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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연 Dec 06. 2022

본 것도 못 본 척 해야 살 수 있는 자들의 현실과 꿈

<올빼미>의 주맹증이 상징하는 것

 빛이 없는 어두운 밤에만 세상을 볼 수 있는 주맹증은 영화에서 '본 것도 못 본 척 해야 살 수 있다'는 인물의 말과 일맥상통한 특성이다. 궁 내부에서 발생하는 정치의 협잡과 권력을 둘러싼 암투는 비단 왕과 대신들만의 비밀스러운 결투가 아니다. 권력자들이 하찮게 여기는 존재들, 즉 백성들은 그저 본 것을 못 본 척 하고 있을 뿐이지 언제든 그들의 잘못된 행실을 지켜보고 있다. 주인공을 상징하는 올빼미는 대낮에 그 존재 자체가 발견하기 어렵지만 어둠 속에서는 가장 위협적인 맹금류이기도 하다.





 침술사 경수(류준열)의 특성을 주맹증으로 택한건 인물의 제한적인 시선을 통해 서스펜스를 발생시키기 위함이겠지만, 권력을 향한 백성의 태도를 은유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수(류준열)가 자신의 침술을 인정받고 입성하는 과정은 배경만 조선시대일 뿐, 우리의 취업성공-고시/시험 합격의 과정과 유사하다. 자신의 쓸모를 인정받길 원하고 어제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면서, 내 가족의 안위까지 염두하는 주인공은 영화를 보는 평범한 당신의 삶과 다를게 없다. 그렇기에 '우리 같은 것들은 본 것도 못 본 척 해야만 한다'는 대사는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설명할 것도 없이 우리는 이미 권력이 휘두르는 폭력에 대한 공포를 체화하고 있다. 그래서 현실적이지 못한 영화의 에필로그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영화가 에필로그에서 선택한 행위는 <관상>의 에필로그와는 사뭇 다르다. <올빼미>는 감독의 바람, 나아가 정도를 가지 못하는 지도자를 향한 백성의 꿈처럼 느껴진다.



역사적 사실의 빈틈에 상상력을 펼친 <올빼미>는 후반부에 주맹증의 특성을 편의적으로 낭비하는 경향이 있지만, 소현세자 사망의 원인이 밝혀진 후에 펼쳐지는 장르적 서스펜스는 긴장감이 상당하다.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흥미롭다. 인조의 신경질적인 언행은 명-청 교체기에 벌어진 삼전도의 굴욕에서 기인한 정신적 외상에 가깝고, 변화하는 정세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사대부와 왕실 내부 간 권력다툼은 당시 혼란스러운 조선에 무엇이 필요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말하기 위한 발판처럼 느껴진다. 진정 백성들의 안위를 살피는 지도자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시대. 영화는 영화만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부정한 권력을 향한 경고와 응징을 해낸다.



※덧, 인조는 2022년에서도 반면교사 삼아야 할 지도자로 소환되고 있어서 약간은 웃프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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