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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Jun 19. 2024

[쓰밤발오85] 취미가 있어 다행이야

요즘 제일 재미있는 일은 인스타그램 사진 계정에 사진을 올리는 거다. 당장 출사를 나갈 여유는 없지만, 지금까지 찍어둔 사진이 있어 새로 보정해서 올리거나, 이미 보정한 사진을 올리고 있다. 사진과 관련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짧게 적어서 업로드한다. 나도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구경하고, 좋아하면 좋아요를 눌리고 팔로우도 하면서 소위 말하는 '인친'들도 생겼다. 우리는 서로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고 가끔 코멘트를 남긴다. 


다른 사람들 계정에 들어가서 보면 종종 정체성이 보이곤 한다. 인물만 찍는 분들도 있고, 여행지, 하늘, 빛을 이용한 새로운 모습, 동네, 자연 등등 찍는 것이 정해져 있는 분들도 있다. 보정의 특성이 딱 보이는 분들도 있다. 흑백 사진만 올리는 분들도 있고, 뚜렷한 분들이나 흐릿한 분들 등등 취향이 다양하다. 


사진 계정을 키워서 뭐라도 해볼까? 생각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체성이 뚜렷해야 하는데 아직 내 계정은 정체성이 없다. 그저 내가 담고 싶던 것을 내 시선과 가장 비슷하게 찍고, 내 눈에 예쁘게  보정해서 다시 만들어내고 올릴 뿐이기 때문이다. 보정은 모르겠지만 내가 무엇에 관심 있고 뭘 찍는지는 올리면서 점점 공통점과 기준을 찾아보고 싶긴 하다. 단순히 계정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다 보면 사진과 내가 맞닿는 그 지점을 언어로, 혹은 사진으로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은 내게 뭘까? 생각해 봤다. 그림에는 영 소질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그나마 생산적인 미술활동이랄까. 내가 봤던 색, 혹은 더 예쁘게 보정을 하고 구도를 다시 잡을 때도 있다. 사진으로 뭘 말하려고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예쁘면 카메라를 든다. 내 눈에 '예쁘게' 찍고, '예쁘게' 보정한다. 내가 하는 모든 활동 중 가장 심미적인 활동이다. 색칠 공부를 하면 백지에 내가 색칠할 것들을 정해야 하는데, 사진은 그럴 필요가 없다. 약간의 보정만 있으면 된다. 이 활동들이 너무 즐겁다.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다시 한번 내가 생산해 낸 유일한 '아름다움'인 내 사진들을 보면서, 그리고 관심을 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뿌듯하고 기쁘다. 소소한 기쁨을 잃지 않게 꾸준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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