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린이의 첫 테니스 시합 후기
태어나 처음으로 테니스 경기에 참여했다.
사실 말이 경기지, 그냥 동네에서 소소하게 진행되는 아마추어 미니게임이었다.
이 년간 배운 테니스, 여러 기술들을 습득했지만 막상 경기에 나가니 ‘어떻게든 공만 치자!’라는 생각뿐.
경기 규칙도 모르겠고,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던 서브는 네트에 걸린 채 폴트!
나로 인해 지진부진해지는 경기에 미안해서 바보 같은 웃음만 지어버렸다.
세 번의 경기에서 세 번 다 참패였지만, 내가 풀이 죽은 얼굴이자 열심히 다독여주던 감사한 분들이 더 기억나는 첫 시합이었다.
그래도 드라이브로 점수 따낼 때는 엔돌핀이 급상승하는 게 느껴졌다.
이런 맛에 게임에 나오는구먼!
상대방에게 너무 민폐를 끼칠까 봐 도저히 첫 한 걸음이 나서 지지가 않더라.
‘저도 참석하고 싶어요.’라는 말이 입안에서만 굴려지는 상태였다.
나름의 의지와 의욕은 있는데, 괜히 민망해서 나가지 못하는 마음이랄까.
결론적으로 코치님이 반강제로 시켜서 하게 된 첫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잊지 못할 거다.
나는 항상 도전의 한 걸음에도 수만 가지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그 생각은 대체로 걱정과 불안이 차지하고 있고.
민폐 끼치면 어쩌지?
더 연습을 하고 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
못하면 그게 무슨 개망신이야.
걱정과 불안이 만든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자니 현재에 안주하는 마음이 커졌다.
그냥 코치님이랑 레슨만 하면서 적당히 운동만 해도 좋지 않나 싶기도 하고.
처음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또 배운 내용을 실전에서 완벽하게 구사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준비만 하는 사람에겐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만약 내가 첫 시합을 나가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잘못된 서브 자세를 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을 거다.
만약 내가 첫 시합을 나가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생각보다 승부심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을 거다.
만약 내가 첫 시합을 나가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드라이브로 점수를 딸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을 거다.
단 한 번의 경기로도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 그냥 여행 가는 기분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고민만 주구장창 하는 일들이 있다면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진짜 내 모습을 알 수 있으니까.
준비만 하지 말고 당장 실행하자!
생각보다 별 거 없고 재미있던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