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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연필 Jun 03. 2024

‘THE 8 SHOW’의 세계관 (스포 주의)

드라마 리뷰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더 에이트 쇼‘가 인기다. 쇼츠에 중독돼서 통 드라마를 보지 못했는데 이 드라마는 한숨에 완결까지 달렸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인간들의 굴레를 긴장감 넘치게 보여준다.


 여기 돈이라는 미끼를 물고 한 건물에 모인 8명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입장할 때 뽑은 번호대로 각자의 방에 들어간다.

쇼가 시작된 거다.

1층부터 8층. 여기서 운명은 이미 갈렸다.

이곳에선 시간이 곳 돈이다.

1분마다 돈이 불어난다.

가장 높은 층의 사람은 가장 많은 돈이 불어나고 가장 낮은 층은 가장 적은 돈이 늘어난다.

음식도 가장 높은 층을 통해 내려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빈부의 차이는 커지고 아래층에게 밥을 주고 말고도 위층에서 결정된다.

이곳의 시간은 유한하다.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끊임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노동을 하거나 카메라(쇼 설계자)에 즐거운 이벤트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의 욕망은 끝이 없다. 끊임없이 늘어나는 돈을 보며 시간도 끊임없이 늘어나길 원하지만 갈수록 더 자극적인 이벤트만이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갈등은 커지고 사람들은 잔인해진다.

누군가는 이 게임을 끝내고 싶었지만 누군가는 영원하길 바랐다.

어느 날 1층 사람은 8층으로의 신분상승할 수 있는 역전의 기회를 도모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끝없는 욕망을 좇으며 끊임없이 노동하고 점점 더 잔인해지는 세상. 열심히 살다 보면 위층에 오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보지만 불가능한 세상. 그래도 또다시 욕망을 쫒으며 사는 세상. 이 굴레는 인간의 욕망이나 이를 시스템화한 자본주의를 날것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자극적이다. 보기에 불편하고 아름답지 않다. 이것이 ‘더 에이트 쇼’가 보여주는 세상이다. 요즘 세상을 이렇게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만만치 않은 듯하다.


 그런데 문득 칼 세이건의 말이 생각났다. 그는 ‘우주인이 있다면 분명 선할 것‘이라 말했다. 그들이 우주에서 여기까지 올 정도면 분명 우리보다 발전된 문명일 텐데 아직 우리가 안 망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착해서일 거라고……. 칼세이건이 보는 세상은 없어져서는 안 될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가 보는 지구는 광활한 우주의 작은 점에 불과하고 그 안에서 생기는 일들도 모두 사소한 사건에 불과했다. 그의 초연한 시선에 보이는 세상은 분명 신비롭고 아름다웠을 거다. 그가 보는 지구는 아름답고 ’창백한 푸른 점‘이었다. 그런데 ‘더 에이트 쇼’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사는 게 지옥이었을 것이다. 평생 벗어날 수도 없는 지옥. 그런 사람들에게 이 세상을 그냥 두고만 보는 우주인이 악마일 수도 있다.


 여러분이 보는 세상은 어떤가요?


 전 노안이 와서 세상이 흐릿합니다. 그래도 길가에 핀 코스모스는 이뻐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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