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애덤스의 저널 기법
글쓰기는 학교, 상담 장면, 일상생활에서 별다른 준비 없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활동이다. 비위협적이고 저항이 낮은 매개물을 통해 상담에도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하지만 글쓰기를 부담스럽고 귀찮게 여기는 청소년들이 많다. 청소년들에게 보편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애덤스Adams의 저널 기법을 만났다. 내가 개발한 청소년 저널테라피는 애덤스의 저널 기법를 많이 활용했다. 여기에서는 국내에 번역된 애덤스의 저서, ‘저널치료’와 ‘저널치료의 실제’에 수록된 저널 기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려고 한다.
미국 저널테라피센터 소장인 애덤스는 프로고프Progoff 박사의 저널쓰기 기법을 응용하여 다양한 저널테라피 기법들을 독창적으로 개발하였다.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한 이 기법은 현재 미국 저널테라피센터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애덤스의 저널테라피 기법은 매우 다양하며 빠른 시간 안에 쉽게 쓸 수 있다는 점이 그 특징이다. 애덤스의 저널 기법은 매우 다양하며 빠른 시간 안에 쉽게 쓸 수 있다는 점이 그 특징이다.
‘저널치료’에 소개된 기법으로는 스프링보드, 인물묘사, 클러스터 기법, 순간포착, 대화, 100가지 목록, 의식의 흐름, 징검다리, 타임캡슐, 오늘의 주제, 보내지 않는 편지, 관점의 변화, 꿈과 심상 기법 등이 있다. 애덤스 자신이 치료자이기 훨씬 이전부터 작가였기 때문에 프로고프의 연구에서 빌려온 기법(대화, 징검다리)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법은 문학적, 치료적 스타일을 다듬거나 독창적으로 개발하였다. 애덤스는 여러 가지 저널 기법을 통해 방법의 다양성을 제공하고 저널의 명료함과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그 후 ‘저널치료의 실제’에 몇 가지 기법을 새롭게 추가하였다. 문장 완성하기, 5분간 전력질주, 구조화된 글쓰기, 가나다 시짓기, 시짓기, 자유로운 글쓰기 기법 등이 그것이다. 이 다양한 기법들을 ‘저널 사다리’로 구조화하였다. 저널치료에서 사용되는 기법을 1단계인 ‘문장완성(Sentence Stems)’부터 10단계인 ‘자유로운 글쓰기(Free Writing)’까지 10단계로 제시하고 있으며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갈수록 구조(structure)와 페이스(pacing), 제한(containment)의 정도가 느슨해진다. 저널 사다리의 단계가 높을수록 구체적인 사실에서 추상적인 내용으로 전개되는데 이는 다시 정보적인 내용, 통찰의 내용, 그리고 가장 높은 단계인 직관적(intuitive)영역으로 계열화되어 있다. 이 저널사다리의 숫자가 작아질수록 구체적, 실제적이고 구조화되어 있어 즉시 활용 가능한 기법이다. 이 낮은 범주의 기법은 급히 정보를 얻고자 하거나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때 유용하다. 상위 범주의 기법은 추상적, 직관적이며 통찰력을 갖게 하는 기법으로 내적인 안내와 창의성으로 연결하는 데 적절하다.
가장 하위 단계에 있는 ‘문장완성하기(Sentence Stems)’기법은 가장 짧고도 고도로 구조화되어 있으며 매우 함축적인 글쓰기 기법이다. 빈칸에 한 단어나 구(句)를 채워 넣기만 하면 된다. 이보다 더 빠르고 쉬운 것은 없다. 제시된 단어나 구(句)를 읽고 마음 속에 떠오르는 내용으로 문장을 완성해가는 것이다, 이때 지나치게 오래 생각하지 말고 문장을 완성해 나가면 된다. 문장을 다 완성한 다음에는 ‘그래서 어떻게 느꼈는가?’를 정리하거나, 완성된 한 문장을 가지고 조금 더 긴 생각으로 채워볼 수 있다.
