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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불 Jan 25. 2023

(일본사정) 일본의 밭 전(田)자 아파트(맨션)

제 취미생활 중 하나인 일본 부동산 이야기입니다.

(취미 뿐 아니라 세무사로서도 부동산의 요주의이기도 해서 알아둬서 손해볼 건 없기도 하고)


일본에서는 부먹 vs 찍먹 못지 않은 영원의 논쟁 테마로 단독주택 vs 맨션(아파트)이 있습니다. 물론 둘 다 장단점이 있으니 누가 낫다 말하기는 애매합니다. 한국의 경우 일반적인 경우라면 아파트의 승리를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한국분들은 일반적으로 아파트를 선호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일본에 오셔서도 주거로서 단독주택(一戸建て)이 아닌 아파트(이하, `맨션`으로 통일합니다.)을 많이 선택하십니다.


그런데 일본의 맨션의 경우 내부 레이아웃이 한국과는 좀 다릅니다.  



위의 구조가 일본의 일반적인 맨션의 레이아웃(3LDK)입니다.


1. 현관으로 들어가면 거실이 아니라 복도가 있고, 복도 끝에 거실이 있습니다. 거실을 통하지 않고 각 방으로 흩어질 수 있습니다. 가족끼리도 얼굴 안 보고 출입할 수도 있습니다. 어찌보면 일본답게 개인주의적이죠.


   한국 아파트의 경우 현관에 곧장 거실이 연결되어있고, 거실을 통하여 각 방으로 흩어지는 구조로 되어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2. 복도식 아파트가 일반적입니다. 고급 타워맨션(초고층아파트)도 복도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있을 뿐이지 복도식인 것은 똑같습니다.


3. 방의 배치가 북쪽에 2개, 거실 옆에 1개 있습니다. (일반적인 3LDK)


이와 같은 구조를 흔히 부동산 업계 속어로 밭전(田)자 맨션이라고 합니다.


왜 그렇게 부르냐면,



각 방 및 거실의 배치를 중심으로 선을 그으면, 딱 밭 전(田)자와 똑같은 그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방 3개짜리 맨션을 부동산 검색 사이트에서 랜덤으로 대충 찍으면 높은 확률로 위와 같은 배치일 것입니다.


왜 이런 배치가 유행하냐면, 일본의 맨션시공/건설사로 유명한 "하세코 코퍼레이션(長谷工コーポレーション)"이 고도성장기에 저렴하게 대량의 맨션을 공급할 수 있도록 개발한 레이아웃이 건설사 사이에서 대 히트를 쳤기 때문입니다.


가만 보면 건설사로서는 매우 유리한 구조입니다.

- 획일적인 레이아웃을 적용함으로서 한정된 건폐율, 용적율 내에서 케이크 자르듯이 효율적인 면적과 세대수를 대량으로 뽑아낼 수 있습니다.

- `물`에 관련된 것(세면실, 화장실, 욕실, 부엌 등)을 한 곳에 집중적으로 모아놓음으로서 보수를 용이하게 하고, 만들기도 쉽습니다. (위에 보면 다 한곳에 모여있죠)


그러나 가만 보면 거주자 입장에서는 별로 메리트가 없습니다.

- 현관부터 거실까지 이어지는 내부복도는 완전히 버리는 공간이 됩니다. (안그래도 좁은데!)

- 대개 발코니 쪽이 남향일텐데, 그러면 자연스럽게 위의 2개 방은 북향이 되며, 볕도 잘 들지 않고 상대적으로 춥습니다. 즉 방 3개 중 2개의 활용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입니다.

- 북쪽 방 2개는 창문이 있기는 하나 공용복도에 면하기 때문에, 창문도 마음대로 열어놓을 수가 없습니다. 방범적인 문제는 덤이구요.


따라서 요즘은 고급맨션과 일반맨션을 나누는 척도로서, 레이아웃이 밭 전(田)이냐 아니냐의 기준을 보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맨션(아파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조건이기 때문에, 꼭 레이아웃이 좋다고 해서 고급 맨션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같은 조건이라면 脱 탈 전(田)이 훨씬 인기가 좋고, 평단가도 비쌉니다.



요즘 분양되는 맨션의 경우 위와 같은 레이아웃도 많습니다. 공용복도 쪽으로는 방이 없고, 모든 방, 거실이 남향이 되어 있습니다. 복도가 밭전자에 비해서 좁은 것도 특징입니다. 확실히 밭전자보다는 살기 좋아보입니다.


다만 저도 말은 이렇게 해도 밭전 맨션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아파트-맨션-은 누가 뭐라해도 입지가 제일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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