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한 끼,
아이스크림 오트라테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주말권인 금요일이 되었기도 하고, 남편에게 큰 선물을 받았기 때문에!
원래부터 짠순이 중에 짠순이였던 나는 아이를 낳고 나서 나에게 쓰는 돈을 예전보다 더 아끼게 되었다.
남편의 외벌이에 집 대출금, 각종 공과금, 거기에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사다 보면 어느새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낸다.
그러니 나에게 필요한 물건은 지금 당장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다음 달 또 그다음 달로 미루어 버리게 되었다.
원래부터 물욕이 없는 편인 나는 이런 생활에 꽤 쉽게 적응할 수 있었는데, 아마도 우리 남편은 꽤나 힘들었을 테다.
내 남편으로 말할 것 같으면,
결혼 전에는 엄청난 사치쟁이로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은 뭐가 됐던지 다 사고, 먹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하도 사치를 부리는 탓에 축의금 10만 원 현금이 없어 카드론을 받았다고 하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이런 사람이 아이를 낳고 아이에게 우선순위를 내주고 말았으니 그 상실감이 엄청나지 않겠는가.
최근에 우연히 이런 글을 보았다.
외벌이의 단점: 책임감의 압박, 어깨가 굉장히 무거움
이 글을 보자마자 힘든 내색 없이 나와 딸을 대하는 남편에게 정말 고맙고 미안했다.
아무튼 이러한 현실 속에서 남편이 나에게 새 아이패드를 선물해 주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구버전의 아이패드(에어 2)도 남편이 연애시절 나에게 선물해 준 것이었다.
남편에겐 항상 받기만 하는 것 같네.
요즘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구버전의 아이패드가 자꾸 버벅대고 느리게 반응해 내심 답답한 참이었다.
남편이 그런 나에게 새로운 취미활동과 브런치 작가 데뷔를 응원한다며 에어 5를 결제해 주었다. 이런 멋진 남편 같으니라고..
집에 피씨도 있고 핸드폰도 바꾼 지 얼마 안 된 최신폰인데 아이패드가 뭐 필요하냐며 결사반대를 했지만
남편이 보내주는 실사용 후기글을 보며 서서히 나도 빠져들게 되었다..
에어 5의 늪으로..
그리하여 나에게 새로운 아이패드가 생기게 되었다.
로켓배송으로 주문한 지 하루 만에 도착한 아이패드.
신나는 마음으로 상자를 풀어헤쳤다.
모든 설정을 마치고 아이패드로 쓰는 첫 글.
바로 이 글이 그 주인공이다.
오늘은 새 아이패드로 글을 쓰니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멋진 작가들처럼 나도 옆에 커피 한 잔 두고
멋지게 글을 써봐야지. 생각하며 만든 오늘의 메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린 오트라테
냉장고의 오트밀크를 꺼내 얼음 담긴 컵에 담고, 네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내렸다.
그 위에 냉동실의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듬뿍 퍼 올리고,
마지막으로 시나몬 파우더를 뿌리면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아이스크림 오트라테 완성.
시나몬 파우더가 왈칵 쏟아지는 바람에 청소라는 할 일이 하나 더 늘었지만, 뭐 어때!
나에겐 멋진 아이패드가 있는데!
먼저 시나몬 파우더가 잔뜩 묻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 떠먹는다.
진한 시나몬향과 부드럽고 달콤한 바닐라 맛이 조화롭게 내 입안에서 어우러진다.
그리고 씁쓸한 커피 한 모금.
모든 맛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우리의 인생도 이런 맛일까?
달콤하고 진하고 때로는 씁쓸하기도 한.
인생을 닮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며 신나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남편에게 받은 넘치는 사랑에 보답하며 나도 사랑을 꽉꽉 눌러 담아 이 글을 써내려 간다.
아이스크림 오트 라테 recipe
컵에 얼음을 담고 오트밀크를 붓는다.
그 위에 진하게 내린 커피를 넣고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을 소북이 올린다. (보통 나는 오트밀크 약 100밀리그램에 네스프레소 중간버튼을 눌러 추출한다. 만약 집에 커피머신이 없다면 카누를 물 40밀리그램에 섞어 만들어도 좋다.)
집에 시나몬파우더가 있다면 톡톡 뿌려준다. (그럼 커피 맛이 더 좋아진다.)
맛있게 마시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