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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 Aug 26. 2023

크리에이터 응원금에 담긴 의미


최근 브런치스토리에서 '크리에이터와 응원하기 제도'를 새롭게 론칭했다. 그동안 글 저장소 역할에 충실하던 브런치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 기대와 우려가 섞인 글들이 넘친다.


나는 브런치팀에서 발송한 안내글을 읽다가 잠시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져 보았지만, 곧바로 마음을 비워야 했다. 아쉽게도 크리에이터에 필요한 네 가지 기준 모두 나를 멀찌감치 비껴갔다. 선정 기준이 바뀌지 않는 한 내가 크리에이터가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당연히 응원금 또한 먼 나라 이야기다.


그런데 응원하기 제도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응원금에 쏠린 관심이다. 자격 안되면서 응원금에 솔깃해지다니,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딱 그 모양새다.


내가 '응원금 지원하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응원금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응원금에는 작가들의 수익창출과 독자들의 선한 의도뿐만 아니라 작가의 능력과 위상까지 내포되어 .


응원금에는 구독과 라이킷과는 다른 차원의 상징성과 중량감이 느껴진다. 누군가의 글을 읽고 선뜻 지갑을 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상부상조의 미덕이나 일시적인 공감이 아니라 꾸준하게 지원하려면 진정으로 마음이 움직여야 한다. 



관건은 기존의 구독과 라이킷 중 얼마나 많은 숫자들이 응원금을 지원할 것인가이다. 응원금의 규모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적게는 수 천 원부터 많게는 수백만 원, 어쩌면 누적 기준으로 천만 원 이상 획득하는 크리에이터가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어떤 글(작가)이 응원금을 많이 받는지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다가, 응원금 지원하기 이벤트의 최종 하이라이트는 크리에이터들의 응원금 내역을 공개하는 것이다. 누적된 응원금을 규모에 따라 나열하면 자연스럽게 순위가 매겨진다.


응원금 순위 공개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일 것이다. 동기부여와 선의의 경쟁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위화감 조성과 내부 영업 조장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로 나눠질 것이다. 크리에이터에 진입하기 위해 절치부심 칼을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순위를 매기는 행태에 환멸을 느끼고 브런치를 떠날지도 모른다.  


응원금 순위 공개가 점잖은 브런치스토리에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독자들에게는 더 나은 구독 환경을 제공하고, 편집자들에게 검증된 작가(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브런치스토리의 외연은 더 크게 확장되는 것이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프로골프는 회원으로 등록된 모든 선수들의 대회 상금액을 공개할 뿐만 아니라, 누적 상금으 시즌 랭킹 순위를 정한다. 그리고, 이 랭킹 순위에 따라 대회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선수들은 랭킹 진입과 유지를 위해 살인적인 연습량을 소화하고, 가능한 많은 대회에 출전하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다.


이는 대부분 스포츠 종목들이 승패, 점수, 기록 등으로 랭킹 순위를 정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물론, 우승 횟수, 타수, 비거리 등 각종 수치로선수들의 기량을 나타내지만, 프로골프 세계에서 상금은 선수들의 모든 것(땀과 눈물, 투자, 기량, 경력, 명예 등)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골프뿐만이 아니라 다른 업종과 영역에서도 수입 규모로 순위를 정한다. 제목은 다른 표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수입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화가의 그림값, 가수의 음반(음원) 판매수, 작가의 책 판매부수, 영화 관객수, 드라마 시청률, 기업 매출액과 수익 등. 이들 분야에서 순위는 경쟁력과 위상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지갑을 여는데 극도로 인색하다가도 원하는 것을 가지고 싶거나 진정으로 감사한 일에는 아낌없이 돈을 지불하려는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다. 좋은 글은 독자의 마음만 열지 않는다, 지갑까지 열어젖히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글쓰기 동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리스트 상단에 있는 응원금액이 나의 나태함을 치유하는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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