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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낙하 May 29. 2023

빌어먹을 내 거울 알러지

(G)I-DLE - ALLERGY

※ 시작하기 전에

    : 이 글은 '(여자)아이들'의 '알러지'라는 노래를 듣고, 느낀 감상과 감상에 이어지는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노래의 리뷰를 목적으로 하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다소 두서없이 느껴질 수도, 노래와 벗어난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G)I-DLE - ALLERGY MV (https://youtu.be/XZaBkbvteBc)




빌어먹을 내 거울 알러지



5인조 아이돌 그룹 (G)I-DLE이 새 앨범을 발매했다. 예전부터 (G)I-DLE의 노래들을 좋아해서, 꾸준히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두고 다니던 사람으로서, 이번에는 어떤 노래일지 기대가 되었다. 타이틀곡인 'Queencard'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Allergy'라는 곡이 인상적이었다.


 'Allergy'를 듣고, SNS 속 멋지고 화려한 모습을 보며 '나는 왜 저렇지 못할까' 생각하는 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를 보며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다들 행복하게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럴까' 따위의 생각을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번 노래가 마음에 와닿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20대 초반에 줄곧 '나는 왜 남들처럼 살지 못할까' 같은 생각에 씁쓸했던 기억들이 있다. 다니던 전문대학을 그만두고 다른 공부를 하고 있을 때, 대학에 가서 즐겁게 지내는 친구들의 모습을 볼 때,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맛집을 돌며 추억을 만드는 지인들의 모습을 볼 때, 나는 왜 여기서 이런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지, 스스로가 별 볼일 없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대학에 입학하고, 친구들을 사귀며 느낀 것들은 모두가 그렇게 살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모두가 매일을 그렇게 행복하게만 살지는 않는다는 것. 돌이켜보면 나 역시 그랬다. 행복한 일이 있을 때, 즐거운 일에 함께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여행 중일 때에만 SNS에 글을 남겼고, 괴롭고 힘든 일들은 구태여 남기지 않았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다른 사람도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Allergy'라는 곡을 듣고 나도 모르게 가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뮤직비디오에서도 그렇다. 뮤직비디오에서 소연은 SNS 속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처럼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소연이 동경하는 그들도 각자 다른 사람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듯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이 부분에서 나는 'Allergy'라는 곡이 SNS의 부정적인 면을 정말로 잘 드러내고 있다고 느꼈다.  


'나만 없는 샤넬, 왠지 나보다 성숙한 요즘 10대', 'Why am I me?', 'She got everything. Why am I not her?'라는 직설적인 가사들에서, SNS를 하다 보면 한 번쯤 느껴봤을 부정적인 생각들을 꼬집어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인 'Queencard'역시 마음에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꼭 (같은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니 내용의 연관성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Allergy'를 들은 다음 이어서 들어야 하는 곡이라고 생각했다. 'Allergy'에서 SNS 속 다른 이들의 화려하고 예쁜 모습들을 동경하며 '나는 왜 저렇지 않지, 나는 왜 나일까.' 생각하던 화자는 'Queencard'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 우리는 다 퀸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무거나 걸친 girl, 퀸카카카
마르거나 살찐 girl, 퀸카카카
자신감 넘치는 girl, 퀸카카카



SNS 속 보이는 '화려하고 예쁜' '퀸카'들을 동경하던 화자가 'Queencard'에서는 '아무 옷이나 입어도, 마르거나 살쪄도' 우리는 모두 '퀸카'라는 말을 가사를 통해 하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퀸카'라는 단어를 단순히 '화려하고 예쁜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꾸미든 꾸미지 않든, 마르든 살찌든, 우리는 모두 자신감 넘치는 '퀸카'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라'라는 말들은 많이 들었지만, 그런 메시지를 이러한 방식으로 듣는 것에 놀라움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었다.


