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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킴 Apr 10. 2023

운전이 체스 같다고 생각한 적 있는 가?

운전에 대한 단상 

하루에 운전하는 시간은 짧으면 30분에서 길면 한 시간. 한 달에 한 번씩은 필라델피아로 운전해서 갈 때가 있는데 거리는 대략 90마일이며 왕복 3시간이 걸린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나는 40-50분의 장거리 등교/하교를 했었기에 사실 긴 시간 차를 타는 거에 꽤 익숙한 편이다. 부모님 두 분 다 운전에 능숙하실 뿐만 아니라 운전을 매우 좋아하시는데 나도 마찬가지로 운전하는 걸 꽤나 즐기는 타입이다. 


어느 날 고속도로 운전 중 문득 나는 왜 운전하는 걸 즐겨하는 건지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우선 운전하며 음악을 듣는 걸 매우 좋아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차 안에서 듣는 음악을 즐길 거라 생각한다 (물론 차의 오디오 시스템이 최상급이면 더 좋겠지만). 자동차만큼 좁은 공간에 서라운드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 건 없지 않을까? 거기에 차 안의 공간은 나만의 프라이빗하고 매우 개인적인 공간이 된다. 일석이조. 


하지만 그런 이유라면 굳이 내가 직접 운전을 할 필요는 없다. 다른 누군가가 나 대신 운전을 해주고 나는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편하게 포인트 A에서 B로 이동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가. 운전하며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되고 편하게 앉아서 폰을 하거나 일을 할 수도 있으니까. 물론 그 공간에 나 말고 타인이 함께 있지만 뒷좌석에 앉는 다면 웃기게도 그 나름 좁은 차 안에서 또 다른 공간이 생기기도 한다. 마치 뉴욕 옐로 캡 혹은 우버를 탈 때 느끼는 것처럼. 


사실 나는 운전을 할 때 마치 내가 체스를 두고 있다 상상한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달릴 때. 체스를 둘 때 전체적인 게임의 흐름과 미리 수를 생각해서 다음 무브가 무엇인지 생각을 하고 계획을 해야 하는 것처럼,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할 때 지금 현재 교통체제와 흐름을 읽는 다. 그리고 내가 어느 선으로 이동해서 움직어야 효율적으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지 계산한다. 이런 건 나에게 있어서 매우 재밌고 즐거운 일이다. 


아빠가 어렸을 때 하신 말씀이 있는 데, 운전을 잘하는 사람은 액셀을 미친 듯이 밟으며 빨리 가는 사람도 아니고 서행하며 안전운전을 하는 사람도 아니라고 하셨다. 운전을 잘하는 사람은 현재 교통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다. 그 흐름에 맞는 속도로 운전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방해물이 없고 순탄하기만 하다면 우리는 인간으로서 성장을 하지 못하고 또 삶의 행복이나 재미를 못 느낄 것이다. 악이 존재하지 않으면 선이 존재하지 않고, 어둠이 존재하지 않으면 빛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운전도 마찬가지다. 운전을 하다 보면 엄청나고 다양한 방해물들이 존재한다. 80 mph존에서 40 mph로 달리는 차는 아주 심각한 방해물이다. 타이어 일부분이 고속도로 한가운데 나뒹굴기도 한다. 그리고 경쟁자도 나타난다! 이상하고 변태(?)스러울 수 있겠지만 경쟁을 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경쟁자가 나타났을 때 지루하던 고속도로가 매우 재밌어진다. 


지금 내가 속해있는 교통체제는 사실 크게 달라지지 않는 다. 그리고 교통체제는 현재 대다수의 차들이 달리는 속도로 정해진다. 무슨 뜻이냐면 보통 고속도로에서 60 mph로 달리는 차들은 계속해서 60 mph로 다닐 테고, 플러스마이너스 5 mph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내가 70 mph로 달리려면 나는 그 60 mph 달리는 차들을 제쳐야 한다. 4차선 고속도로에서 내 앞, 뒤, 양 옆을 보고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난 뒤 어디로 움직일지 생각하고 차의 핸들바를 움직인다. 근데 가끔 내가 염두에 둔 차선으로 가려할 때 그걸 가로채는 다른 차가 있다. 그때부터 이제 경쟁이 시작된다. 교통체제는 크게 바뀌지 않기에, 나도 그 경쟁차도 결국 같은 공간, 차선으로 움직여야 한다. 4차선의 차들의 속도가 좀 더 빨라 보여서 4차선으로 옮기고 경쟁차는 3차선에 남아있는데, 갑자기 4차선의 속도가 늦춰 치고, 3차선의 차들이 더 속력을 낸다. 나의 계산 착오다. 1마일 (1.6km) 앞에 4차선에서 고속도로 exit 나가는 길이 있었던 것이었다. 재빨리 3차선으로 옮겨서 속력을 다시 내고 경쟁차 뒤를 확보한다. 그러고 우리는 또 (법적 스피드 리밋하에) 더 빠른 차선으로 옮기며 엎치락 뒤치락 서로에게 리드를 주었다 뺏겼다를 반복한다. 


참 재밌는 건, 그러다 어느새 경쟁에서 오는 동질감, 전우애를 느끼게 된다. 못하는 팀이랑 축구를 해서 이겼을 때 보다 강팀을 상대로 비겼을 때 오는 성취감이 더 큰 것처럼, 저 드라이버도 운전을 참 잘한다고 인정하며 덕분에 재밌는 드라이빙을 해서 고마워진다. 그리고 그 경쟁차가 고속도로에서 나가면 아주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든다. 


속력을 내서 스피드를 즐기는 짜릿함이 아닌, 내가 현재 교통의 흐름을 파악함으로써 어느 차선으로 계속해서 이동해야 하는지 최고의 선택을 내려 나와 비슷한 드라이버들과 경쟁을 하며 목적지에 가장 효율적으로 도착했을 때 오는 성취감 때문에 운전을 좋아하는 게 아닐 까.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게 운전이 될 수 있고,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게 운전이고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는 게 운전이지만, 여하튼 운전은 재밌고 언젠가 애스턴 마틴 Aston Martin DBS를 드라이브하는 꿈을 꾸며 오늘도 안전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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