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은 선물 Dec 30. 2022

마음을 전하는 편지

-부지런하게 몸과 마음을 탐구하며 아이들을 사랑하는 이슬아 선생님께

이슬아 선생님!

분당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4학년 담임교사 옥이입니다. 세바시 강연에서 이슬아 작가님을 뵙고 부러움과 약간의 질투심 그리고 존경심이 뒤섞여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냄비처럼 제 마음이 끓어 넘쳐 도저히 편지를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초등교사 자격증을 받고 30년째 초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저보다 선생님이 더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선생님의 강연과 책을 보고 ‘부러움’ 가득한 ‘질투심’(아이들을 세심하게 정성스럽게 보는 다정한 눈빛에 대한)으로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아니면 이슬아 작가님의 젊음·패기·기발한 아이디어(글쓰기 교실 광고 전단지)·사랑 넘치는 글솜씨·서울과 여수를 매주 1주일에 한 번씩 오갔던 그 성실함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너무 넓고 깊어서 지금의 내 모습이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닙니다.

‘금쪽같은 내 새끼’ 에서 1~2회 출연 만에 금쪽이들의 문제행동 포인트를 족집게처럼 짚어 내고 행동수정을 해주시는 오은영 박사를 보면서,

190일 동안 아이들과 만나면서 나보다 더 깊게 아이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배려하는, 독서 교실을 운영하며 <어린이의 세계>라는 책을 쓴 김소영 작가의 글을 읽고 닮고 싶어서 그 책을 필사하면서,

우리 반 아림이가 보충학습이 필요한 친구를 다정하고 자상하게 가르쳐주는 모습을 보면서,

시연이가 급식실에서 자기 자리, 옆자리, 그 옆자리를 물수건으로 사브작사브작 닦아줄때도,

남편이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탱글탱글하게 쑤어 놓은 탱탱한 묵을 젓가락으로 집을 때도 그랬습니다.

회사원이 선생님같고, 학생이 선생님 같고, 작가님처럼 작가가 더 선생님 같고, 남편이 더 주부 같은 일상 속에서 저는 작아지기도 하고 배우기도 합니다.      

세바시 강연 유튜브로 이슬아선생님을 처음 만난 날이 딱 그런 날입니다.


인간 이슬아, 작가 이슬아, 출판사 대표 이슬아, 복희 님의 사랑하는 딸, 그리고 아이들에 대해 진심인 이슬아 선생님을 보며 받은 이 ‘부끄러움’과 ‘설렘’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의 어머님은 음식으로 딱 맞게 표현하실 수 있을 텐데요.

저도 시도해보려 했는데 흉내도 못 내겠네요.      

대신 요즘 우리 반 아이들과 공부하는 ‘마음 표현’으로 선생님을 표현해 보렵니다.


-20대에 학자금 융자를 갚기 위해 하신 모델, 기자, 글쓰기 교사…다양한 직업 여행한 것에 대한 ‘부러움’

-‘고난’에 지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해준 선생님의 어머님을 보며 이제 치매에 걸리셔서 “감사해요” 만 하는 울 엄마를 생각하게 한 ‘동질감’

-<부지런한 사랑> 속 글쓰기 주제와 아이들 글이 너무 좋아서 다시 읽을 수밖에 없고 내가 늦게나마  이 책을 만나게 됨에 ‘기쁨’

-타인에 대한 찐한 사랑을 그 사람에 대한 글로 대신 표현하는 작가님을 우리 28살 딸도 닮았으면 하는 ‘기도하는 마음’

-선생님의 글쓰기 교실에서 매주 글쓰기를 하는 학생들이 ‘부러움’, 작가님의 엄마가 되어 출판사의 직원이 되고 싶은 또다른 ‘부러움’

-저도 ‘어른 여자 글방’에 식구가 되어 매주 선생님을 뵙고 싶은 ‘바램’ 등     


수많은 감정이 봄에 텃밭에 뿌린 모둠 상추 씨앗처럼 여기저기서 단단했던 제 가슴 속에서 여러 가지 색과 모양으로 자꾸자꾸 나옵니다. 특히 직업이 선생님이다 보니 이슬아님의 <부지런한 사랑> 속에 나오는 아이들에게 쓴 사랑편지가 제겐 인상적이었습니다.                             

가희야, 나는 너 같은 열 살을 어디에서도 만난 적이 없어. 이렇게 길고 알찬 글을 열 살부터 쓰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야. 가희를 보면서 나는 최씨 삼 남매의 야무진 유전자에 대해 생각해. 게다가 엄청나게 성실하기까지 해서, 가영이와 가희는 무적의 글쓰기 전사가 될지도 모르겠어. 가희 특유의 솔직한 문장들이 감탄스러워. 가희는 언제나 딱 깜찍할 만큼만 솔직하지. 네 글은 네 볼처럼 엄청나게 사랑스러워. 별생각 없어. 지금처럼 계속 글을 썼으면 좋겠어. 가희야, 내년에도 너의 탱글탱글한 볼과 글을 쭉 내게 보여줘.

*열살 최가희에게
*스물다섯 살 이슬아가 사랑을 담아


사랑 가득한 눈으로 보고 사랑으로 쓴 선생님의 편지를 받은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선생님의 글방에서 아이가 되어 글쓰기를 배우는 학생이 되고 싶네요. 또 저도 우리 반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마지막 남은 1주일 동안 매일 5명의 우리 반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며 저도 ‘부지런한 사랑’을 나누어 보렵니다. "옥이샘이 사랑을 담아"로 마무리 하며 쓰는 편지를.     


 어찌할까요? 뵙고 싶은 이 마음을.

20살이나 어리지만, 저보다 더 인생을 더 촘촘하고 단단하면서 그리고 즐기며 사는 자유롭고 당당해 보이는 이슬아 선생님을 뵙고 싶습니다.

용기를 내어 선생님의 책에 있는 메일주소로 저의 뜨거운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보내려 합니다. 매일 메일을 열어보면서 선생님의 회신을 기대하고 뵙기를 소망합니다.

이번 겨울방학에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선생님과 아이들의 글방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옆에서 남편이 최소한 선생님의 '일간 이슬아 프로젝트' 구독자라도 된 뒤에 뵙기를 청하라고 합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선생님, 일단 제가 선생님 책을 읽어보고, 구독자도 된 뒤에 뵙기를 청하는 글을 올려야 할까요?

고민이네요. 빨리 뵙고 싶은데……

이슬아 선생님, 오늘은 뵙고 싶다고 떼를 쓰지 않을래요. 언젠가 선생님께서 저에게 만나주실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될 때 그 언제든지 연락 주시면 한걸음에 달려가렵니다.   


 2022년 12월 30일     

파주와 그리 멀지 않은 분당에서 옥이 샘 올림     



                    



작가의 이전글 마음을 울리는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