과거,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평가들 속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보이는 모습에 집착하고, 필요 이상으로 남을 평가하며 살아간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살다 보면 그런 사람들과 종종 마주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는 타인에 대해 뒷담화하기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타인의 학력, 직업등을 왈가왈부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타인의 외모, 체형에 대해 논하기를 좋아한다. TV를 보거나, 지금 이 자리에 없는 타인을 이야기하며 '성형을 했다'거나 '살이 쪘다, 뚱뚱하다.'등의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나누는 사람과 우리는 살다 보면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너를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면전에 대고 '살이 너무 쪘다.', '쌍꺼풀이 있었다면 더 예뻤을 텐데.' 등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나를 걱정해서 한 말일 수도 있고, 지나가는 말로 던진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자극이 되라고 이야기한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듣는 사람 입장에서 그러한 말들은 썩 유쾌하지 않다. 정말로 걱정해서 한 말이라고 한들, 그 사람이 그런 말을 들은 것이 어디 한두 번이겠는가. 아무리 선의에서 한 말일지언정, 반복해서 듣는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로 남을 수밖에 없다.


또한,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속적으로 그런 이야기들을 듣는다면 자존감이나 자신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평소에도 자신의 '살찐', '보기에 부족해 보이는', '마음에 차지 않는' 면에 콤플렉스를 느껴왔거나, 고민해 왔던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자극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역시 나는 '그런'사람이구나.'생각하며 자신을 더욱 사랑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자신을 바꾸기로' 마음을 먹는 것도 결국은, 자존감이 충분할 때에 건강한 방식으로 자신을 바꿀 있다고 생각하기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자아를 확립하고,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이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일 것이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마르기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거나, 병원에서 '다이어트약'을 처방받아먹거나, SNS, 텔레그램 등에서 불법으로 약을 사서 먹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들은 '뼈말라 (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몸을 가진 사람)'가 되기를 바라며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결국에는 과한 '외모지상주의'사회의 부작용이 아닌지 생각했다.


물론 '꾸미지 않은 사람',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 '마른 사람', '살찐 사람'등에 대한 시각과 생각들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나 역시 그 사람들의 생각까지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당사자의 면전에 대고, 당사자가 보거나 들을 수 있도록 말하는 일들은 조금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SNS나 유튜브 댓글들을 보면 살찐 사람들도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두고 '살찐 사람들이 자기 합리화를 하기 위한 말이다.', '살찐 사람들은 자기 관리를 못한 것뿐인데'라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그런 이야기들을 가져와 자기 합리화를 하는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는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그런 말들로 타인을 공격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살찐 사람이 그런 말들로 조금이나마 자기 합리화를 한다면 또 어떤가. 나는 열 명의 사람들이 그런 말들('살찐 사람들도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 등의 말들)로 자기 합리화를 하더라도, 한 명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그런 말들을 듣고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면 그것으로 그 말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근본적으로 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하며 몸을 만들거나, 체력을 키우거나, 건강을 지키는 것도, 사람들을 만나며 취미생활을 즐기고 자신을 가꾸는 것도 자기애가 있고,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이 건강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거나, 남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만 과하게 신경을 쓰다 보면, 결국 운동도, 취미생활도 진정으로 즐기며 하는 일들이기보다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적인 것들이 되고 말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결국, 모든 일은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고,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한다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G)-IDLE의 이번 신곡, 'Allergy'와 'Queencard'의 SNS 등에서 '멋지고 화려한' 모습을 한 '퀸카'를 동경하지만, 결국에는 '어떤 모습이건 우리는 모두 '퀸카''임을 외치며 마무리하는 노래의 메시지가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다. 물론 '무대에서 마르고 예쁜 모습으로 등장하는 아이돌 그룹이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모순이다'라며 비판하는 의견도 보았고, 그렇게 생각하는 맥락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현직으로 무대를 서는 아이돌 그룹이 '어떤 모습을 하건 우리는 모두 '자신감 넘치는''퀸카'라며 긍정하는' 메시지를 노래로 담아내고, 공연한다는 점에서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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