‘5분간 전력질주(Five-Minute Sprint)’기법은 누구나 쉽게 낼 수 있는 5분의 시간을 활용하여 저널을 쓰는 기법이다. 일단 5분이라는 시간을 전제로 글을 쓰기 때문에 글쓰기의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다. 이 짧은 시간으로 내적 비평가를 의식하지 않고 쓸 수 있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누군가에게 읽힐 수 있다는 두려움 없이 자신을 자유롭게 풀어 놓을 수 있다. 이 기법은 마음이 심란할 때, 시간이 별로 없을 때,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를 때, 해야 할 일이 많을 때, 뭔가 명확하게 집중할 필요가 있을 때, 글을 쓰고 싶지 않을 때, 시간을 두고 문제나 느낌, 과업을 추적하고 싶을 때 유용한 기법이다. 이 기법을 활용하는 방법은 주제를 하나 정해서 가능한 빨리 쓰는 것이다. 5분이 경과하면 멈추고 방금 쓴 것을 다시 읽어 보면 된다. 이 기법은 어떤 주제라도 활용할 수 있고, 글쓰기에 바로 집중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목록 쓰기(Lists)’기법은 애덤스가 어떤 주제에 대해 100가지 목록을 만들도록 하는 기법으로 제안하였다. 이 기법은 생각 정리하기, 패턴이나 문제점 발견하기, 해결책에 대한 브레인스토밍, 마음 속 살피기, 분명한 것들 지나치기, 빠르고 풍부한 정보 수집, 실제로 진행되는 것에 주의 집중하기 등에 유용하다. 이 기법을 쓸 때는 가능한 빠르게 그냥 적어 내려가는데, 반복해도 괜찮고 논리적이지 못해도 괜찮다. 이 기법도 다양한 주제에 활용할 수 있는데, 100가지 목록을 작성해 봄으로써 대처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를 찾게 해주고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게 해준다.
청소년에게는 세 가지부터 10여 가지 정도의 목록 쓰기를 많이 활용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목록 쓰기를 활용하고 있다.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갈 때, 하루 일과를 적을 때, 학습계획을 세울 때, 감사목록이나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때 등 목록 쓰기는 쉽고 익숙한 기법이다. 목록은 생각을 정돈하고,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된다.
‘클러스터(Clustering)’기법은 수많은 정보를 재빠르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법으로 ‘마인드맵’기법 또는 ‘웹’기법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기법은 우뇌를 통해 무작위적인 상태에서 생각의 흐름이 쉽게 이루어지도록 돕고, 좌뇌를 통해서는 정보들이 쉽게 구성될 수 있는 하나의 구조를 제공한다. 이 기법은 한 가운데에 단어나 구절을 쓰고 원을 그린 다음에 연상되는 다른 생각들을 연결해 나가는 것이다. 두서없이 연상되는 생각들이 다발모양으로 거미줄을 치듯 연결되어 가다 보면 생각들이 정리되어 간다. 이 기법은 단시간에 많은 양의 정보를 이끌어내고 싶을 때 유용하다. ‘클러스터링’은 연상작용이기 때문에 잠재의식이 표면화되도록 도와준다.
‘가나다 시짓기(Alpha Poems)’기법은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가나다를 첫 글자로 하여 써내려 가는 기법이다. 재빨리 떠오르는 대로 써내려 가며, ‘라’와 같이 너무 어려운 글자는 비슷한 음운이나 외래어를 사용해도 괜찮다. 이 기법은 예기치 않은 결과와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기법이다.
‘순간포착(Captured Moments)’기법은 카메라의 셔터가 영원 속의 한 순간을 필름에 포착하듯이 감격과 감동의 순간을 저널로 보존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을 통해 자신을 자각(awareness)의 장소로 다시 데려갈 수 있는 능력과 자각의 장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이 기법은 감각을 통해 쓰는 것이 가장 좋다. 이 기법은 창조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고 시공간 속에서 한 순간의 소리, 광경, 냄새 그리고 감정을 세밀하게 설명할 수 있게 한다.
‘인물묘사(Character Sketch)’기법은 다른 사람 또는 자기 자신을 묘사하는 기법이다. 누군가와 갈등관계에 있거나 누군가와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미리 생각해 보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직접적이고 친밀한 방법으로 자기 자신의 다양한 부분을 알고 싶어할 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 기법은 상대방의 모습에 나의 모습을 비춰 보는 투사의 표현 방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붙여넣기’를 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부정적인 면만이 아니라 긍정적인 면까지도 투사를 할 수 있기에 우상, 영웅 또는 선생님에 대한 인물묘사는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보기, 자신의 여러 부분 알기, 인간관계의 발전 등에 이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대화(Dialogue)’기법은 자신이 두 대화자의 역할을 맡아 말 대신 글로 대화가 이루어지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프로고프Progoff가 개발하여 거의 모든 저널 상황에서 쓰이고 있지만, 게슈탈트의 ‘빈의자 요법’, 융의 ‘적극적인 상상력’과 잠재자아에 관한 심리통합치료 등 여러 현대 심리치료 장르에서 널리 쓰이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사람, 사건과 상황, 일(업무), 몸, 사회, 감정과 느낌, 물건과 소유물, 잠재 인격과 상징, 저항과 방해 요소, 내면의 지혜 등과의 대화에 활용할 수 있다. 이 기법을 통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도 알 수 없는 대답과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 기법은 무의식 속의 정보들을 의식 세계 속으로 데려오는 방법이므로 낯설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 과정을 믿으라고 강조하고 있다.
