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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May 10. 2024

[쓰밤발오45] 밤 희망 아침 절망

밤에는 희망에 차고 자고 일어나면 절망에 차는 것은?


정답: 나


요즘 자기 바로 직전엔 꽤 희망차다. 하루를 잘 마무리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으로 호흡에 집중하다가 잠에 든다. 잠이 안 오는 것도 아니다. 정말 잘 잔다. 꿈도 많이 안 꾼다. 편안하게 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떤 자극이 없는데도 절망스럽다. 눈을 뜨자마자 뜬금없이 고정비용, 이대로 가지고 있는 돈을 다 써서 엄마아빠한테 돈을 빌리는 상황, 그냥 인생이 다 망했다는 생각만 든다. 갑자기 모든 과거에 왜 그랬냐는 질문을 던지며 눈을 뜨기도 한다. 해와 함께 절망이 떠오른다.


대부분 자기 전에 여러 생각으로 잠에 못 든다고 하는데 잘 자고 일어나서 왜 스스로 지옥에 뛰어 허우적거리는지 모르겠다. 원래 수영장 물로 뛰어들어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그런가. 빨리 정신을 찾아야 할 텐데. 호르몬의 문제도 아니고.


일단 어제부터 아침에 눈 뜨자마자 명상을 시작했다. 호흡을 지켜보는 것, 생각과 감정을 흘려보내는 것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시도하고 있다. 오늘은 다리 때문에 하지 못했던 옷정리를 했다. 이제야 여름옷들을 다 꺼냈다. 흰 반팔티는 과산화탄소와 베이킹소다에 불려두고 한 번 더 빨았다.


쓰다 보니 백수의 생활을 끝내야 될 때가 드디어 온 것 같기도 하다. 이젠. 드디어. 다행이다. 그래도 이 생활 끝내고 싶어질 때가 안 올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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