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거리가 화려해졌다. 몇 년 전부터 가로수들이 겨울만 되면 뜨개옷을 입고 월동을 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지푸라기를 감싸곤 했는데 요즘은 한결 화려하다. 나무들의 겨울옷이라 생각하면 마음은 훈훈한데 과연 이것이 꼭 필요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효과가 없다는 말을 들은 까닭이다. 시내에 대대적으로 하는 사업이니 그 효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나무의 겨울옷은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일 수도 있고, 잠복소로서 이용하기도 하는데 어떠한 이유로 사용하는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잠복소는 나무의 월동준비보다는 해충방제를 위한 장치다. 그런데 요즘 이 잠복소의 해충 제거 효과가 없다는 말이 있다.
늦가을에 나뭇잎이 다 떨어지기 전, 줄기 중간 부위에 20~30cm 폭으로 짚이나 녹화마대로 감싸주는 것이 잠복소(暫伏巢, 해충포집기)다. 땅속이나 낙엽 밑에서 겨울을 보내려 이동하던 해충들이 잠복소를 월동할 장소로 알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그 후 봄철에 수거하여 태우거나, 땅속에 묻어 버리면 해충을 한 번에 없앨 수 있는 친환경적인 방제 방법이다. 잠복소는 해충의 월동 습성을 이용하는데, 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해충을 없애는데 효과적이다.
이러한 월동 습성을 가지는 해충은 우리나라 활엽수에 피해를 주는 미국흰불나방과 침엽수에 피해를 주는 일명 ‘송충이’라고 많이 불리는 솔나방 애벌레가 대표적이다. 이 해충은 과거에는 나무에 큰 피해를 줬기 때문에 잠복소를 이용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 해충에 의한 피해가 많지 않아서 잠복소 설치로 인한 효과가 미미했다. 특히 겨울철 잠복소 내 월동하는 생물들을 조사한 자료에서는 익충인 거미류나 절지동물들이 다양하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복소 내 곤충의 비율이 해충 2대 익충 8이라는 보고다. 잠복소를 이용한 해충 퇴치가 오히려 익충이나 해충의 천적을 없애는 방법이 됐다. 과거에 많이 발생했던 해충이 지금은 바뀌었기 때문에 잠복소도 이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2020년 국립산림과학원은 겨울철 가로수의 줄기를 감싸는 잠복소가 해충 제거에 실효성이 없다 밝혔고 오히려 잠복소를 소각해 폐기하는 과정에서 산불이 발생될 수 있어 잠복소 설치 자제를 당부했다. 잠복소, 해충제거 효과 있나?(뉴스톱 2022.12.06)
나무의 월동준비는 대개 짚이나 녹화마대, 보온덮개 등 다양한 재료로 줄기를 감싸주거나 땅을 덮어 수목의 동해를 방지하는 작업이다. 방풍막은 바람을 막아줄 뿐 아니라 겨울철 사용되는 염화칼슘의 피해를 막아주기도 한다. 보통 11월 초부터 12월 초에 월동 작업을 시작하는데 수종에 따른 구분이 필요하다. 백목련, 단풍나무, 소나무 등은 중부 지방의 추위를 견디는 종으로 별도의 월동대책이 필요 없다. 늦가을에 옮겨 심었거나 어린 나무일 경우에만 따로 월동을 해주면 된다. 그리고 추위를 싫어하는 수종인 감나무, 배롱나무, 수국, 동백나무 등의 남부 지방 대표 수종들은 월동대책이 필요하다. 바람을 막아주는 곳에 심어 녹화마대(주트 테이프Jute tape)나 짚으로 수피 전체를 감싸주면 된다. 이상은 중부지방에서 하는 월동준비다. 그러면 내가 지내는 남부지방에서는 아주 어린 나무들 외에는 수목의 월동준비가 크게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기온현상으로 영하의 기온이 지속되거나 하는 일이 없다면 말이다.
요즘 유행하는 나무의 뜨개옷은 그래피티 니팅(Graffiti Knitting), 얀 바밍(yarn bombing)이라 불리는 것으로 털실로 뜬 덮개를 나무에 씌우는 월동 방법이다. 나무의 월동과 함께 미관의 아름다움도 생각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아트 프로젝트'도 잠복소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이른 설치는 하지 않는 것이 좋고 나뭇잎이 떨어지고 충분히 추워진 12월 이후, 곤충들이 월동에 들어간 이후의 설치가 좋다. 시민들에게 쉽게 보여지는 도시미관사업으로 시행할 수는 있으나 사업규모와 필요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시행시기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있었을까? 해충의 월동을 돕고 익충을 죽이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겨울 한철의 미관을 위해 수많은 인력과 비용이 사용된 건 아닐까? 예산낭비는 아닐까?
또한, 나무를 지속적으로 감싸놓는 것은 나무의 생육에 좋지 않기 때문에 봄이 되어 날씨가 풀리면 바로 풀어주는 좋다고도 한다. 오히려 자연의 방식으로는 원산지에서 자란 나무들이 제 모습 그대로 겨울을 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어쩌면 인간의 작은 만족을 위해 무지하게 생태계의 한 부분을 훼손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다.
2020년 감소했다 보고되었던 미국흰불나방이 올해 급증했다고 한다. 작년부터 러브버그가 급증하고 여러 피해가 생기는 것들은 어쩌면 인간의 부주의로 다시금 불러낸 재앙들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자연을 생각하는 방식은 인간의 입장에서 이뤄져선 안 된다. 자연 그대로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