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렇게 글을 쓰고 1시 넘어서 잠에 들었다. 오랜만에 새벽에 일어나니 순간 큰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내 다시 설레서 씻었다. 챙겨뒀던 가방을 들고 수영장으로 가는 길, 설레서 자꾸 웃음이 나왔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사람처럼 싱글벙글 웃으면서 걸었다. 이 아침의 냄새, 얼마나 그리웠던가.
3개월을 쉬었지만 몸은 머리보다 기억력이 좋다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두 바퀴 정도 돌면 금방 예전처럼 수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근거 없는 자신감과 오만함, 도대체 어디서 왔는가.
3개월 만에 처음 운동하는 주제에, 심지어 부상으로 쉬었으면서, 전처럼 준비운동을 생략하고 물에 뛰어들었다. 같은 반 사람들한테 이야기 안 하고 깜짝으로 등장하는 거라 설레는 마음으로 그냥 퐁당 뛰어들어갔다. 의심도 없이 물속에서 벽을 뻥- 차는 순간 깨달았다. 내 무릎은 준비운동이 필요했다는 것을. 순간 확 뻐근하면서 얼얼해서 식겁했다. 그래도 한 바퀴 더 도니까 그 감각은 없어지더라.
쉽게 숨찬 것도 힘들었지만 문제는 왼쪽 무릎이 힘을 주지 못 한다는 거다. 나는 예전과 같은 느낌으로 발을 열심히 차고 팔을 돌리는데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심지어 자꾸 왼쪽으로 쏠린다. 오른쪽에만 힘이 들어가 일직선으로 가지 못했다. 게다가 팔에도 근육이 다 빠져 물을 잡는 느낌도 나지 않는다. 원래 내 자리인 2번에 섰다가 반 바퀴 이상씩 차이 나기 시작하고, 선생님께서 나를 썰매 끌듯이 몇 번 끌어주시길래 뒤로 갔다. 심지어 뒤에서도 힘들었다.
너무 만만히 보고 들어갔나. 이렇게 숨쉬기 힘들고 물도 많이 먹는 운동을 나는 왜 이렇게 좋아했던 걸까? 아, 사람들이 왜 힘들어했는지 알겠다. 그래도 자꾸 웃음이 났다. 혹시 무릎이 아플까 봐 평영은 시도도 못했으면서 즐거웠다. 플립턴을 하는데도 힘이 안 들어가서 처음으로 내 몸을 물속에서 굴리는 데는 힘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지만 물속에 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던 속도감도 못 느끼고 물을 가르는 느낌도 못 느끼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나 정말 수영 사랑하는구나. 어떤 삶을 살더라도, 수영과 함께라면 나는 다시 일어날 수 있겠구나.
어제 엑스레이 찍으러 병원으로 달려가 내 선택이 2024년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 운동도 안 한지 오래고, 취직도 걱정이라 나를 갉아먹기 시작하고, 숨 막히게 하던, 무기력하게도 만들던 그 시점에, 안 되겠다 싶어서 달려간 어제의 선택 말이다. 나는 언제나 나를 구한다. 그러니 불현듯 불안하고 두려워도 너무 무서워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