프로고프는 사람들과의 대화, 사건과의 대화, 몸과의 대화, 사회집단과의 대화, 내면 속 지혜와의 대화 등 다섯 가지 주요 대화 범주를 제안하였다. 애덤스는 감정과의 대화, 하위 인격과의 대화, 저항/장애물과의 대화 등 세 개의 범주를 추가하였다.
‘관점의 변화(perspectives)’기법은 인생에서 가보지 않은 길의 가능성을 탐색하게 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전망을 통해 미래 또는 과거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고, 동정심을 가지고 다른 사람과의 차이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마치 세상이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또는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이 기법은 새로운 관점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고 개인적인 현실과 세계관을 바꾸는 과정이다. 이 기법은 의사결정과정에서 가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그리고 미래의 시점에서 원하는 삶을 그려볼 수 있게 해주며, 선택하지 않은 길을 탐험해 보도록 도와 준다.
‘스프링보드(Springboards)’기법은 수영장의 다이빙대처럼 저널을 시작하도록 돕는 주제 문구를 제시하는 저널 기법이다. 커다란 혼돈을 겪거나 지나치게 많은 일을 하고 있어 생각이 복잡한 시기라면 저널을 쓰고자 해도 아무 글도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이때 스프링보드는 저널에 집중하도록 도와주고 무엇에 대해 쓰고 싶은지를 명확하고 확실하게 해 준다. 스프링보드에는 서술과 질문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서술이 사고와 사실에 접근하게 한다면, 질문은 감정과 탐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스프링보드는 간단하게 요점을 말하는 게 더 생산적이므로 짧게 간단하게 쓰는 것이 좋다.
‘징검다리(Steppingstones)’기법은 프로고프의 저널쓰기 집중훈련 워크숍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기법이다. 징검다리란 한 개인의 인생행로에서 중요한 행동이 있었던 시점이다. 이 기법은 징검다리 목록을 약 12개에서 15개 정도로 제한하여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건들을 선택하게 한다. 이렇게 징검다리 목록을 작성하고 그 징검다리에 관하여 쓰다 보면 자신의 인생을 아우르는 저널을 쓰게 된다.
‘보내지 않는 편지(Letters)’기법은 대중적인 저널 기법 중 하나이다. 손글씨 편지나 메일은 어떤 독자를 상대로 쓰지만, 이 기법은 상대에게 보내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과거의 상처로 아파하는 어린 자신, 어른이 된 미래의 자신, 자신을 힘들게 했던 누군가, 고맙다는 말을 못한 어떤 사람 등 그 대상은 다양하다. 자신의 꿈이나 어떤 사물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눈치 볼 필요없이 쓰고 싶은 대로 솔직하게 쓸 수 있다.
청소년 저널테라피에 주로 활용한 저널 기법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와 같이 다양한 기법들은 청소년에게 글쓰기에 대한 흥미와 접근성을 높여 줄 수 있다. 애덤스의 저널기법은 사용하기 수월하여 글쓰기를 싫어하는 학생들에게도 적용 가능하다. 실제로 많은 청소년들이 저널 쓰기를 재미있고 신기하다고 했다.
지금까지 <Ⅰ부 청소년 저널테라피에 관한 질문들>에서 다음 4가지 질문을 다루었다.
1. 저널테라피가 뭔데?
2. 청소년과 함께 저널테라피를 한다고? 왜?
3. 저널테라피로 청소년과 무엇을 하는데?
4. 저널테라피를 어떻게 하는 건데?
이 4가지 질문은 그동안 청소년 저널테라피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들이다. 부족하지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마치고, <Ⅱ부 청소년과 함께하는 저널테라피의 길>로 들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