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3개국 정도면 무난하다 싶었다. 그런데 엄마가 슬쩍 한마디 한다. 크로아티아가 그렇게 좋다더라. 또 열심히 검색한다. 발칸 4국은 비싸고, 동유럽 3국 발칸 2국이 그나마 낫다 싶었다.
엄마가 제일가고 싶었던 크로아티아다. 첫 도착지부터 선택관광이다. 동화마을 라스토케. 여기선 현지 주민인 마리오가 안내한다. 여기 폭포, 사진 찍어, 길어 등등 이 정도 한국어를 한다. 나중에 물어보니 매일 한국어 공부를 한단다. 흡사 민속촌 같은 라스토케, 진짜 별로다. 대신 다음 도착지인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이 다 만회한다. 왕복 2시간에서 6시간까지 다양한 루트가 있는 이곳에서 단체 관광객의 선택은 하나. 돌아 나오면서 만난 트래킹족들이 부럽다. 84미터 폭포와 맑디 맑은 호수, 유난히 햇볕이 강렬한 오늘. 마리오가 말한다. 오늘이 아름다운 10월의 마지막 날이야.
세찬 빗소리에 눈이 떠졌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부터 우리가 거쳐간 곳들은 비도 내리고 10도 전후의 기온이다. 이번 여정, 처음 만나는 비다. 수도인 자그레브 구시가지를 비 속에 걷는다. 곳곳이 공사 중이고, 스산하고 을씨년스럽다. 한 시간 반 자유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노천시장에서 뭐 좀 사볼까 했지만, 연 매대는 손에 꼽을 정도다. 크로아티아에 엄지발톱만큼 담그고 가는 느낌이다.
엄마가 묻는다. 크로아티아가 진짜 예쁘다는데 우리 안 가니? 엄마, 바닷가 도시로 가야 하는데 이 여정은 그게 없어요. 그건 더 긴 여정이어야 갈 수 있어요. 실은 나도 아침에야 알았다. 사전 예약할 때 도시는 확인 안 하고 나라만 보고 예약한 내 잘못이다. 나 역시 실망한다. 바닷가에서 입을 하늘하늘한 옷을 갖고 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