가 숨어 있다. 계란 노른자의 단백질은 뜨거운 파스타 면과 만나면서 부드러운 크림 같은 질감을 만든다. 치즈의 짭짤하고 고소한 맛은 소스에 깊이를 더하고, 후추의 톡 쏘는 향은 전체적인 풍미를 살린다. 판체타에서 나오는 돼지고기 지방은 이 모든 요소들을 감싸 안으며 진한 맛과 농도를 완성한다. 반면 크림을 넣으면 소스가 더욱 부드러워지지만, 전통적인 까르보나라가 가진 깊고 묵직한 질감과는 결이 달라진다. 이렇게 재료 하나하나와 조리 과정이 모여 ‘진짜’ 까르보나라의 맛을 만들어낸다.


진짜인 줄 알았던 가짜를 먹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단지 한 접시의 파스타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것들 중 진짜는 얼마나 될까? 단순한 한 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는 모든 것들에 대해 한 번쯤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뜻 아닐까. 이름만으로 진짜를 믿기보다, 그 안에 담긴 맥락과 역사를 이해하려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식탁에 더 필요한 감각이다. 한 접시의 파스타가 던지는 질문은 의외로 깊고, 꽤나 맛있는 사유의 여운을 남긴다.


카르보나라.jpg



까르보나라 만드는 법


재료

스파게티 면 1인분 (500원 동전 크기)

판체타 (베이컨 대체 가능)

마늘 2알

올리브오일 1T

계란 노른자 2개

페코리노 치즈 70g

소금, 후추 1t

파슬리가루 (선택)


조리 방법

1.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은 뒤 스파게티 면을 약 7분간 삶는다.

2. 삶은 물은 100ml 분량 면수로 따로 덜어둔다.

3. 베이컨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4. 계란 노른자 2개에 간 페코리노 치즈와 후추를 넣어 섞어 소스를 만든다.

5.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마늘을 볶는다.

6. 베이컨을 넣고 노릇하게 익힌 뒤, 삶은 면과 면수를 넣고 함께 볶으며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7. 팬을 불에서 내린 후 미리 만든 소스를 넣고 빠르게 버무린다. (온도가 높아 계란이 익지 않도록 유의한다)

8. 기호에 따라 파슬리가루를 뿌려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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