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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혁진 Oct 19. 2022

씨젠 분식회계 사건 [1부]

"매출 밀어내기, 개발비 자산화, CB 조기상환청구권" 대체 뭘까?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동종기업보다 순이익 대비 더 낮은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현상을 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라 한다. 작은 내수규모, 노조 문제, 규제 등 여러 원인이 거론되지만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요소다.


 국내 주식시장의 고유한 문제로 재벌, 북한, 회계 투명성 세 가지가 거론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지원하면서 재벌이라는 독특한 구조가 나타났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재벌 구조가 경영상 비효율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있어 기업가치 평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 외국에서 보는 북한 리스크는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남북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주가가 출렁이는 것은 물론 평균적인 국내 기업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업가치를 구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현금흐름할인법 DCF; Discounted Cash Flow Method이 있다. 이는 미래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가중평균 자본비용 WACC; Weighted Average Cost of Capital으로 할인해 구한 현재가치이다. 북한 리스크는 WACC 계산의 투입변수인 국가 리스크를 높이고, 결국 동일 금액을 더 높은 이율로 할인하는 격이 되어 기업 가치를 낮춘다.


 마지막으로 회계 투명성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국제회계기준 IFRS를 도입하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선진국 공시에 비하면 미진한 부분이 많다. KOSPI 시가총액 순위 최상단을 차지하는 기업이 영어로 된 공시자료도 게시하지 않는 경우는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해외 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공시의 양과 질은 해외자본 유치에 큰 걸림돌이 된다. 미국 등의 국가보다 감독기관에서 요구하는 공시 수준이 낮은 데다 기업 자체적인 공시인 IR자료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정보도 매우 제한적이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매우 활발한 미국에서는 기업이 주가 하락에 대한 귀책사유를 지지 않기 위해 사소한 것 하나 넘어가지 않고 공시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의 내부자가 10대의 앱 이용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을 SEC에 고발해 큰 화제가 되었다. 자사에 불리한 내부 정보를 기업이 굳이 공개해야 하나 싶지만 SEC 증권법상 상장 기업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


후술하겠지만 우리나라는 회계 부정 적발 시 처벌 수위나 회계법인의 감사 여건에 있어 부족한 측면이 많아 분식 회계 사건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개중에는 기업의 고의가 아닌 단순 실수에 의한 경우도 포함되어 있으나 재무제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기업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단순 실수로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다.


 <바이오 기업의 회계 이슈와 씨젠의 분식 회계>

근래 가장 크게 이슈가 되었던 사례는 2018년 수면 위로 드러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건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에 콜업션을 쥐어 주며 합작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기존 종속회사로 회계처리 하던 것을 2015년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약 4조 원의 평가이익을 얻었다. 회계처리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관계회사로 변경한 의도가 정말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해서인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대한 자본잠식을 방지하기 위함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아직까지 분식회계 여부에 대해 논쟁이 진행되는 사안이지만 이익잉여금 과대계상을 통해 자본을 늘리기 위함이라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가 드러나면서 분식회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회계 이슈이기 보다 ‘저의’ 이슈라 보는 게 합당하지만 본래 바이오 산업은 특유의 회계원칙과 비즈니스 여건상 회계 논란이 자주 발생하는 업종이다. 개발비의 자산처리 문제, 넉넉치 않은 현금흐름, 내부 관계자와의 거래 등 다양한 측면에서 타 기업보다 회계처리가 복잡하다. 특히 바이오 기업은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오랜 기간 R&D 지출이 발생해 사업 초기 적자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단기 성과를 보여주어야 할 상황에서 분식 회계 욕구에 더 취약한 구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발생한 2015년 또한 KOSPI 상장 바로 직전 연도였다.


씨젠은 의료용품 및 기타 의약 관련 제품을 제조하는 회사다. 원재료를 조달해 제품을 만들고 이를 외부에 판매하는 전형적인 제조업에 속하지만 진단키트 등의 의료용품을 제조한다는 점에서 일반 제조기업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 구체적으로는 환자의 검체로 질병을 진단하는 체외진단 기기를 제조하는데, 그 중 유전자 분석을 통해 질병의 원인을 감별하는 분자진단을 핵심 사업으로 한다. 코로나19 이후 PCR 기술과 이를 이용한 진단 키트 수요가 급증한 덕에 2020년 그 어떤 기업보다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2021년 2월 증권선물위원회는 회계 기준을 위반한 씨젠에 과징금 등의 징계를 부과했다. 매출 밀어내기, 개발비의 임의 자산화, 전환사채 조기상환청구권에 따른 유동부채 미반영 등의 혐의를 지적했다. 2019년 3분기 공시 당시 씨젠은 회계 오류 사항을 미리 반영해둔 터라 해당 회사 규모에 비해 큰 이슈가 되지는 않았으나 코로나19 이후 최대 수혜주로 군림하던 씨젠 주가에 제동이 걸렸다.


본 연재에서는 2011년부터 2019년 6월까지 8년 6개월 간 이루어졌던 씨젠의 분식회계를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다음 부부터 제시될 재무제표 수치는 DART의 자료를 기반으로 한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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