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소비
아마도 옷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이런 말을 자주 들었을 것이다.
“자신의 능력 내에 가장 비싼-혹은 좋은- 것을 구매하라.”
이 말은 굉장히 오랫동안 많은 선인(先人)들에 의하여 되뇌어진 말이며, 필자 또한 이 말에 극한의 공감을 한다.
그러나 이 말은 현시대에 너무나 이상하게 해석되는 듯 하다.
필자는 과거 패션에 심취하여 있을 때 매 시즌 밀라노, 런던, 뉴욕, 파리의 정말 많은 브랜드의 런웨이를 챙겨봤다.
그리고 그 많은 데이터를 공부하고 해석한 것을 기반으로 가장 좋은 것을 구매했었다.
그때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구매 행동과 패션에 대한 욕망이 현명했냐고 묻는다면, 현재 옷장에 그때 구매한 옷 중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 현명하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겠다.
패션에 심취한 시절 구매한 의복은 전부 디자이너 브랜드이다.
디자이너 브랜드다 보니 가격이 일반 브랜드보다는 더 나가는 것들이었고, 선인들이 한 말인 “자신의 능력 내에 가장 비싼 것을 구매하라.”에 아주 부합하는 구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장엔 단 한 장도 남아있지 않다.
왜인가?
“자신의 능력 내에 가장 비싼 것을 구매하라.”에는 -필자가 정한 아주 개인적인-몇몇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인가?’
둘째는 ‘좋은 원단으로 만들어졌는가?’
셋째는 ‘유행을 타는가?’
넷째는 ‘단단하게 잘 만들어졌는가?’
이다.-굳이 클래식만이 옳다고는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이 조건들이 만족되었을 때 “자신의 능력 내에 가장 비싼 것을 구매하라.”라는 말은 아주 합당한 쇼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비싼 것은 좋은 것일 가능성이 높으니 오래 사용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이전에 갖고 있던 디자이너 브랜드의 것들은 필자 자신에게 이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필자의 경우에는 현재, 이 모든 조건에 항상 ‘평생’이라는 단어를 대입한 뒤 구매를 진행한다.
그렇게 되면 옷장에서 옷이 버려질 일도, 잊혀질 일도 없으며 ‘비쌈’의 문제도 합리화가 가능하다.
“자신의 능력 내에 가장 비싼 것을 구매하라.”에 대한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 판단하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구매 실수를 줄이며 돈을 아끼는 일이다.
이것을 가장 잘 타파할 수 있는 기술은 메모이다.
자신의 옷장을 해석한 후 고민을 통하여 가장 필요한 물건을 줄 세워 메모한다면 옷장에서 모난 부분 없이 채워질 것이라 믿는다.
물론 이것은 아주 개인적인 해석이지만, 경험을 기반으로는 옳다고 판단한다.
처음으로 돌아가, “자신의 능력 내에 가장 비싼 것을 구매하라.”는 백화점에 가 가장 비싼 것을 구매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듯하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거 디자이너 브랜드의 가격을 보면 ‘합당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격표는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최근의 것들을 본다면 ‘이게 왜 비싸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또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되는데, ‘결국 옷이 아닌 돈을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것이다.
‘무엇을 구매하는 것인가?’에 대한 재고(再顧)는 계속하여 일어나야 한다.
또한 ‘무엇을 입는 것인가?’에 대한 재고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의 시대는 옷을 입는 시대가 맞는가?
여러 달콤한 말들을 섞어 돈을 입는 시대가 온 것이 아닌가?
비싼 옷의 주체는 돈이 아닌 옷이다.
따라서 현명한 소비에 있어 비싼 옷을 사는 것은 옳은 방향성이지만, 비싼 돈을 사는 것은 잘못된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비싼 옷을 산다는 것은 ‘비쌈’만을 좇지 않는다.
옷을 제대로 해석해야만 이 말의 진가를 알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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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이미지 출처 : Unsplash의Joshua Kettle
04OCT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