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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낙하 Feb 22. 2023

 남자 A

글스터디 '항해' 2023년 1회차 - 주어진 인물을 소재로 글쓰기

주어진 인물과 키워드를 소재로 글을 쓰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주어진 인물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인물정보 : [김명식, 54세, 고동색 눈, 검은 머리, 다부진 체격, 경상도 말씨, 성미급한]

타지에 거주하는 사람이라, 경상도 말씨를 자연스럽게 구사하지 못합니다.

학창시절 경상도 출신 선생님 말투, 영화 등에서 본 말씨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개인적 소감을 말하자면, '김명식'이라는 인물 묘사에 대해 치중한 나머지, 서사적으로는 내용이 부족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맞춤법 검사기는 한글에서 작성시 줄이 그어지는 부분을 일부 수정하는 방식으로 사용하였습니다.

공미포 1,570자





“망할 놈의 자판기, 어떻게 멀쩡한 날이 하나도 없다야.”     


명식은 삼백 원짜리 커피 자판기를 연신 두들겼다. 끄트머리가 겨우 걸쳐진 종이컵에 커피가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공사 현장에 비치된 낡은 자판기는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지 나오는 속도가 시원치 않았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지만, 막상 나오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몇 번이고 공사장 반장에게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우리 쪽에서 설치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다는 말 뿐이었다.     


“어이, 김 씨. 자판기 어때?”

“영 파이다. 고쳐달라고 하면 뭐 하나, 만날천날 이 꼬라진디.”     


명식은 공사 현장에서 미장 일을 했다. 같은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전기 수리공 이 씨가 어느샌가 명식 옆에 다가와 말을 건넸다. 명식은 이 씨가 썩 탐탁지 않았다. 서울말 쓰는 샌님인데다, 소속된 직장도 있는 정규직 주제에, 우리 같은 사람들과 같다는 듯, 어색한 말투로 김 씨, 김 씨 부르는 모양이 썩 아니꼬웠다. 명식이나 아까까지 같이 있던 타일공 서 씨 같은 일용직들은 공사가 끝나는 것은 고사하고, 맡은 작업이 끝나면 이 현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공사가 끝나면 무엇을 하는가. 지금이야 여기서 석 달째 일하고 있다지만, 이곳에서의 일이 끝나면 명식은 또다시 인력사무소를 들락거리며 새로운 일을 찾아야만 할 것이라.     


“고칠 수 없다니 어쩔 수 없지. 괜한 억지를 쓸 것도 없고.”

"염병, 내가 없는 자판기를 만들어 내라 했나, 뭐 그리 품이 많이 드는데."


명식이 자판기를 걷어찼다. 이미 낡아 찌그러진 자판기 하단이 더 우그러든 것만 같았다. 이 씨가 놀란 듯 명식의 어깨를 잡았다. 하여튼 샌님이라니까. 명식이 작게 혀를 찼다.     

"멀쩡한 자판기를 왜 발로 차?"

"멀쩡하기는 개뿔. 니는 이게 멀쩡해 보이나? 딱 봐도 티미한게."


이 씨가 멋쩍은 듯 웃었다. 간다. 커피가 나오자마자 털어마신 명식이 자리를 떴다.     

그 후의 일들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명식은 평소처럼 하던 일을 했고, 무사히 하루를 끝냈다. 오늘치 일당을 품에 넣고 목욕탕에 들른 뒤, 아까보다 깔끔한 차림으로 근처 술집으로 향했다. 대충 손질한 검은 머리칼은 물기가 덜 말라 물기가 남아 있었다. 청회색 작어복 차림에 검정색 작업화. 다부진 몸에 쥐어진 작업 가방이 오늘따라 작아 보였다.      


"어, 왔나."

“새삼스럽게 무슨. 맨날 오는데.”


호철이 자연스럽게 명식을 맞았다. 호철은 어린 시절부터 같은 고향에서 함께 자란 명식의 친구였다. 지금은 명식의 집 근처에서 작은 선술집을 하고 있었다. 명식은 집 근처에서 일을 하는 날이면 항상 호철의 가게에 들르고는 했다. 늘상 무심하던 명식조차 호철의 가게에 들를 때 만큼은 고동색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다. 호철은 익숙하다는 듯이, 명식의 앞에 맥주가 담긴 잔을 두었다. 


“뭐고, 니 장사 안하나?”

“손님 없어가 상관없다.”     


호철이 명식의 앞자리에 걸터 앉았다. 오래된 의자에서는 삐걱이는 소리가 났다. 키가 작고 다부진 체형의 명식과는 달리, 호리호리한 체격에 키가 크큰 호철의 머리에 군데군데 돋아난 새치가 눈에 띄었다.     

호철의 가게는 단출했다. 낡은 나무 테이블 몇 개와 삐걱대는 의자 몇 개. 다소 어두운 노란색 조명등, 손님은 언제나 없거나, 한 테이블 정도였고, 일하는 사람은 항상 호철 혼자였다.     


“일은?”

“일 뭐 있나. 똑같다. 그 이 씨 있잖아. 아, 그 왜. 전에 말했던 그 서울 샌님.”


어설프게 친한 척이나 하고, 지는 정규직이면서 뭐 할라고 우리 같은 노가다꾼들한테 아는 체하는데. 명식이 푸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씨가 퍽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애초에 노는 물이 다른 사람이라고, 명식은 생각했다.      


명식은 사람은 어울리는 사람과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등어가 민물에서 살 수 없고, 송사리가 바다에서 살 수 없듯이 사람에게도 각자가 사는 물이 있었다. 자신과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와 제아무리 친구가 되고 싶어 헤엄쳐도, 강 하류와 바다가 만나는 부분에서 억지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꼴이었다. 큰 물살이 일어나기라도 하면 전부 흩어질 수밖에 없는 관계들. 각자에게는 각자에게 어울리는 자리가 있었고 그 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적어도 명석의 세계에서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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