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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창 May 17. 2023

방과 후 티 타임 #7

엽차유감


 엽차 한 잔을 마시고 시작합니다.

중화요릿집은 물론이고 콩국숫집이나 보쌈집에서도 엽차가 먼저 나옵니다. 시멘트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은 투박한 갈색 잔에 담긴 엽차를 마시면서 다가올 전투를 준비합니다.(고로상이 우롱차를 마시듯이 말이지요.) 겨울이라면 식당 중앙에 위치한 연탄난로 위 주전자 속에 펄펄 끓는 엽차가 있으니, 몇 잔이고 더 마실 수 있습니다.

한잔으로 예열을 마친 위장에 음식이 들어갑니다. 그러면 몸은 순순히 음식을 받아들입니다.

비교적 대중적인 가격대의 녹차로 만드는 엽차가 아직 시중에서 판매됩니다. 예전에도 엽차 대신 보리차를 주는 곳도 많았습니다. 대충 뭉뚱구려서 엽차라고 불렀습니다.

 최근에는 거의 냉수가 기본이 됐습니다. 물론 셀프서비스가 대부분입니다. 팬데믹 이후로는 종이컵에 찬물을 주는 식당이 많습니다. 아쉬운 대로 찬물을 빈 속에 들이붓습니다. 아찔한 일입니다. 냉탕과 온탕 사이에서 위장은 어쩔 줄 몰라합니다.

엽차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따끈한 보리차나 결명자차, 둥굴레차(엄밀히 차는 아니고 대용차입니다.)라도 좋겠습니다. 어떤 날에는 돈을 내고서라도 마시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엽차는커녕 물 잔도 변변치 않은 21세기입니다. 적어도 21세기에는 엽차보다 좋은 무언가가 있을 줄 알았는데, 디스토피아가 따로 없네요. 


어떤 부분에서는 옛날(고작 20-30년 전이지만...)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화요리집에서는 대개 엽차와 재스민차를 줬었는데 말이죠...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대창반점' 추억이 참 많은 곳 입니다.

그림은 인별그램에 있습니다.

https://instagram.com/jangchang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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